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와 김성훈의 '그리멘토', 학교폭력을 몸의 언어로 표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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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책상과 의자가 줄지어 놓인 교실, 무대 양쪽으로 도열한 회색 교복 차림의 무용수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가 앉는다.
지난 25일 연습실 공개를 통해 베일을 벗는 '그리멘토'는 각기 다른 채도로 표현된 미니멀한 회색 무대와 드라마틱한 음악 그리고 무용수들의 역동적이고 밀도 높은 움직임으로 눈길을 끌었다.
공연명인 '그리멘토'는 불어로 회색을 뜻하는 '그리'와 라틴어로 기억, 순간을 의미하는 '메멘토'의 합성으로 회색의 순간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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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책상과 의자가 줄지어 놓인 교실, 무대 양쪽으로 도열한 회색 교복 차림의 무용수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가 앉는다. 불안을 자극하는 음악이 공간을 짓누른다. 1장에서 책걸상 오브제를 활용한 16명 무용수의 서로 동기화된 움직임은 리듬감이 넘친다. 이어 2장에서 한 학생이 마치 먹잇감을 찾는 맹수처럼 괴롭힐 누군가를 찾는다. 모두가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고, 교실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를 미국 뉴욕에 진출시킨 비주얼디렉터 정구호와 세계적인 무용단 아크람 칸 댄스컴퍼니 출신 안무가 김성훈이 다시 손을 잡았다. 학교폭력을 몸의 언어로 표현한 창작무용 '그리멘토'를 통해서다. 지난 25일 연습실 공개를 통해 베일을 벗는 ’그리멘토‘는 각기 다른 채도로 표현된 미니멀한 회색 무대와 드라마틱한 음악 그리고 무용수들의 역동적이고 밀도 높은 움직임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사회문제와 거리를 두던 현대무용이 동시대 화두를 다룬다는 점이 신선했다. 공연명인 '그리멘토'는 불어로 회색을 뜻하는 '그리'와 라틴어로 기억, 순간을 의미하는 '메멘토'의 합성으로 회색의 순간들을 의미한다.
김성훈의 러브콜을 받고 평소 관심사를 소재로 제안했다는 정구호는 이날 학교폭력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싶어 해결법도 나름 제시했는데, 가해자나 피해자보다 방관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폭력을 법으로 처벌하기보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해결하는게 가장 좋다고 본다. 방관자가 용기를 내 가해자를 막고, 피해자의 손을 잡아줘 구원되는 식의 바람을 담았다. 피해자의 치유에도 중점을 둬 작게나마 솔루션도 냈는데, 작품을 보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김성훈은 “걸음걸이나 표정 등 움직임을 통해 가해자와 방관자, 피해자의 역할을 달리했다”며 “현대무용은 추상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 작품은 극적이고 사실적”이라고 비교했다. “가해자의 폭력성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피해자의 치유도 다루는데, 어떤 움직임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지 연구해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정구호는 “피해자 역할 무용수는 살이 점점 빠지는 등 무용수들이 연기에 몰입하는 게 보였다”며 “시연 과정에서 한 관객이 울기도 했다. 무용이지만 연극처럼 극적이고, 감정적으로 몰입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연은 9월 7~10일 세종문회회관 S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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