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장관, "공산당 나팔수 '정율성 공원' 직 걸고 저지"(종합)

이종윤 2023. 8. 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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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대한민국 사수가 호남의 정신…단 1원도 써선 안 돼"
호남학도병에 '영웅의 제복' 전달…"현충시설 건립하겠다"
정율성 공원 논란, "본질은 '역사 외면' 비상식의 전형적 사례"
[파이낸셜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8일 호남학도병의 성지인 전남 순천을 찾아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광주광역시의 역사공원 조성 사업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뉴스1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광주광역시를 상대로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중국명 정뤼청) 기념공원 조성계획을 전면 철회할 것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박 장관은 28일 오전 전남 순천역 광장에서 한국전쟁(6·25전쟁)에 참전했던 호남 출신 학도병들을 위한 현충시설 건립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었다"며 "국가의 품격은 누구를 기억하는가에 달려 있다. 우린 호남의 정신과 호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끈 영웅들을 기억하고 기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나팔수 기리겠다는 시도 참담

박 장관은 특히 "공산세력에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애국영령들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눈물이 여전히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미래인 학생들에게 '공산당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정율성 공원 조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장관은 "오직 호남학도병들처럼 대한민국 영웅들을 기억하기 위한 예산만 있을 뿐"이라며 "우리 국민의 소중한 예산은 대한민국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단 1원도 대한민국의 가치에 반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날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한민국 보훈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적'(敵)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장관 자격이 없는 것"이라면서 장관직을 걸고 정율성 공원 조성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율성(본명 정부은)은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 무렵 광주에서 태어나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간 뒤 '오월의 노래(1936년)' '팔로군 행진곡(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1939년)' 등을 작곡한 인물로서 중국에선 '3대 악성(樂聖)' 가운데 1명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1945년 광복 뒤엔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구락부장·협주단장 등으로 활동하며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만들었고, 한국전쟁(6·25전쟁) 시기엔 중국 인민지원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활동을 했다. 1956년 중국으로 귀화한 정율성은 2009년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선정한 '신(新)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오른쪽)이 8월 28일 전남 순천역 광장에서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고병현 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법률 검토 착수,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 검토 중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총 48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완료할 방침이었다.

보훈부는 이 같은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광주시의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으며,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한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법 184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자체의 사무에 대해 조언 또는 권고나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188조는 지자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주무 장관이 서면을 통해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만약 지자체장이 시정하지 않으면 명령이나 처분을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도 있다.

박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호남의 어린 학생들이 조국을 위해 펜 대신 총을 들었고, 목숨을 건 혈투 끝에 차디찬 전장의 이슬로 스러져 갔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자유 대한민국을 사수하겠다는 정신, 바로 이게 호남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호남학도병들의 우국충절을 기억하고, 학생과 국민이 호남학도병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계승할 수 있도록 순천역 광장에 현충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보훈부에 따르면 순천역 광장은 6·25전쟁 시기였던 1950년 7월13일 순천·여수·광양·벌교 등 호남지역 17개 학교 180여명이 혈서(血書)로 입대지원서를 쓰며 학도병 출정식을 진행했던 장소다. 이는 당시 전국 최대 규모였다.

박 장관은 이날 순천역 방문에 앞서 순천 매산고등학교(옛 매산중학교) 교정 내에 있는 6·25전쟁 당시 학도병들의 참전기념비와 학교 정문 옹벽의 충혼 벽화에 각각 헌화했다. 해당 참전기념비엔 이 학교 출신 학도병 30여명, 또 벽화엔 순천 지역의 참전 학도병 5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한국군과 유엔군을 욕되게 하는 상식적이지 못한 일

전문가 그룹에선 독립과 건국에 앞장서고 국가안보와 발전에 기여한 우리 애국지사도 아직 기리지 못한 분들도 많은 상황에서 6·25전쟁에서 침략군인 북한 조선인민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을 위해 작곡까지 한 인사를 대한민국에서 기리는 것은 국민의 안보의식 잠식 뿐 아니라, 6·25전쟁에서 자유 수호를 위해 싸운 한국군과 유엔군을 욕되게 하는 상식적이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정율성 논란의 본질은 역사 외면과 비정상적 사고에 기인한다"며 "북한과 중국의 회색지대 공세에 도움을 주는 행태"라고 진단했다.

정율성이 침략군의 행진곡과 군가를 작곡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유를 침탈하려 했던 진영에 섰던 인물임은 분명하다. 그를 기리는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역사를 외면하거나, 은근슬쩍 왜곡시키려는 행태라는 오해를 받기십상이라는 것이다.

반 교수는 "북한과 중국은 남남갈등을 부추겨 안보의식을 약화시키고 한미동맹에 흠집을 내는 목적으로 회색지대 강압을 벌여왔다"며 "북·중의 이러한 회색지대 공세를 한국이 알아서 도와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안보에 대한 우려까지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율성 공원이 조성된다면 그것은 일류보훈이 아닌 삼류보훈의 모습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세계 최고수준의 보훈을 지향하며 일류보훈을 추진 중인데 적군에 속했던 인물을 기리려는 행태는 애국 영웅들을 폄훼하는 삼류보훈의 모습일 것이란 비판이다.

그러면서 "정율성 공원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발언은 애국지사를 욕되게 하더라도 관광으로 돈벌이만 된다면 문제없다는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관광 활성화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역사와 애국지사는 반드시 지켜낸다는 의지가 정상적인 사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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