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문 늘어 하루종일 택배 포장해요”...온라인에 밀렸던 건어물 시장 ‘반짝 활기’

이현승 기자 2023. 8. 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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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문 연 중부 건어물 시장
“평소보다 손님 5배 많아...굴비 3줄씩 사가”
물가 오르자 명절 미리 대비하려 해
“수요 앞당겨진 것... 언제 끊길까 걱정”
지난 25일 오후 중부시장에서 사람들이 건어물을 둘러보고 있다./김가연 기자

“오늘 황태채만 7kg 사간 손님도 있어요. 택배 주문도 지난주보다 2배 이상 늘어서 하루 종일 포장만 했습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60대 김 모 씨)

25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시장. 1957년 개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건어물 전문시장인 이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소비 전환으로 크게 타격을 받은 전통시장 중 하나로 꼽혔다. 건어물은 오래 보관이 가능해 신선식품에 비해 온라인 구입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달 초부터 중부시장에 손님이 부쩍 늘었다. 이날 시장은 바퀴가 달린 캐리어를 끌고 다니거나 검정 비닐봉투를 양손에 바리바리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소비자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에 대비해 건어물을 100원이라도 싼값에 구매해 두려는 이들이 많아서다. 일본이 24일부터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를 방류하면서 유통기한이 긴 어물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도 일부 발생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박 모(67) 씨는 “(시장이) 평상시보다 5배는 북적인다”며 “원래는 하루에 손님이 10명이 올까 말까 한데 오늘 30~40명이 구매해 갔다”고 말했다. 말린 굴비를 판매하는 윤 모(41) 씨는 “24~25일 평소보다 손님이 2배 많아서 무지하게 바빴다”며 “굴비는 보통 20마리를 묶은 한 줄짜리가 많이 팔리는데 오늘은 세 줄짜리를 사간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김 모(73) 씨는 “미역 많이 먹는 집이 일 년에 3가닥 정도(1가닥에 약 300g) 먹을 텐데 오늘은 사람들이 5~10가닥씩 사 갔다”며 “명절 때 자식들 나눠주려고 더 사가는 할머니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멸치, 미역, 다시마 등 주요 건어물 가격은 온라인, 오프라인 한쪽이 일방적으로 저렴하지 않고 엎치락 뒤치락한다. 가령 볶음용 마른 멸치 1.5kg는 시장에서 3만8000원~4만4000원으로 판매되는데 쿠팡에선 3만원 안팎에 살 수 있다. 다시마 300~400g은 시장에서 최고 2만원이지만 쿠팡은 1만5000원이다. 반면 미역 300g은 시장에서 약 6000원인데 쿠팡에선 9000원으로 더 비싸다. 이 때문에 건어물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 가격을 철저하게 따져보고 발품을 팔아 품목별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장을 보러 왔다는 40대 주부 김 씨는 “말린 건 꽤 오래 먹을 수 있어서 멸치·다시마·미역 1년 치를 샀다”며 “(농심 라면) ‘너구리’에도 다시마가 들어가는데 그것도 미리 한 박스 정도 사놓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 모(72) 씨는 “오늘 이후에 수산물이나 건어물을 다시는 안 살 생각으로 장을 보러 나왔다”며 “앞으로 어떤 음식을 해 먹고 살아야 하나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동네 친구들끼리 함께 장을 보러 온 김 모 씨는 일본 오염수가 일단 걱정이라면서도 “광우병 사태 때도 그랬지만 결국은 먹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간만에 활기를 찾은 시장 분위기에 상인들은 때아닌 호재가 반가우면서도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선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신규 고객이 유입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오던 사람들이 조금 더 일찍 많은 양을 사간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오랜만에 사람들이 많이 사 가니까 기분이 좋다”면서도 “언제 다시 발길이 끊길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굴비가게를 운영하는 윤모(41) 씨는 “보통 한 두름 사 가는데 오늘 세 두름을 사가신 분도 있었다”면서 “많이 팔아서 좋지만 이미 사갈 사람들이 잔뜩 사가서 다음 주부터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의 활성화로 점차 오프라인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추세다. 25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2017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작년 농축수산물의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9조4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고 3년 전(2019년)과 비교하면 154% 증가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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