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5년, 우리는 80% 무죄·집유…솜방망이 산업스파이 처벌

세종=김훈남 기자 2023. 8. 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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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중 80%가 넘는 이들이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형사사건의 1심 무죄 선고율이 3%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억울한 사례가 있다고 쳐도 기술유출 범죄 처벌을 두고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큼 허점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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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중 80%가 넘는 이들이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형사사건의 1심 무죄 선고율이 3%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억울한 사례가 있다고 쳐도 기술유출 범죄 처벌을 두고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큼 허점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양형기준 강화와 범죄요건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국가 산업 발전에 타격을 주는 기술유출범죄의 심각성과 이같은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유출의 경우 3년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동시에 부과한다. 일반 산업기술의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5년 이상 징역과 20억원 이하 벌금을 같이 부과하도록 돼 있다. 산업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법은 '중형'으로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15년 이하 징역 혹은 500만달러 이하 벌금을 규정한 미국이나 10년이하 징역 또는 2000만엔 이하 벌금을 규정한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약하지 않다.

하지만 현실에선 산업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법에서 정한 형벌 규정은 엄하지만 현장에서의 적용이 지나치게 관대한 탓이다.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법원판결 결과 무죄는 전체 기소사건의 30.3%, 집행유예는 54.5% 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바꿔말해 10명 중 8명은 기술유출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감옥에 안 간다'는 얘기다.

전체 형사사건과 비교해도 산업기술 유출 범죄의 무죄율은 높다. 대법원이 발간한 '2022 사법연감'에서 2021년 법원이 처리한 1심 형사사건 21만6848건 중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은 7090건, 무죄선고율은 3.2%에 그쳤다. 산업기술유출범죄의 무죄선고율이 전체 사건의 10배에 달하는 셈이다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 침해범죄의 양형기준을 살펴보면 국내·외 유출과 무관하게 기본형이 최대 3년6개월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한 범위에 있다. 해외유출 사건 중에서도 가중처벌을 해야 할 경우에만 최대 6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돼있어 법정최고형 의미가 퇴색됐다는 설명이다.

또 기술유출의 목적을 입증할 경우에만 처벌토록 한 국가핵심기술 유출사범은 재판과정에서 유출 목적이 구체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율이 높다. 또 유출 기술을 산업기술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무죄선고율이 높다고 산업부 측은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술보호법 형량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낮지 않지만 양형기준과 범죄구성요건으로 대부분이 무죄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며 "올해 4월 양형기준 강화해달라고 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기술유출 범죄 기준 정비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 기술보호법이 적용되는 분야 종사자의 이직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 첨단산업에서 노하우가 단순한 자료로만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축적되는 경우도 다수인데 동종업계 취업금지 기간과 재취업 금지 조항을 두는 등 방식으로 기업이 소속 근로자의 이직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해외 연구진과의 공동연구 역시 과도한 기술보호법이 걸림돌이 돼 국내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회피하는 현상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다른 업종에 비해) 강한 기본권 제한과 개인의 이직 제한이 되기 때문에 개인에 대해 인센티브를 줘야한다는 요구가 있다"며 "기업들은 취업제한 당사자 등에 대해선 소득세 세율이나 공제혜택, 기업에 대해선 법인세 감면 등을 건의하고 있고 10월 열리는 첨단전략위원회 논의를 거치면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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