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훈 국제금융센터 부장 “피크차이나는 맞지만 중국 경제 영향력은 줄지 않을 것”

박채영 기자 2023. 8. 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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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금융센터에서 비구이위안 디폴트 사태 등으로 인한 부동산 발 중국 경제위기에 대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부동산 시장이 위기를 맞으면서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로 꼽히던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지난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적 전환기에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처럼 금융권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미국과 비교해 중국에서 부동산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은 위험요인”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중국 경제가 정점을 지났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에 대해서는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측면에서는 피크 차이나가 맞다”면서도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치훈 부장과의 일문일답

중국 부동산 위기는 왜 생겼나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사태 등 중국 부동산 위기는 왜 발생했나?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20년 8월부터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응해 부동산 개발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다. 정부의 의도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디레버리징 효과가 커져버렸다. 경기가 악화된 것은 중국 정부가 무리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 중심지 상해를 봉쇄하고, 그 전에 알리바바 등 IT기업을 규제하면서 민간의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 컸다.

-그렇다면 그 전에 중국의 부동산 시장 과열, 소위 부동산 버블은 왜 생겼나?

“중국은 2000년대 초 대외개방을 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은 도시화율이 낮았고 낙후된 지역이 많았다. 부동산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효과도 컸다. 중국 1년 GDP 성장률이 10%대였을 때, 그중 4분의 1은 부동산 기여분이었다. 또 중국의 토지는 국유지라서 도시가 확장되면 그 이익이 정부에게 돌아갔다. 특히 세수가 부족한 지방정부에게 부동산 개발은 구세주였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수입 중 약 20%는 토지사용권 매각에서 나왔다. 올해는 이 비중이 12%까지 줄었다.”

-지난 21일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을 0.10%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5년 만기 LPR은 동결했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부양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부동산 시장 부양 의지가 약하다기보다는 환율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것 같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완전히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이 LPR을 0.1%포인트라도 인하했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국내 경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 쪽으로 이미 바뀌었다고 본다. 지난해 말부터 계약금 비율 하향조정, 보조금 지원 등 수요 촉진에 맞춘 정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정치국 회의에서는 ‘부동산은 투기에 대상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7년 만에 삭제했다.”

중국 장쑤성 전장시의 한 건물 위에 최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로고가 세워져 있다. AFP연합뉴스
비구이위안 사태는 ‘중국판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번질까

-중국 부동산 시장은 회복될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지금 중국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 전환기에 있다. 주택공실률 급증으로 추가 하락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하고, 출생률이 줄고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주택 수요도 연간 3%씩 줄고 있다. 또 중국 부동산 가격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세계에서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n)’이 가장 높은 도시 10개 중 5개(상해·선전·쑤저우·광저우·베이징)가 중국 도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일시적으로 안정될 수는 있어도 항구적으로 회복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최근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시작된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질까?

“미국에서 시작된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기에는 차이가 있다. 부동산 위기라는 점은 같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이 많은 점이 위기를 키웠다.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이 서로 연결되고 연결되면서 연쇄 부도가 일어났다. 중국은 그런 파생상품은 없다. 또 현재 중국의 기존 주택 가격은 2021년 8월 최고치에서 6% 떨어진 수준으로 급락한 수준은 아니다. 중국의 GDP 대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비율도 33.4% 정도로 미국(42.0%)보다 낮다.

-그럼에도 중국 부동산 위기가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더 위험한 부분도 있다. 중국은 부동산이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중국 투자의 24%는 부동산 관련이고,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미국은 이 비중이 30%밖에 되지 않는다. 또 중국 정부도 토지사용권 매각에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도 부동산 관련 업종의 비중이 25%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의 투자, 소비에 영향을 줘 경기 전체에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

소비·투자·생산 모두 둔화되 중국…피크차이나?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구이위안 디폴트 사태 등으로 인한 부동산 발 중국 경제위기에 대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7월 중국 CPI가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혹은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내려가고 성장이 마이너스 수준에 가까워져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4.5~4.8%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0%대 성장률을 보였던 일본식 장기침체와는 다르다. 또 중국은 일본에 비해 내수 시장이 막대하다. 소비 지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소비가 계속 늘고는 있다. 지금 중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중속 성장에서 중저속 성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2030년에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3%대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인데,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4%대로 올라갈지, 혹은 2%대로 떨어질지가 관건이다.”

-내부적으로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고, 대외적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시나?

“중국 정부의 재정 여력은 축소된 상태다. 예전에 중국 정부는 도로를 깔고, 건설을 하면서 위기를 극복해왔는데 이제 그럴 여력이 줄었다. 이제 중국도 투자 효율성이 높은 차세대 산업 육성하고, 정부 투자 대신 소비 위주의 성장으로 돌아서고, 빈부격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국유기업 개혁을 포함한 경제 구조개혁의 성공 여부에 따라 2030년까지 장기 성장률이 1.5%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정점을 지났다는 ‘피크 차이나’론도 나오고 있다.

“피크 차이나도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측면에서는 ‘피크 차이나‘가 맞다. 하지만 성장률이 꺾여서 중국 경제의 영향력이 적어질 것이라는 점은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이미 너무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8년까지 중국이 세계 GDP 기여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11.3%)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중국 내수 시장이 소비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여전히 절대적이다.

-한국은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이미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이 ‘탈중국‘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탈중국은 경제 구조적으로 어렵다. 한국은 수출 외에도 공급망, 상업투자, 외환투자에서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중국 수출이 줄어든다고 ‘탈중국’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커지고 있고 한국은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가 넘는다. 특히, 반도체 수출의 60% 이상이 대중국 수출이다. 다만, ‘디리스킹’이라고 할 때, 공급망을 다변화해서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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