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파괴’ 피해자 “삼성은 국가 위에 있다더니…사면 정당한가”

조해람 기자 2023. 8. 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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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파괴’ 당사자 조장희씨 인터뷰
“노조탄압 적극 앞장선 이들 대부분 사면
…이제 누가 노조파괴 형사처벌 겁내겠나”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 조장희 당시 부위원장(오른쪽)이 2011년 7월13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노조설립 신고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노조 파괴는 형사범죄인데, 이제 누가 (처벌을) 겁내겠습니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할 사람도 많겠죠.”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삼성그룹 노조 파괴’ 주도자들을 대거 사면해준 것으로 드러난 28일, 삼성의 노조 탄압으로 부당해고까지 당했던 피해자 조장희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지회(옛 삼성에버랜드노조) 지회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 지회장은 “이번에 사면된 이들은 아주 적극적으로, 미래전략실의 지시보다 더 강하게 저를 탄압했던 이들”이라며 “그런 범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부당노동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인들을 사면했다. 이들 중에는 2011년 ‘삼성그룹 노조 파괴’에 앞장선 임직원 15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삼성그룹 첫 노조인 에버랜드노조 설립에 앞장섰던 조 지회장은 주 탄압 대상이었다. 사측 관계자들은 조 지회장을 불법 사찰하거나 징계를 내리는 등 압박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진두지휘한 미래전략실은 이른바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통해 조직적·체계적으로 노조 와해 전략을 세웠다. 이 문건에는 “노조가 설립될 경우 모든 역량을 투입해 조기 와해에 주력하라” 등 ‘지침’이 적혀 있었다. 조 지회장은 2011년 7월18일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대법원은 2016년 조 지회장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인정했다. 2022년 3월 대법원은 당시 노조 탄압에 앞장선 임직원들이 노조 파괴(부당노동행위)를 한 점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0년 조 지회장이 노조 탄압을 당하며 얻은 적응 장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겹쳐 보인다. 경향신문 자료 사진

윤 대통령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노조 파괴 주도자들을 기소한 수사 최종 책임자였다. 당시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조 와해 작업”이 이뤄졌다고 봤다.

조 지회장은 “삼성의 범죄는 (개인을 넘어) 노조에 대한 범죄였는데, 노조 파괴를 엄단하겠다고 적극 수사한 거 아닌가”라며 “이재용 부회장 사면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재가입까지, 삼성이 원하는 대로 돼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조 지회장은 삼성그룹도 형사처벌을 받은 노조 파괴 주도자들을 승진시키는 등 적극 감싸줬다고 했다. 조 지회장은 “회사를 그만두게 하기는커녕 승진을 시키고, 에버랜드가 인수한 골프장 대표이사에 취임한 주도자도 있다”며 “피해자들을 우롱하면서 가해자들을 영전시키는 모습을 보며 노동자들이 뭘 느꼈겠나. 노조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또는 노조를 탄압하면 어떤 결과를 얻는지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까지 만든 회사인데, 이렇게 (주도자들을) 특별하게 신경을 써주는 것은 삼성그룹 자체가 잘못됐고 썩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 지회장은 “노조를 하기 전부터 ‘삼성에서 노조 절대 못 한다’ ‘삼성은 국가권력보다 위에 있다’ 등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렵게 용기를 내 시작했다”며 “씁쓸하고 답답하고 화가 난다.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다. 하지만 사면권이 기업 범죄자를 사면해주는 데 쓰이는 게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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