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25주년… 자산 10배, 재계 2위로 껑충
반도체 이어 배터리·바이오에 힘
ESG 등 사회적 가치 실현도 선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음 달 1일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는다. 재계에서 ‘뚝심 경영인’으로 통하는 최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인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성장하려면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SK그룹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일궈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은 1998년 8월 26일 부친인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타계하면서 38세의 젊은 나이로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외환위기로 어려웠던 시기였던 만큼 최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딥체인지를 화두로 제시했고, 대규모 투자와 해외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면서 그룹 체질을 바꿔왔다.
SK그룹의 자산과 매출 규모는 성장을 거듭하며 작년에는 국내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라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자산 규모는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32조8000억원에서 올해 5월 327조3000억원으로 10배가량 늘었다. 매출은 3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24조2000억원으로 6배, 영업이익은 2조원에서 18조8000억원으로 9배가 커졌다.
최 회장은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 그린·첨단 분야로 확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하이닉스 인수·합병(M&A)이다. 지난 2012년 회사 안팎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강행했다. 이후 연구·개발(R&D),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한 덕분에 하이닉스는 SK그룹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핵심 계열사가 됐다.
배터리, 바이오 분야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최 회장의 지지 덕분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은 국내외 배터리 시장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2017년 SK온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1.7기가와트시(GWh)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88GWh로 50배 수준이 됐다. 북미, 유럽, 중국에서 증설이 진행 중인 만큼, 시장 내 입지는 앞으로 더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분야는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19년에는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등 신약 2개를 개발했다. 2017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CMO)을, 2018년에는 미국의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앰팩(AMPAC)을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 SK바이오팜 신약개발 태스크포스(TF)에는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합류해 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SV)를 실천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이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와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룹 경영관리체계에 SV 관련 조항을 명문화하는 것은 물론 최 회장 본인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는 2021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이어 지난해 5월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을 맡으면서 사회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SK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도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지난 2020년 11월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그룹 8개 계열사는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했다. 이후 2021년 6월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최 회장은 SK그룹 차원에서 넷제로(탄소배출량 0)를 2050년 이전에 조기 달성할 것을 주문했다.
그동안 사업을 키우면서 커진 재무 부담은 앞으로 최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이어가면서 회사 안팎에선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에너지·화학 등 주력 사업 실적 부진에 대한 불안감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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