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덩어리’ 후쿠시마 핵연료봉 파편 어떻게 안전하게 꺼낸다는 걸까

박은하 기자 2023. 8. 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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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봉 파편 제거 방법 내년 초 결정
사람 투입 어렵고 제거에 기술적 난제
2045년까지 오염토 제거 문제도 남아
현지 언론 “일본 정부는 솔직해져야”
도쿄전력 직원이 26일(현지시간) 방류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교도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부흥’을 내걸고 후쿠시마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면서 도쿄전력은 미뤄 온 폐로 작업 진행에 한층 더 압박을 받게 됐다. 폐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오염수 방류는 ‘깨진 독에 물 붓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가 최대 100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로 작업의 핵심은 2011년 3월 냉각장치 고장에 이은 수소폭발 사고로 녹아버린 원자로 1~3호기의 핵연료봉과 핵연료봉 파편(데브리)을 제거하는 일이다. 도쿄전력은 사고 10년 만인 2021년 수조에 잠겨 있던 3호기의 핵연료 566개를 모두 꺼냈다. 1·2호기의 핵연료봉 반출은 올해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1호기에는 392개, 2호기에는 615개의 사용후 핵연료봉이 남아 있다.

현재 일본 정부의 폐로 작업 초점은 우선 3호기의 데브리 제거 작업에 맞춰져 있다. 데브리는 핵연료봉이 녹아서 원자로의 기존 구조물과 뒤엉킨 상태로 굳어진 상태로, 여전히 강력한 방사성 물질을 내뿜고 있다. 원자로 1~3호기의 데브리는 모두 880t으로 추정된다. 사고 원전의 데브리 반출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던 일이라 난제 중에서도 난제로 꼽힌다.

데브리가 퍼져 있는 핵연료봉 격납용기 내부의 방사선량은 사람이 들어가면 죽음에 이를 정도로 높다. 여전히 하루 90t의 오염수가 발생하는 이유도 빗물과 지하수가 원자로에 스며들어 데브리와 접촉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격조종 로봇을 통해서만 격납용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 원격작업의 한계로 현재까지 원자로 내부 구조가 정확하게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데브리 반출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이나 핵분열 연쇄 반응이 추가로 일어날 수 있어서 방지 대책도 필요하다.

일본 정부와 원전 발전사업자들이 출자한 기구인 원자력 손해배상·폐로 등 지원기구(NDF)는 데브리 제거 방법으로 ‘기중공법(気中工法)’과 ‘관수공법(冠水工法)’ 두 가지를 검토해 왔는데 최근 ‘충전고화공법(充塡固化工法)’이라는 새로운 방법도 내놓았다.

기중공법은 격납용기의 상부나 옆에서 연료 파편을 꺼내는 방식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공기 중 분진 등과 결합한 방사성 물질이 흩날릴 위험이 있다. 관수공법은 원자로 주변에 차단막을 설치한 다음 원자로를 통째로 수몰시킨 뒤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물로 방사선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건물 전체를 수몰시키는 방법이 가능한지가 아직 불확실하다.

충전고화공법은 격납용기에 콘크리트, 유리, 금속 등의 완충재를 흘려넣고 굳힌 후 굴착장치를 사용해 깎아내리는 방식이다. 기중공법을 보완한 것이다. NDF는 완충재로 굳히는 과정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차단할 수 있고 데브리가 추가 붕괴하는 위험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이 공법의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자로 내부 구조에 대한 정보가 적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적절한 완충재 개발도 필요하다.

NDF는 올 하반기 시범적으로 소량의 데브리 제거 작업을 해본 뒤 2024년 봄에 공법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후케다 도요시 NDF 연료파편취출공법평가 소위원회장은 지난 22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 세 공법의 우열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격납용기에서 꺼낸 데브리는 원전 부지 내 보관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부지 내 탱크 공간 부족을 이유로 오염수 방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 완료 시점을 최대 2051년으로 잡고 있지만, 데브리 제거 방법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염수는 계속 발생하고 방류 기간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사고 수습과 관련해서는 원전 부지 등의 방사능 오염토 제거 과제도 남아있다. 일본 정부는 도쿄돔 11개분에 달하는 1400만 세제곱미터의 오염토를 2045년까지 후쿠시마현 밖에 최종 처분하기로 약속했다. 오염토는 제염작업을 거쳐 방사능 농도를 떨어뜨린 뒤 도로나 제방공사나 농토 조성에 재사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받아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후쿠시마현 밖으로 반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폐로에 이르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마이니치신문 정치부장을 지난 야마다 다카오 편집위원은 28일 칼럼 ‘원전의 시간, 인간의 시간’에서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정부식 표현)의 방류에 30~40년이 걸린다고 하지만 녹아 떨어진 연료파편(데브리) 실태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데 2051년 설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오염수 처리에만 10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설도 소개하며 “원전을 둘러싼 시간의 흐름은 인간의 시간을 뛰어넘는다. 사고의 대가는 무겁다”며 “수십년 안에 제어 가능하다는 허구에 언제까지 매달릴 것인가. 기시다 총리도, 도쿄전력도 성실하게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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