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3명 중 1명만 결혼 ‘좋아요’…청년 절반 “결혼하더라도 자녀 가질 필요 없어”
서울 중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언젠가부터 결혼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비혼의 삶을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결혼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씨는 “혼자서도 이미 충분히 잘살고 있다”며 “좋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할 수도 있지만 꼭 결혼을 해야해서 확신없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국내 청년 3명 중 1명만 결혼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는 데 든 경제적, 정신적 비용 만큼 결혼 후 삶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청년이 갈 수록 많아지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청년 비중도 절반을 넘어서는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통적 가족 관념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사회조사로 본 청년의 의식변화’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19~34세 청년 중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36.4%로 집계됐다. 10년 전(2012년·56.5%)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전 연령대 평균으로는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중이 50%였다. 결혼여부를 결정할 주요 나이대인 청년층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 훨씬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특히 청년 남성(43.8%)보다 여성(28.0%)에서 결혼을 긍정하는 비율이 더 낮았다. 하지만 10년 전(남성 66.1%·여성 46.9%)과 비교하면 남성의 긍정비율 감소폭이 더 컸다.
청년들이 결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33.7%)’을 꼽았다. 남성(40.9%)이 여성보다(26.4%) 금전적 부담을 크게 느꼈지만, 자금 문제는 성별 불문 청년들이 결혼을 꺼리는 가장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29)는 “혼자 살 전셋집을 구해 자립하기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까지 책임질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결혼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17.3%)’는 답변 비중도 높았다. 이 비중은 남성(13.3%)에서보다 여성(23.7%)에서 두배 가까이 높았다. 이외에도 ‘출산과 양육부담(11.0%)’, ‘고용 상태 불안정(10.2%)’, ‘결혼 상대를 못 만남(9.7%)’ 등 원인이 지목됐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서모씨(32)는 “주변에 결혼을 하지 않는 친구들도 많다”며 “그런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도 행복한데 굳이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설령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53.5%) 비중은 응답자 과반을 넘겼다. 이 비중은 지난 2018년 46.4%였는데 4년만에 7%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작년 기준 자녀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비중은 남성(43.3%)보다 여성(65.0%)에서 20%포인트 이상 더 높았다.
반대로 결혼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꾸릴 수 있다고 답한 청년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높아졌다. 연인 등이 결혼 하지 않고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한 청년층 비율은 80.9%로 집계됐다. 10년 전(61.8%)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청년층의 비혼 출산 동의율은 같은 기간 29.8%에서 39.6%로 올랐다. 이유가 있으면 이혼해도 괜찮다고 답한 비율은 13.1%에서 24.1%로 증가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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