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 실수로 우승 내줬지만···"컨디션 회복, 값진 2위라 행복"

양준호 기자 2023. 8. 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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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가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이는 그림이 아주 오랜만에 펼쳐졌다.

28일(한국 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쇼너시 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PKC 여자오픈(총상금 250만 달러)에서 한국 군단의 에이스 고진영(28)이 준우승했다.

한국 군단은 5월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둔 후 이번까지 13개 대회 동안 우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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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LPGA CPKC 여자오픈 준우승
5타 뒤진 3위로 시작, 연장 끝 2위
18번홀서 '삐끗' 아쉬운 더블보기
韓 톱10 3명···김세영 4위·전인지 8위
흐름 타고 남은대회 2승 이상 기대
메건 캉, 몽족 첫 투어 우승 기록 써
고진영이 28일 CPKC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를 마치며 갤러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연장 패배 뒤 우승자 메건 캉(오른쪽)을 안아주는 고진영.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든 메건 캉. 소수민족인 몽족 최초의 LPGA 투어 우승자가 됐다.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 선수가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이는 그림이 아주 오랜만에 펼쳐졌다. 끝매듭은 우승이 아니었지만 조만간 익숙한 시상식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선사했다.

28일(한국 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쇼너시 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PKC 여자오픈(총상금 250만 달러)에서 한국 군단의 에이스 고진영(28)이 준우승했다. 선두 메건 캉(26·미국)에게 5타나 뒤진 3위로 출발한 세계 랭킹 4위 고진영은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는 견고한 플레이를 펼치며 우승 기회를 잡았다. 나흘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캉과 공동 선두로 마쳤다. 그러나 18번 홀(파4)에서 치른 연장에서 티샷 실수로 더블 보기를 적었고 파를 지킨 캉에게 우승을 내줬다. 우승 상금은 37만 5000달러(약 5억 원), 준우승 상금은 23만 2029달러(약 3억 원)다.

한국 군단은 5월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둔 후 이번까지 13개 대회 동안 우승이 없다. 5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하며 ‘무관’에 그쳤고 우승 경쟁조차 하지 못한 채 돌아서는 대회도 많았다.

2승 이후 13번째 실패는 확실히 달랐다. 혼자 시즌 2승을 챙긴 뒤로 6개 출전 대회에서 톱 10조차 없던 고진영이 날카로운 모습을 되찾았다. 그는 “5타 차여서 기대가 크지 않았다. 뜻하지 않게 연장전까지 가게 됐다. 마지막 홀 티샷이 조금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몇 달간 게임이 너무 안 풀려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 주만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여느 대회 우승보다 더 행복한 한 주였다”고 했다.

6언더파 공동 4위의 김세영(30)과 4언더파 공동 8위의 전인지(29)까지 톱 10에 오른 10명 중 3명이 한국 선수다. 11월 시즌 종료까지 10개 대회를 남긴 가운데 지난해의 합작 승수인 4승을 넘어설 희망을 확인한 셈이다. 한국은 2019년만 해도 한 시즌 15승 합작으로 위세를 떨쳤지만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쟁력이 확 올라온 반면 한국 군단은 젊고 유망한 선수의 수혈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밴쿠버 교민 사회의 뜨거운 응원 속에 일단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한국은 31일 시작되는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시즌 3승 합작에 다시 도전한다. 이날 16번 홀(파4) 보기에 우승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10개월여 만의 톱 10에 만족한 김세영이 전인지·김효주·유해란·이정은6·최혜진 등과 함께 출전 명단에 들었다. 고진영은 휴식한다.

16번 홀에서 그린을 노리는 김세영.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고진영은 이날 캉 앞 조에서 경기했다. 캉의 17번 홀(파3) 보기에 선두가 된 고진영은 18번 홀 티샷을 나무 밑 러프로 보내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3m쯤 되는 파 퍼트를 넣고 1타 차 선두로 마쳤다. 바로 뒤의 페어웨이에서 캉이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부담이 클 상황이었지만 캉은 두 번째 샷을 핀 1.5m에 붙여 버디를 잡고 연장으로 몰아갔다. 연장 첫 홀에서 고진영의 티샷이 왼쪽 숲으로 가면서 승부가 기울었다. 카트 도로 바깥쪽에 드롭을 하고 친 세 번째 샷이 벙커로 향해 4온 2퍼트로 홀아웃했다.

LPGA 투어 8년 차인 캉은 191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라오스 출신 최초이자 동남아시아 소수민족인 몽족 최초의 LPGA 투어 우승자가 됐다. 올 시즌 LPGA 투어 우승자 중에는 캉처럼 아시아계 미국인이 많다. 릴리아 부는 베트남계, 로즈 장은 중국계이고 앨리슨 코푸즈는 필리핀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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