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덮친 '이념 논쟁'…여야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문창석 기자 2023. 8. 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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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 역사공원·독립운동가 흉상 이전 놓고 갈등 커져
여당 일각 "매카시즘·이념 과잉"…민주 "역사 폄훼" 비판
28일 오후 광주 남구 정율성 거리 전시관 앞. 2028.8.28/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작곡가 정율성 역사공원의 조성 추진과 홍범도 장군 등 공산당 활동 이력이 있는 독립운동가의 흉상 이전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격해지고 있다. 정부가 행동에 나서자 여야는 둘로 쪼개지며 '이념 논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여권 관계자는 28일 뉴스1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추진과 관련해 "보훈부에서 법률검토, 헌법소원을 포함해 여러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광주광역시가 지난 2018년부터 사업비 48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정율성 기념공원' 건립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항일 투쟁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간 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바 있다.

국방부도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이회영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과 용산구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방부는 이들이 항일 운동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산당 활동 경력이 있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이념 논란도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행사에서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고 하면 그 새는 떨어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발언만 놓고 보면 진영 간 통합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오른쪽 날개(보수)는 제대로 앞으로 가고 있는데 왼쪽 날개(진보)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치권은 '이념 논쟁'을 벌이며 둘로 나눠진 상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율성은 직접 중국군 일원으로 참여해 전선 위문활동을 펼치고 중국으로 귀화했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입장에선 영웅일지 몰라도 우리 입장에선 6·25 참상에 일조한 인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28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정율성을 기리는 공원을 만드는 건 국가의 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선 "국방부가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립군 흉상을 제거한다는 논란이 발생한 걸 보니 박근혜 정부 때 국정교과서 논란이 생각난다"며 "건국절 논란, 친일 논란, 국정교과서, 이제는 독립군 흉상 제거다. 윤석열 정권이 걱정된다.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란 말을 상기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정율성 기념공원 논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정율성을 보며 공산주의를 찬양하고 미화하지 않는데 이 정권은 국민의식이 공산주의에 물들고 용인하는 것이라고 한다"며 "우리 사회가 이룬 역사를 폄훼하고 시민의식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에서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의 흉상이 놓여있다 (육군사관학교 제공) 2018.3.1/뉴스1

이 같은 이념 논쟁으로 여야가 둘로 쪼개진 상황에 대해 여야 내부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한다"며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의 이념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며 "친일매국에 대해선 지나치게 눈감고 종북좌익에 대해서는 일제시대 이력까지 끄집어 내 매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념 편향이고 이념 과잉"이라고 비판했다.

현직 여당 최고위원도 비판에 합류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8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던 일들에 대한 약간의 조정 과정들을 국방부, 육사가 추진한 게 아닌가 싶은데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이념 편향으로 논쟁을 벌이는 상황이 문제라고 본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이력을 명분으로 내세우는데, 21세기에 독립운동을 하게 생겼다고 자조하는 여론들이 많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자꾸 반공 이데올로기 역사 전쟁을 거는 것 같다"며 "박근혜 정부도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한 후 이를 기점으로 급격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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