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하회탈이 지배한 투어챔피언십…빅토르 호블란, 잰더 쇼플리 등
[골프한국] 2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GC(파70·7346야드)에서 끝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 투어챔피언십은 올해 PGA투어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 후보자들 간에 펼쳐진 불꽃 튀는 접전은 그야말로 '스타워즈'를 방불케 했다.
투어 챔피언십은 한 시즌 동안 쌓은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30명만 출전하는 PGA투어의 왕중왕전이다. 직전 대회인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까지 쌓은 포인트에 따라 보너스 타수가 차등적으로 주어진다. '페덱스컵 포인트'라는 별난 시스템으로 출발선이 다른 불합리에도 불구하고 보너스점수 격차를 좁히려는 선수들의 열망이 경기의 열기를 더했다.
세계 골프랭킹 5위 빅토르 호블란(25·노르웨이)이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뽑아내는 무결점 플레이로 7언더파 63타를 쳐 최종합계 27언더파 261타로 2위 잰더 쇼플리(29·미국)를 5타 차로 제치고 페덱스컵을 차지했다. 보너스 1800만 달러(약 238억 5000만원)의 돈벼락도 맞았다.
페덱스컵 포인트 2위로 8언더파의 보너스 타수를 받은 호블란은 10언더파의 보너스 타수를 받은 스코티 셰플러(27·미국)와 2타 차로 대회를 시작했으나 3라운드까지 10타를 줄이며 단독선두로 질주했다. 10언더파로 출발한 스코티 셰플러는 4라운드 내내 한 타도 줄이지 못했고 3언더파로 출발한 잰더 쇼플리(29·미국)는 1~3 라운드에서 11언더파, 마지막 라운드에서 8언더파로 데일리베스트를 기록하며 분전했으나 호블란의 무결점 플레이에 무릎을 꿇었다.
이번 투어챔피언십에서 필자는 많은 '하회탈'을 보았다. 승패나 순위를 쫓던 눈이 선수들의 얼굴에서 하회탈을 찾아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하회탈은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서 전승돼온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서 쓰이는 탈 즉 가면이다. 별신굿이란 마을 뒷산 서낭당에 올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굿 행사로 일종의 동제(洞祭)다. 별신굿을 마친 뒤 주민들이 마을에 모여 농악을 울리며 한바탕의 놀이마당을 펼치는데 이때의 절정이 바로 탈놀이다. 6마당으로 구성된 탈놀이는 12명의 광대들이 각시 할미 백정 파계승 양반 선비 등의 탈을 쓰고 등장,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사설과 동작으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의 쾌감을 안긴다. 국가무형문화재다.
빅토르 호블란의 얼굴은 영락없이 하회탈이다. 그중에서도 양반탈이다. 양반탈의 특징은 입꼬리는 위로 올라가고 눈꼬리는 아래로 쳐져 맘씨 좋은 아저씨가 웃는 모습이다.
호블란과 우승 경쟁을 벌인 잰더 쇼플리 역시 전형적인 양반탈의 모습이다. 구글에서 이미지를 검색해 밨더니 4위에 오른 로리 맥길로이, 공동 6위를 한 스카티 셰플러와 콜린 모리카와도 양반탈의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상위권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선수들의 얼굴이 양반탈을 닮았다는 것은 내게는 의미심장하다. 그만큼 경기를 하면서 생기는 희로애락의 마음을 다스려 미소로 우려내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빅토르 호블란의 이런 모습을 발견하고 나니 그의 골프 여정이 달리 보인다. 2020년 PGA투어에 뛰어들었으니 이제 겨우 4년 차인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에 이어 최종전 투어챔피언십까지 차지하는 등 통산 6승을 올렸다면 예사롭지 않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태어난 그는 11세 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엔지니어로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일하면서 골프채를 사서 보내준 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태권도와 축구와 함께 골프를 즐기던 그는 아예 아버지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에 몰입, 2018년 노르웨이인 처음으로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이듬해 마스터스에도 출전했다. 2019년 프로로 전향 후 참가한 US오픈에서 12위에 올라 유망주로 부상했다.
대회 사상 처음 3명이 출전해 기대를 모았던 한국선수 중에는 김주형과 김시우는 최종합계 6언더파로 공동 20위에 올랐고, 임성재는 24위(3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김주형과 김시우는 62만 달러(8억 1902만원), 임성재는 56만 5000달러(7억 4636만 5000원)의 보너스를 챙겼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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