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나면 완전히 달라 보인다

한겨레 2023. 8. 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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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인 준혁이가 학교 화장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가 걸렸다.

준혁이가 말한 것 중에 '두려움'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다.

준혁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공부를 포기했다고 했다.

준혁이를 직접 보기 전에 준혁이는 그저 학교에서 담배를 반복적으로 피우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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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쌤의 마음 톡톡]연재 ㅣ 괴짜쌤의 마음 톡톡

고등학교 2학년인 준혁이가 학교 화장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가 걸렸다. 벌써 세번째다. 봉사활동과 상담 처분을 받아 만났다. 검은색 바지에 후드티 차림에서 멋쟁이 냄새가 났다.

소파에 앉은 준혁이에게 음료를 주면서 “와 잘생겼는데! 영화배우 해도 되겠다”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바로 “배우가 꿈”이라고 답했다. “그래, 연예인 같다”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자리를 상담 테이블로 옮겨 팔씨름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반에서 자기가 힘이 제일 약하다며 엄살을 부렸다. 오른손, 왼손 모두 내가 이겼다. 이어서 간단한 놀이 몇 가지를 했다. 준혁이는 기분이 좋은지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활짝 웃었다.

준혁이에게 상담실에 오기 전과 후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물었다. 오기 전에는 혼날 생각에 두려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재미있고 편안하지만 죄송하다고 했다. 준혁이가 말한 것 중에 ‘두려움’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다. 살면서 두려웠던 적에 대해서 물었다. 초등학교 때 늦은 밤까지 엄마가 안 들어와서 두려웠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담배 피우다가 부모님께 걸렸을 때,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자다가 늦었을 때 미안하고 두려웠다고 했다.

이어서 두려움의 반대를 묻자 “재미”라고 답했다. 재미있었던 기억에 대해서 물었다. 지난해에 연극 공연이 끝나고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우리 아이가 대인기피증에 걸려 여기 오는 걸 두려워했는데 공연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고 얘기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으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공연을 마치고 나서 받는 박수 소리도 너무 좋았다고 했다. 또 조용히 집에서 혼자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도 재미있다고 했다.

준혁이 꿈은 영화배우라고 했다. 배우가 되는 데 장애물은 연기력과 어휘력 부족이라고 했다. 오늘부터 당장 해야 할 일은 독서라고 스스로 말했다. 자기 전 30분 동안 책을 읽겠다고 다짐했다. 책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겠다는 약속도 했다. 다음날 읽은 책 표지를 핸드폰으로 찍어서 문자로 보내왔다. ‘매일 저녁 책을 읽겠습니다’ 라는 메시지도 함께 왔다.

준혁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공부를 포기했다고 했다. 공부를 포기하니 몸은 편한데 마음은 불편하다고 했다. 영어와 수학이 어려워 공부하기가 싫었다고 했다. 또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이 사이가 안 좋아 마음의 상처를 많아 받아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며 마음속 이야기를 했다. 상담을 마치고 상담 소감을 물었다.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나 역시 준혁이를 만나기 전과 후가 달라졌다. 준혁이를 직접 보기 전에 준혁이는 그저 학교에서 담배를 반복적으로 피우는 아이였다. 만나고 난 뒤에는 ‘담배 피우는 역할을 연습하는 배우’로 보였다. 나 역시 담배를 끊었듯이 준혁이도 때가 되면 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세히 알고 나니 준혁이의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나태주 시인의 말이 맞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방승호 모험상담연구소 소장 hoho61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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