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사무실 직원급여 使측이 부담"···불법 노사관계 '담합' 규정
노조 전임자 조사결과 일부 공개
근로시간면제 한도 초과하거나
사업주에 금품 받는 등 위법 확인
정부, 노사관계 '심판' 역할 자처
투명 회계·노동개혁 방안 마련
“노사 법치주의는 노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입니다.”(28일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말)
정부가 불법적인 노동조합 전임자와 사용자의 운영비 원조에 메스를 댄 것은 노사 관계가 중심을 잃고 위법 경계선까지 넘은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노사는 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 방향과 정책을 자신에게만 불리하다고 해석하면서 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정부는 노사가 최소한 법 테두리 내에서 활동하도록 감시 역할을 한다면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진 노사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 장관은 이날 점검회의에서 “다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담합해 제도를 위법하고 부당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노사 현장을 비판했다. 고용부 장관이 노조와 사측의 관계를 담합으로 규정지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고용부 안팎에서는 서로의 이해관계를 위해 움직이는 노사 모두에 이 장관이 일종의 ‘동등한 책임이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고용부가 다음 달 발표를 앞두고 이날 일부 공개한 노조 전임자와 운영비 원조 사례는 도가 넘었다. 사측으로부터 10여 대의 차량을 지원받고 수억 원의 현금을 받은 노조는 사실상 어용 노조로 볼 수 있다. 어용 노조는 근로자(조합원)를 위해 활동한다는 본래 노조 취지를 벗어난 노조로 정상적 경영도 막는다.
문제는 이런 관행을 역대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사 관계는 민간 사업장 자율적으로 형성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여기에 정권마다 노사는 정책을 의도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국정 방향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해석했다. 예를 들어 경영계는 문재인 정부에서 노사 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정책 전반을 비판했다. 노동계에 과도한 혜택을 줬다는 것이다. 반면 현 정부에서 노동계는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화 등 노동 탄압만 이어온다면서 정권 퇴진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그 결과 상당수 국민은 우리나라의 노사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노사 관계에 대해 설문한 결과 73.1%는 ‘대립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대립적 노사 관계의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은 노사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굳혔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동안 사용자는 파업 등 힘이 비대한 노조의 요구에 금품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노조도 사용자의 회유에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대표적인 현상이 타임오프에서 불거졌다. 타임오프는 노조 전임자가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 총량을 정한 제도다. 타임오프 관련 부당 노동 행위 신고 사건은 2019년 24건에서 2021년 51건으로 2배 늘었다. 타임오프를 두고 사측이 노조를 회유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도(근로시간)를 넘는 수당을 노조 전임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반대로 노조가 과도한 수당을 요구하는 등 사측을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고용부가 노사의 불법적 지원의 고리를 끊겠다며 타임오프 손질을 예고한 배경이다.
앞으로 고용부는 ‘정부가 노사 관계 형성에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심판처럼 정책을 펼 방침이다. 고용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함께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원조를 투명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감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감독관 직무 역량을 강화한다. 휴면 노조 파악 등 노조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늘어난다. 동시에 노동관계법령 위반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정부 사업 참여에 제한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 장관은 이날 근로자를 중심으로 놓고 노동 개혁을 펴겠다는 의지도 재차 밝혔다.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체불 사업장 120곳과 건설 현장은 기획 감독 대상이 됐다. 고용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자녀 연령 기간 확대 등 근로자의 권리 구제와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병행할 방침이다.
관건은 고용부의 일련의 정책이 노동계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지다. 노조 회계 투명화, 근로시간 개편안 등 노동 개혁 주요 과제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고용부는 노조 망신주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근로시간 면제 적용과 운영비 원조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사 정책은 늘 어느 한쪽이 만족하지 않고 노사 모두 칭찬하거나 불만일 때가 가장 중립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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