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데온 RX 7800 XT·7700 XT로 엔비디아 빈자리 노린다
그래픽 카드의 연산 처리 장치인 GPU(Graphic Processing Unit)가 게이밍 및 작업 용도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에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그래픽 카드 시장도 큰 변화를 맞았다. 몇 세대 전만 해도 게이밍 그래픽 카드는 등급별 분류에 수요 공급만 맞추면 되었으나, 지금은 인공지능용 제품 수요가 게이밍 그래픽 카드의 공급을 쥐고 흔드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유튜버 ‘Moore’s Law is Dead’는 엔비디아가 데이터 센터용 GPU인 H100을 생산하기 위해 일반 게이밍 용 RTX 4080 및 4090의 생산을 중단하고 가격을 조정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소비자용 게이밍 그래픽 카드 시장에 소홀한 이유는 데이터 서버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윤이 적고, 시장 규모도 작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데이터 센터 매출액이 103억 2천만 달러, 게이밍 매출액은 24억 9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 몇년 간 메인스트림, 엔트리 급 그래픽 카드 출시에 소홀했고, 이제는 고사양 그래픽 카드에도 손을 대는 것이다. 1위 사업자인 엔비디아가 게이밍 그래픽 카드 시장을 홀대하면서, 반대로 2위 사업자인 AMD가 게이밍 시장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AMD, RTX 4070 빈자리 노린 RX 7800 XT 공개
지난 4월에도 엔비디아가 판매 부진을 이유로 RTX 4070의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나온 바 있다. 이어서 나온 RTX 4060과 4060 Ti 역시 메모리 대역폭이 부족해 전작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면을 보여 게이머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AMD가 28일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게임스컴 2023에서 AMD 라데온 RX 7800 XT 및 RX 7700 XT를 정식 공개했다. 두 제품은 RX 7900 XTX 및 7900 XT의 아래, RX 7600의 윗 급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엔비디아 시리즈의 RTX 4060 Ti 및 RTX 4070과 견줄 수 있다.
두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시장에서 최신 게임을 QHD(2560x1440) 144프레임으로 즐길만한 적절한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RTX 4080 및 4090, 그리고 RX 7900 XTX 등의 하이엔드 제품군이라면 QHD 144프레임 대응에 문제가 없지만, 4K 60프레임에 더 적절한 성능이다. 즉 비용 측면에서 과다하고, 또 4K 60프레임이 되는데 굳이 QHD 144Hz로 쓸 이유도 없다. 그렇다고 RX 7600이나 RTX 4060 등의 메인스트림 급 제품은 FHD에선 충분해도 QHD 해상도는 애매하다. 엔비디아의 라인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적절한 대안이 등장한 셈이다.
AMD 라데온 RX 7800 XT와 RX 7700 XT 모두 AMD RDNA3 그래픽 아키텍처를 탑재하며, 2세대 대비 두 배 이상의 인공지능 성능을 발휘한다. RX 7800 XT는 60개의 컴퓨트 유닛과 256-bit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16GB GDDR6 메모리를 탑재하며, RX 7700 XT는 54개의 컴퓨트 유닛과 192-bit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12GB GDDR6 메모리를 탑재한다. 권장 파워 서플라이는 RX 7800 XT과 7700 XT 모두 700W다. 자세한 제품 성능 및 가격 정보는 오는 9월 6일 공개 예정이다.
신형 업스케일링 기술로 고주사율 대응 나서
AMD의 업스케일링 기술인 AMD 피델리티 FX 슈퍼 레졸루션 기술(이하 AMD FSR)도 3세대로 업그레이드됐다. AMD FSR은 게임 그래픽 성능 및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술로, 게임 플레이 시 그래픽 카드가 낼 수 있는 성능보다 더 높은 수준의 해상도와 프레임을 낼 수 있도록 해준다. 원리는 실제로 필요한 해상도보다 작은 화면을 생성한 다음 알고리즘을 거쳐 품질 저하를 최대한 줄여 화면을 늘리거나,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을 묶어서 하나로 처리하는 식이다. AMD RDNA2 기반 제품까지는 FSR 2.0를 지원했고, 이번 RDNA 3 아키텍처 제품부터 AMD FSR 3.0를 지원한다.
AMD에 따르면, FSR 3.0은 이전 세대 대비 최대 2배의 성능을 발휘하며, 게이머에게 더 높은 프레임 속도와 낮은 대기 시간을 제공한다. 또한 개발자 접근성을 끌어올리고 기존 FSR 2.0을 FSR 3.0으로 쉽게 변환할 수 있도록 한다. 눈여겨볼 점은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추가로 생성된 프레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부드럽게 처리하는 이미지 보간 기술이 추가됐다. 이번에 추가된 이미지 보간 기술은 과거 VEGA 아키텍처까지는 지원했으나, RDNA부터 지원이 종료된 ‘플루이드 모션’ 기술을 응용한 방식이다.
아울러 AMD는 오는 9월 6일부터 AMD 라데온 초고해상도(슈퍼 레졸루션)과 라데온 지연방지(안티랙), 라데온 부스트 등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AMD HYPR-RX 기능을 선보인다. 이 기술은 FSR 3.0이 제공하는 것보다는 품질이 조금 떨어지지만, FHD 해상도를 4K로 활용하는 수준의 성능 향상을 제공하고, 프레임 저하나 대기시간을 상당히 줄인다. 해당 기능은 지연방지 기능을 지원해야 하므로 AMD 라데온 RDNA 3 아키텍처를 탑재한 AMD RX 7000 시리즈에서 지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RDNA 3가 탑재된 AMD 내장 그래픽에서도 AMD HYPR-RX가 지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춤하는 엔비디아, 공세 나선 AMD
베데스다 스튜디오의 스타필드가 오는 9월 6일 발매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베데스다 측이 공개한 최소 사양을 살펴보면 최소 그래픽이 엔비디아 지포스 1070 Ti 및 RX 5700이며, 권장 사양이 AMD 라데온 RX 6800 XT 및 엔비디아 RTX 2080이다. 메모리도 16GB 이상이 필요하고, 저장 공간은 최소 125GB에 SSD 사용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 2년 내에 중상급 이상의 고사양 PC를 맞추지 않았다면 FHD로도 플레이가 어렵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최신 사양으로 새로 컴퓨터를 맞춘다면 선택지가 많지 않다. 엔비디아 RTX 3070의 경우 권장 사양이지만 구세대 제품이고, RTX 4070은 재고는 있지만 가격대 성능비나 구성 면에서 고르기가 곤란하다. 반면 AMD 라이젠 5 7600 및 RX 7600은 FHD에 부합하고, 7700X 및 RX 6800 시리즈가 QHD에 부합한다. 7800X3D와 RX 7900 XT 조합으로는 4K 게이밍도 가능하다. 이에 맞춰 AMD는 최신 제품 구매 시 스타필드를 함께 제공하는 프로모션까지 진행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AMD는 게이밍 시장에서는 매번 엔비디아 제품군에 비해 밀리는 형세였다. 하지만 이번 RTX 40 시리즈의 경우 엔비디아가 먼저 비중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AMD가 해볼만한 상황이 됐다. 스타필드까지 앞세운 AMD가 이번에는 시장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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