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NC, KT의 KIA 그리고 LG와 KT[안승호의 PM 6:29]
지금은 리얼리티 스포츠 예능 최강야구(JTBC) 몬스터즈 주력타자로 뛰고 있는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의 오래전 이야기 하나. 박 위원은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에 데뷔한 2002년 광주 원정길이 유난히 가벼웠다. 박 위원은 당시 KIA만 만나면 타격 흐름이 살아나는 경향을 보였다. 동네방네 소문낼 일은 아니었지만, KIA전에서의 누적 데이터를 스스로 체감하며 확신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박 위원은 당시 KIA 외국인 에이스와 다름없던 마크 키퍼를 만나면 타이밍이 딱딱 맞았다. 키퍼는 그해 19승(9패)을 거둔 리그 대표 투수였다. 하지만 신인타자 박용택을 만나면 고전했다. 박용택의 리듬과 키퍼의 리듬이 함께 호흡하듯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 박 위원은 입단 첫해, KIA전에서 상대 주포 중 한명으로 같은 왼손타자이던 장성호(KBSN스포츠 해설위원) 선배가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본인 스윙 리듬이 좋아지곤 했다. ‘스나이퍼’로 통한 장 위원은 오른발을 높이 들었다가 내려놓으며 타이밍을 잡곤 했다. 박 위원은 장성호 선배가 타석에서 스윙하는 것을 보면 특급 레슨이라도 받은듯 타격 밸런스가 좋아졌다. 박 위원이 그해 플레이오프 KIA와 5차전에서 상대 선발로 나온 키퍼를 상대로 홈런 2개를 때리면서 플레이오프 MVP까지 된 것은 어쩌면 필연적 결과였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의 반복된 승부의 누적으로 승패를 가리는 경기다. 결국에는 투타 ‘상대성’의 경기다. 또 투타 상대성이 쌓이면서 팀간 전적까지 패턴화된다.
올시즌 선두를 내달리고 있는 LG는 지난 주말 NC와 3연전을 모두 내줬다. 둘째날 경기에서는 심판이 타구에 맞아 승패에 영향을 받는 불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NC와 시즌 상대 전적도 6승8패로 밀리게 됐다. LG가 시즌 상대전적에서 열세인 유일한 팀이 생겼다.
다만 LG가 다른 팀과 경기와 달리 NC전에서 고전하는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NC전에서는 주력투수들이 유난히 부진했다. 에이스 아담 플럿코가 2경기 평균자책 1.64로 괜찮은 지표를 찍었지만, 지난 주말 등판에서는 좌측 내전근에 불편함을 느끼고 4이닝만 버티고 1실점 (6안타)을 기록하면서 강판했다. 또 임찬규는 1회 헤드샷으로 아웃카운트조차 잡지 못한 이번 등판을 포함해 3경기 평균자책 8.25로 NC전이 어려웠다. 케이시 켈리 또한 1경기 등판뿐이었지만 평균자책은 7.50. 지난 주말 최원태마저 4이닝 11실점(9자책)으로 무너진 LG 선발진의 올시즌 NC전 평균자책은 6.19에 이른다.
LG를 따라붙고 있는 KT 또한 상대 전적에서 열세를 보인 곳이 한 팀뿐이다. KT는 KIA만 만나면 어려운 경기를 하면서 2승7패로 밀렸다. KT 투수들은 KIA만 만나면 대체로 힘을 쓰지 못했다. KT의 시즌 평균 자책은 4.03. 그런데 KIA전 평균자책은 5.42에 이른다. 또 불펜 자책 7.33을 기록할 만큼 경기 후반 승부가 특히 어려웠는데 마무리 김재윤은 3경기 1.2이닝 6실점에서 세이브 없이 1패만 남겼다. 전천후 불펜 주권이 7.1이닝 4안타 1실점으로 대체로 호투했는데 박빙 상황은 적었던 것은 들여다볼 대목이다.
팀당 경기수가 100경기를 훌쩍 넘은 시즌 후반기의 중반. 시즌 데이터가 쌓이면서 효용성도 커지는 시간이다. 더구나 9월10일 이후 재편성 경기 일정이 시작되면, 팀별 경기수와 휴식일도 달라진다. 로테이션대로 돌아가는 야구가 아닌, 각 팀 벤치가 개입하고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
5승5패로 백중세인 LG와 KT의 잔여 6경기도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올해 데이터로는, LG는 KT전에서 선발 평균자책이 7.65로 나빴지만, KT전 5경기 6.1이닝 4안타 무실점의 함덕주, KT전 4경기 4.1이닝 2안타 무실점의 유영찬 등 불펜투수둘이 대체로 괜찮았다. 반대로 KT는 LG전 평균자책이 5.58로 강점인 마운드의 힘을 살리지 못했지만 4경기 4승 평균자책 0.71의 웨스 벤자민이란 ‘필승 카드’를 만들었다. 다만 데이터상 한 선수 의존도가 크다는 것은, 불안요소가 될 수도 있다. 두 팀 맞대결에서는 선수별 상대성이 유난히 더 크게 나타나는 시즌이 되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의 선택이 승부로 직결된 영역도 넓어질 수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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