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순둥이인데, 속은 야무지네…남들과 다른 'E'가 왔다
다른 모델보다 둥근 외관 눈길
에어컨 켠 상태서 400㎞ 달려
휘발유차 주행감과 거의 흡사
차내 고성능 스피커 15개 탑재
실내 넉넉해 어느 자세든 편안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EQE SUV'를 외관 디자인만 보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고상한 E클래스, 다부진 GLE클래스 등 이름에 'E'를 공유하는 벤츠의 다른 모델과 비교하면 어딘지 밋밋해 보여도, 앞 뒤 옆 모두 둥글어 여타 벤츠 모델들이 지닌 특유의 위엄과는 동떨어져 보여도 EQE SUV는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차다.
운전석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EQE SUV의 장점으로 꼽을 만한 점은 하나둘 늘었다. 에어컨을 펑펑 써도 실제 전비는 공인 기록보다 높게 측정된다. 실내 공간은 군더더기 없이 디자인돼 개방감을 높였다. 빵빵한 스피커는 영화관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시승한 세부 모델은 '더 뉴 EQE 500 4MATIC SUV'다. 시승 코스는 서울에서 경기 양평까지 왕복 80㎞이며 전체 주행거리의 약 60%는 올림픽대로와 고속도로를 지났다.
이 모델의 공인 복합전비는 1킬로와트시(kWh)당 3.8㎞지만, 에어컨을 최대한 가동한 상태에서 회생제동 기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운전해도 실제 전비는 4.5㎞로 측정됐다. 한여름에 배터리 효율성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운전해도 400㎞ 정도는 너끈히 주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EQE SUV는 총 4가지 회생제동 모드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회생제동인 'D+', 기본 수준인 'D', 가장 강력한 'D-', 주행 상황에 최적화된 'D 오토' 등이다. D 모드에서는 주행감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더라도 차량 속도가 갑자기 줄어드는 이질감이 없다.
회생제동 없이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주행하는 것도 이 차의 묘미다. 회생제동 기능을 끈 상태에선 속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력 감소가 더디다. 가속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로 차량이 어느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다.
실내 공간은 부족함이 없다. 1열·2열 모두 헤드룸이 1000㎜ 이상이라 웬만한 성인이 앉아도 머리와 천장 사이 공간이 여유롭고, 2열 레그룸은 1030㎜에 달해 어느 자세로 앉아도 편안하다. 1열 좌석은 높낮이·기울기를 모두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고 통풍·열선 기능이 장착돼 있다. 2열은 등받이 기울기만 조절할 수 있고 통풍 기능 없이 열선 기능만 있다.
EQE SUV에는 고성능 스피커 15개가 탑재됐다. 여기에 돌비 애트모스 360도 사운드 기술이 적용됐다. 특정 좌석에 소리가 집중되게끔 설정할 수도 있다.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한 상태에서 음악이나 동영상을 재생해보면 EQE SUV 사운드 시스템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유튜브 광고만 재생해도 영화관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EQE SUV를 시승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안녕, 벤츠"라고 부르면 등장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의 목소리다. TTS(text-to-speech·문자음성변환) 기술이 정교해진 현시점에는 접하기 어려운 어색한 말투다. 럭셔리를 강조하는 메르세데스 차량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탑승자가 대화 중인 상대가 사람이 아닌 기계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면 성공적이다. 이는 벤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가 적용된 차량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EQE SUV만의 단점은 아니겠다.
더 뉴 EQE SUV의 판매가격은 세부 모델별로 각각 '350 4MATIC' 1억990만원, '500 4MATIC' 1억2850만원이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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