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이 정도면 됐어”… ‘은퇴’ 정찬성 딸의 일기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격투기 선수 ‘코리안 좀비’ 정찬성(36)이 27일 은퇴를 선언했다. 정찬성의 딸은 일기에서 “괜찮다”며 아버지를 위로했다.
정찬성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딸이 쓴 일기를 찍은 사진과 함께 “왜 이렇게 큰 거니”라는 글을 남겼다. 정찬성은 아내 박선영(39)씨와 사이에 2녀 1남을 두고 있다.
정찬성의 딸은 “오늘 엄마 아빠가 온다”며 “그래서 왕관도 만들고, 목걸이도 만들고, 풍선도 달았다”고 썼다. 그는 “어제 경기에서 (아빠가) 비록 졌지만 나는 2라운드에서 질 줄 알았는데 3라운드까지 갔다”고 했다. 이어 “근데 첫 인터뷰가 ‘그만할게요’(였다)”며 “괜찮아!!”라고 했다.
딸은 “아빠랑 놀러 갈 수도 있고, 놀이공원도 갈 수 있다”며 “이 정도면 됐다”고 기특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아무튼 (엄마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해야지”라고 했다.
이날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페더급 경기에서 정찬성은 3라운드 KO로 패했다. 상대는 현 페더급 1위 맥스 홀러웨이(31‧미국)였다. 정찬성은 경기가 끝난 뒤 마이크를 건네받자 떨리는 목소리로 “그만할게요”라고 말했다. 인터뷰 후 정찬성은 글러브를 벗어서 옥타곤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그곳에 큰절한 후 어깨를 들썩이며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눈물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정찬성은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든 걸 이루진 못했지만 충분히 이룰 만큼 이뤘고, 제 머리 상태에서 더 바라는 건 욕심 같아 멈추려고 한다”며 “제가 해 온 것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아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뭘 할지 모르겠지만 뭘 해도 최선을 다하고, 진심으로 해보려고 한다”며 “그동안 코리안 좀비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2007년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들어 16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정찬성은 한국 격투기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선수다. 그는 UFC 페더급 타이틀 매치를 두 차례나 치렀다. 두 번 다 패하긴 했지만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UFC 타이틀전을 경험했다.
정찬성의 몸은 경기 전부터 성치 않았다. 그는 홀러웨이와의 경기를 앞두고 “아픈 곳이 너무 많다. 이제 나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면서도 “이것도 이겨내야 하는 게 선수”라고 했다. 2020년에는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에 눈 수술을 받기도 했다.
정찬성에게 “꼭 싸워보고 싶었던 선수”라며 도전장을 내민 홀러웨이는 경기 후 정찬성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홀러웨이는 경기 후 인스타그램에 “옥타곤을 코리안 좀비와 함께 공유하게 돼 영광”이라며 “남자, 신화, 전설”이라고 정찬성을 표현했다. 홀러웨이는 “진정한 무술가답게 격투계에서 자신을 지켜오는 모습을 겸손과 존경심을 갖고 봤다”며 “길을 열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