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철거 '이념과잉' 비판 속 박민식 정율성 공원 저지 장관직 걸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철거를 계기로 정치권의 이념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정권마다 이념에 기반한 역사 논쟁은 반복돼 왔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원봉 선생의 서훈 논쟁을 촉발시켰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됐다며 국정화 방침을 추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대한민국 건국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조직하며 건국적 논란에 불일 지피기도 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이승만 백선엽 재평가 논란, 정율성 논란에 이어 흉상 철거 논란까지 이어진 일련의 흐름에 보수의 가치 재건을 전면에 내건 윤 대통령의 역사 인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으로 규정했다. 이후 방향이 다른 한쪽 날개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사실상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한 윤 대통령의 기조에 정부도 발을 맞추는 모습인데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이념 과잉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방부와 육사가 잘 검토해 결정할 일”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는 “정훈 교육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가관, 역사관, 안보관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군은 28일 육사 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 장군과 관련돼서 지난해부터 공산당 입당 또는 그와 관련된 활동이 지적되고 있어서 검토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다만 ‘홍 장군 흉상을 빼고 국방부 청사 앞에 백선엽 장군 흉상을 세울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독립운동 역사에 이념을 덧씌워 국민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흉상 철거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이념 과잉과 편협한 역사 인식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면서 “윤 정부는 이념 전쟁의 끝을 보겠다는 오만과 독선을 거두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사람들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우원식 의원)”, “그런 한심한 일을 건의하는 닭대가리 참모들이 문제(박지원 전 국정원장)”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도 나왔다.
여권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그렇게 할 거면 홍 장군에 대한 서훈을 폐지하고 하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 추서한 건국훈장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홍 장군은 해방 2년 전에 작고하셨으니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윤석열 정권의 이념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며 국방장관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일” 이라며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공산주의자라도 항일운동만 했다면 무조건 순국선열로 모시고 육사에 흉상까지 설치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이 회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8일 순천을 찾아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광주시의 역사공원 조성 사업 전면 철회를 촉구하며 장관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호남학도병의 성지인 전남 순천역을 찾아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었다”며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는 “대한민국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사업 철회에 장관직까지 걸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