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찾은 美 '4호' 장관 "안정적 경제관계 중요…안보는 협상 안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하고 미·중 간 안정적 경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보도 강조하며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위험 제거)으로 달라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올해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4번째 장관급 인사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28일 중국 베이징 상무부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과의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28일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오전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을 만나 "미국은 건전한 경쟁을 추구한다"면서 중국의 경제 발전을 방해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면서 "이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며 전 세계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미·중 관계에 대해 "복잡하면서도 도전적인 관계"라면서 "우리는 특정 사안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직접적이고 개방적이며 실용적이라면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 안보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양국 간 무역의 많은 부분이 영향을 받아선 안 되며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 역시 "미·중 경제 관계는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며 "우리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양국의 교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건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3개월 사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 존 케리 기후특사에 이은 4번째 미국 고위급 인사의 방중이기도 하다.

외신은 러몬도 장관이 이번 중국 방문 동안 미·중 무역 관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무부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와 관세 부과 등을 직접 담당하기 때문에 러몬도 장관의 방중 성과에 이목이 쏠린다. 러몬도 장관이 양국 간 수출 규제와 무역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실무그룹 구성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몬도 장관이 30일까지인 방중 기간 수출 규제 등과 관련해 미·중 관계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만들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조 리우 미국외교협회의 중국 연구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 고위 관리들은 잇따라 중국을 찾지만 중국 고위 관리들은 아직 미국을 찾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러몬도 장관이 방중 기간 얻을 수 있는 결실이 많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의 협력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두 나라의 목적과 우선순위는 다르다"며 "중국은 아마 수출 규제 완화와 관세 폐지 등에 관심이 있겠지만 이 중에서 러몬도 장관이 결정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덧붙였다.

28일 베이징 상무부에 마련된 미중 상무장관 회담장의 모습/AFPBBNews=뉴스1

27일 밤 베이징에 도착한 러몬도 장관은 나흘간 방중 일정을 소화한다. 29일까지 베이징에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을 만난 뒤 상하이를 향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몬도 장관이 미국 월트디즈니와 중국 션디그룹이 합작 투자한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러몬도 장관은 미·중 간 여행 부문에서 협력이 강화되길 바라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인 관광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300억달러어치 경제 효과와 5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편 러몬도 장관의 방중을 통해 보잉의 대중 항공기 인도가 재개될지도 주목된다. 중국은 2019년 보잉의 737맥스 추락 사고 후 보잉사의 항공기 인도를 전면 중단한 뒤 풀지 않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2021년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들의 수백억달러어치 보잉 항공기 구입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