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응답하라 1993 대전엑스포!
무덥던 지난 6월 말 시청을 걷고 있었습니다. 마침 ‘2030 부산월드엑스포’ 홍보 부스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그린클 챌린지’라고 하죠. 모형 자전거로 재생에너지를 만들어 취약계층에 기부하는 캠페인입니다. 서울과 부산 시민이 함께 페달을 밟으며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자는 ‘2030 부산월드엑스포’의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아무리 더워도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쓰일 재생에너지를 만들며 모두 외쳤습니다! ‘파이팅!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응원합니다’ 라고요.
엑스포(세계박람회)는 인류의 산업 및 과학기술 발전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인데요. 경제, 문화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세계 3대 큰 행사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 엑스포가 있었지만 이번 부산엑스포는 조금 다릅니다. 개최한다면 우리나라 첫 등록박람회가 되는데요. 인정박람회와 등록박람회는 규모나 주제, 기간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비용으로 볼까요? 인정박람회는 개최국이 국가관까지 만들어 유무상으로 임대하는데요. 등록박람회에서 개최국은 부지(땅)만 부담합니다.
응답하라 1993 대전엑스포
세월을 좀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1993년 꿈돌이가 캐릭터였던 대전엑스포를 기억하시나요? 전 아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당시 학교 선배가 엑스포 도우미가 돼 평생 진로가 바뀌었거든요. 응팔(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가 떠오르네요. 대전 엑스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진행된 엑스포입니다. 인정박람회라는 점에서 이번에 유치하려는 부산과는 다른데요.
그 대전엑스포가 올해 30주년을 맞았습니다. 현재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서울시와 대전시가 공동기획한 대전엑스포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입구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 응원 배너가 보이는데요. 대전엑스포의 성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군요. 전 그린클 챌린지로 받은 부산월드엑스포 홍보 기념품을 들고 박물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로비에는 커다란 대전 한빛탑이 찍힌 사진이 보입니다. 전시된 사진과 뉴스를 보니, 옛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네요. 당시 대전에 사는 친구 안내를 받아 이곳저곳을 누볐거든요. 지금 봐도 건물들이 참 멋진데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때라면 어땠겠어요?
휴대폰도 없던 시절, 자기부상열차나 전기자동차, 로봇들이 쓩쓩 움직이는 미래 도시가 펼쳐졌으니까요.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넋이 나갔었죠. 꿈돌이와 환상적인 꿈을 꿨다고 하면 어울릴까요.
친구는 “정말 난 세계에 인구가 많다는 걸 여기서 체감했다니까” 하더군요. 엑스포 기간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느껴질 만큼 밤늦도록 화려한 열기가 감돌았다나요. 사람이 워낙 많이 와 줄 서다가 매진이 되기도 했다죠. 한빛탑에서 사진 찍었는데요. 아련합니다. 전시된 대전엑스포 복권을 보니, 친구들과도 한 장씩 기념 삼아 샀던 생각도 나네요. 물론 1등은 아니었지만요.
그 해는 매일 뉴스와 신문에서 엑스포 소식이 가득했었어요. 1993년 대전엑스포가 열리던 그 해, 저는 대학 신입생이었는데요. 세계적으론 자유무역체제에 돌입한 시기였으며 우리나라는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해외여행 제한 조치가 해제되는 등 자유화의 바람이 불던 때였습니다.
과학기술 강국 밑바탕이 된 대전엑스포
대전엑스포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해 한국의 위상을 높였는데요. 수도가 아닌 대전, 또 개발도상국이 과학기술박람회를 연다는 사실이 당시로는 참 이례적이었다고 해요.
대전엑스포 기간, 무엇보다 우주에 관한 상상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었는데요.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이뤄낸 인공위성 ‘우리별 2호’, 국내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과학로켓 ‘과학 2호’를 쏘았기 때문이죠. 오늘날 ‘누리호’ 탄생의 마중물이 되지 않았을까요?
대전엑스포 현장에는 ‘케어2’라는 국내 최초 인공지능 이동로봇이 다녔는데요. ‘진짜 저런 로봇이 움직이는 세상이 올까’ 했던 막연함이 현실이 되었네요. 지금 박물관이나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을 보면, 부산세계박람회를 통해 또 어떤 세상이 우리 일상이 될지 더더욱 기대됩니다.
대전엑스포에서는 시민의식 또한 훌륭했습니다. 땡볕 아래 차례를 지키며 승용차 짝홀수제에 솔선하는 모습들이 우리가 한다면 한다는 걸 보여줬거든요. 서로서로 질서를 지키자 독려했다고 하네요. 신문 독자란에 가끔 쓰레기가 버려진 모습이 창피했다는 글도 올라왔고요. 관계자들은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주 6일 근무하면서 비상대기를 했다네요.
대전엑스포가 가져온 미래
엑스포라는 작은 빛이 퍼뜨린 결과를 볼까요? 세계 10위 내외의 GDP 규모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관국, 세계 7대 우주강국 등 속속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6.25전쟁을 겪으며 국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게 된 유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전시 마무리는 대전엑스포가 세운 기록들을 숫자로 표기해 흥미를 더했는데요. 관람객이 무려 1400만5808명이라고 해요. 93개의 전시관에는 역대 엑스포 중 최다 108개국 33개 국제기구가 참석했다고 합니다.
이제 3개월 후면 2030 세계박람회 유치가 결정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과 나란히 견주게 돼 내심 긴장도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 모두 큰 관심을 가지고 절실하게 응원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이런 행사로 함께 응원했다는 마음이 뜻깊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국민의 힘과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고 세계박람회가 부산에 유치되도록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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