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 비싼 '자릿세' 부담에 결국…"케이블 TV 떠난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홈쇼핑업계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는 수수료 부담에 따라 방송 송출 중단을 택하며 하나둘씩 TV를 떠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9월 말부터 유료방송사업자인 LG헬로비전에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CJ온스타일도 LG헬로비전과의 협의 기간이 종료됐으며, 추가적인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르면 10월부터 방송이 중단될 예정이다.
송출 중단이 현실화되면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 충남, 경북 등 23개 지역 368만 가구가 TV를 통해 두 회사의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앞서 롯데홈쇼핑도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에 오는 10월1일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고지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딜라이브 강남 채널에서 당사 판매 수수료보다 송출 수수료가 높아 지속 적자 상황으로, 지난해부터 채널 번호 이동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 회사의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홈쇼핑업계의 '탈(脫) TV' 행보는 채널 편성 대가로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송출 수수료' 부담이 주 요인이다. 홈쇼핑사의 영업이익은 매년 하락세이나, 송출 수수료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송출 중단을 택한 롯데홈쇼핑의 2분기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8% 급감했다. 2014년 채널 재승인 당시 임직원 범죄 행위를 뺀채 허위 보고한 것이 뒤늦게 발각돼 올 초부터 6개월 간 새벽 방송 정지 처분을 받은 영향이다. 현대홈쇼핑도 TV시청률 저하로 같은 기간 70.3% 감소한 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송출 수수료는 매년 증가세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개 TV홈쇼핑 사업자가 지불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이는 방송 매출액의 65.7%를 차지한다. 2013년(28.3%) 대비 10년만에 2.3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홈쇼핑업체는 그동안 송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유료방송사업자들은 홈쇼핑의 핵심 매출인 모바일 매출을 포함하면 송출 수수료율은 30%대라고 반박하며, 수수료 유지 또는 인상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업계 간 팽팽한 의견차에 따라 지난 3월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수수료 적정성을 검토하고 사용 계약과 관련한 갈등 해결을 돕는 기구인 '대가 검증 협의체'를 개정한 것이 골자다. 다만, 이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송출 수수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송출 중단으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S샵과 NS홈쇼핑 등도 "협상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협상이 순탄치 않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말해주고 있듯 홈쇼핑 사업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며 "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협상이 진행되는 것은 물론 홈쇼핑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하에 송출 중단이 결정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케이블TV의 경우 방송 취급고 기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송출 수수료가 인상될 경우 이에 대한 부담이 중소기업에게 가중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어, 홈쇼핑사들이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홈쇼핑업계는 수익 개선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해 온라인 영역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CJ온스타일은 최근 숏폼(Short form:짧은 영상) 콘텐츠를 시작했다. 2025년까지 숏폼과 TV,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유튜브 등을 연계해 영상 기반 큐레이션 콘텐츠 UX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앞광고 제작소'를 방영하고 있다. 브랜드와 할인을 협상하는 과정을 담은 웹 예능이다. 할인 적용된 상품은 온라인 플랫폼 '현대H몰'에서 판매한다. 롯데홈쇼핑도 이달부터 방송인 강남이 출연해 가격 할인에 사은품 증정까지 협상하는 유튜브 예능 '덤덤'을 공개하며 변화에 나섰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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