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김민재-조규성 승선, 이강인 제외' 파격의 클린스만, 최초 발탁 3명+8명 변화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변화였다.
대한축구협회는 28일(이하 한국시간) 9월 유럽 원정 친선경기에 나설 대한민국 남자 국가대표팀 25인 명단을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오는 8일에 웨일스, 13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만나 평가전을 치른다.
6월에 비해서 변화는 예고된 상황이었다. 일단 6월 A매치에서 각각 기초군사훈련과 부상으로 인해 합류할 수 없었던 김민재와 김영권이 돌아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부동의 센터백 듀오로 활약했던 두 선수는 9월에 나란히 복귀하면서 다시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영권이 부상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은 긍정적이었지만 한국축구의 미래에서 현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강인은 역시 소집이 불발됐다. 이강인의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맹(PSG)은 22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은 왼쪽 대퇴사두근에 부상을 입었다. 이강인은 A매치 기간이 끝날 때까지 치료를 받을 것이다"며 이강인의 부상 소식을 전했다. 프랑스 매체에 따르면 이강인은 지난 20일 툴루즈와의 2023-24시즌 프랑스 리그앙 2라운드 경기 도중에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이강인의 국가대표팀 발탁 여부를 두고 여론은 클린스만 감독의 편이 아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8월 중순 국내 취재진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강인을 국가대표팀에 부르겠다고 확실하게 밝혔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이 대표팀에 와서 최상의 경기를 치르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표팀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전달하면 좋겠다. 이강인은 능력이 있기 때문에 A매치를 치른 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도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승이 급한 클린스만 감독의 사정도 이해가 되나 현재 이강인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도 발탁된 상황이다.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에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굳이 이강인을 국가대표팀에 데려가야 하는가라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클린스만 감독을 향했다.
결과적으로 이강인이 부상을 당하면서 국가대표팀 합류는 불발됐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겨 곤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 이강인이 조속히 회복되어 소속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아시안게임에도 정상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강인에게 아시안게임에 집중하라고 말해줬다.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추가적인 변화도 어쩔 수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과 황선홍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겹치는 선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서로 절반씩 양보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백승호와 송민규(이상 전북현대),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박규현(드레스덴)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창원 훈련에 처음부터 참가할 수 있도록 이번 유럽 원정에는 제외했다. 대신 아시안게임 멤버인 설영우(울산현대)와 홍현석(KAA헨트)은 클린스만 감독의 뜻에 따라 국가대표팀에 소집됐다.
김진수(전북 현대)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현재 대표팀은 풀백 자원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6월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설영우의 가능성을 더욱 지켜보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대표팀에 선발한 홍현석도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은 추가적인 조건을 달았다. "웨일스전이 끝난 뒤 다른 선수들의 부상, 컨디션, 경기력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홍현석과 설영우도 가급적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준비를 잘 해서 대회에서 목표를 이루기를 바란다"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자세를 보여줬다.
"나도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있다. 군 문제가 걸려있기에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대회라는 걸 많은 분들이 지속적으로 설명해줘 알게 됐다. 이강인을 비롯한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되면 개인뿐만 아니라 한국축구에도 도움이 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했고, 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유럽 구단에 설명하면서 황 감독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도움이 되도록 뒤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자신의 발언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번 명단의 파격은 골키퍼, 센터백,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있었다. 골키퍼 포지션도 원래 송범근(쇼난 벨마레)의 발탁이 예상됐지만 부상으로 인해 소집이 불가능했다. 송범근의 빈 자리에 부름을 받은 건 놀랍게도 2003년생인 김준홍(김천 상무)였다.
2003년생인 김준홍은 전북 현대 유소년 출신으로 전북 B팀에서 활약하다가 2023시즌을 앞두고 군 복무를 위해 김천에 입단했다. 시즌 초반에는 기회를 전혀 받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서 선발로 나서는 경기가 많아졌다. 송범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생긴 골키퍼 자리에 발탁되면서 새로운 피가 수혈됐다. 김준홍은 지난 6월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이기도 하다.
김준홍과 함께 U-20 월드컵 4강 주역인 김지수(브렌트포드)도 뽑혔다. 김지수는 성남FC와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잠재력으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EPL) 브렌트포드에 입단했다. 17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그가 됐다. 2004년생인 김지수는 브렌트포드 B팀으로 분류됐지만 1군 프리시즌에 동행하면서 구단에서도 매우 기대를 하고 있는 자원이라는 게 입증됐다.
프리시즌 2경기에 교체로 출장해 무난한 데뷔전을 가졌다. 브렌트포드는 이번 시즌 1군 등번호 명단에도 김지수를 포함시켰다. 최근 클린스만 감독은 영국에 방문했을 당시 김지수와 면담을 가진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도 김지수가 좋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표팀에서도 곧바로 선발로 나올 가능성은 낮지만 김주성, 정승현과 함께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유망주에 대해선 "김준홍은 8월 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파주NFC 소집 훈련 떄 안드레아스 쾨프케 골키퍼 코치가 직접 기량을 확인하고 선발했다. 김지수는 내가 직접 만나 확인했다. 두 선수는 당장 즉시 전력감이라기보다 앞으로 대표팀의 미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지켜보고자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순민은 올해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광주FC의 핵심적인 미드필더다. 29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이순민은 중앙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풀백까지 볼 수 있는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다.
2022시즌 광주의 K리그1 승격을 이끈 중심으로 K리그2 베스트 일레븐에도 선정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에도 이정효 감독 축구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순민은 지난 7월에 열린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경기에서 멋진 극장골을 터트려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다만 우려되는 건 이순민의 활용법을 클린스만 감독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지다. 지난 6월 평가전을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은 안현범을 처음으로 대표팀에 불렀다. 당시 그는 "안현범은 모니터링했지만 직접 경기를 보지는 못했다. 곧 볼 예정이다. 측면 플레이를 잘하고, 다이나믹하고 저돌적이다"라며 직접 선수를 파악하지 않고, 선발했다고 인정한 적이 있다.
이후 안현범은 곧바로 대표팀에 데뷔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정작 안현범의 활용법을 잘 모르는 사람처럼 전술적인 지시를 내렸다.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측면 수비자원이라고 설명했는데 막상 경기장 안에서는 안현범이 수비적인 역할에만 집중하도록 요구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안현범은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K리그 점검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에 불을 지핀 예시기도 하다. 이순민도 안현범처럼 선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힌다면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순민은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라는 짧은 코멘트만 남겼다.
강상우와 이동경이 돌아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두 선수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건 1년 8개월 만이다. 지난해 1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동 원정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에 복귀했다. 강상우는 이번 시즌 베이징 궈안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베이징 궈안에서는 공격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강상우지만 대표팀에서는 측면 수비수로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경은 아쉽게도 독일 무대에서 실패를 거둔 뒤 울산으로 돌아왔다. 경기력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K리그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다운 모습이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이강인이 발타탁되지 못한 자리에서 이동경이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양현준(셀틱)도 다시 발탁돼 A매치에 데뷔할 기회를 잡았다. 셀틱 이적 후 경기력이 개선되고 있어서 2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PSG, 브렌트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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