유출은 했는데 영업비밀은 아니다?…재판부 "왜 회사 밖에서 비밀스럽게"

삼바-롯데바이오, 영업비밀누설 혐의 첫 공판
'비공지성' 등 영업비밀 해당 여부 쟁점화 조짐

(인천=뉴스1) 김태환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하면서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직원 A씨가 28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유출정보의 민감성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누설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롯데바이오로직스 직원 A씨(39)에 대한 첫 공판이 이날 오후 인천지법 형사15단독 남효정 판사 심리로 열렸다.

기소 내용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었던 A씨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하면서 IT 작업표준서(SOP)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비밀을 개인 노트북에 옮겨 회사 이익을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입사해 시스템 관리 업무 등을 맡다가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했다. 이직 전 회사 내부가 아닌 휴가지와 거주지 등에서 원격 접속 방식을 통해 회사 가상PC에 작업표준서를 비롯한 정보를 이동 저장하는 행위를 했다.

이후 업무용 노트북을 이용해 거주지에서 해당 가상 PC에 다시 접속해 해당 파일의 내용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보를 유출했다. 이렇게 사외 유출된 정보는 49건이다.

A씨 측은 공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리 시스템 등 업무 내용을 유출한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해당 업무 내용의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 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A씨의 변호인은 이와 관련 "(A씨의) 행위 자체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정한다"면서도 "갖고 나온 파일은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사용하지 않았고, 향후 컨설팅 차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파일에 담긴 내용은 일반적으로도 알 수 있는 '워크플로우'(Work-flow) 등에 해당한다"면서 "인터넷 등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비공지성에 대한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비공지성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경제적 유용성', '비밀 관리성'과 함께 영업비밀의 3가지 요건 중 하나다. 다만, 검찰 측은 해당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속의 관계자 3명에 대한 증인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측은 "삼성바이오는 설립 이래 10여년 간 원료 투입, 효율적 유틸리티 운용, 높은 생산 효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신속 해결, 품질 관리 방법 등을 연구해 매뉴얼 작성했다"며 "SOP를 경쟁업체가 취득할 경우 개발기간 및 비용 절약 등 이익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측에 "A씨의 행위 자체가 회사가 아닌 주거지에서 업무용 PC의 내용을 복사하는 등 정보의 비밀성을 유추하게 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행위에 대한 이유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A씨 측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업무상의 영업이익 침해가 아니라는 증거 등을 추후 입증 취지와 함께 추가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10월19일 오후 2시에 다시 열린다. 검찰은 신청한 증인 2명을 상대로 해당 유출 정보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내 영업비밀 해당 여부 등을 집중 신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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