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할 권리 VS 안전할 권리…팽팽한 신경전 속 비대면 앱은 고사위기

8월 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 기간 종료
초진 불가능해 진료 거부 속출
현장에서는 편리할 권리 VS 안전할 권리 나뉘어

[헤럴드경제=사건팀 박지영 기자·박지영 기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장에서는 환자의 ‘편리할 권리’와 ‘안전할 권리’가 여전히 맞붙고 있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가운데, 고사 위기에 놓여있는 비대면 진료 앱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달 31일로 만료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비대면 진료 앱에 대한 목소리가 나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며 이전에 없던 초진환자 이용 불허, 약 배송 금지 등의 조건을 추가됐다.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 앱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편리할 권리’와 ‘안전할 권리’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들은 ‘편리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병원 방문이 어려운 발작성 질환이나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가 높다. 통풍 환자인 20대 남성 B씨는 “발작이 일어나면 일어나기도 힘들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한줄기 빛이지만 이제 갑자기 발작이 생겨도 이용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통풍의 경우 만성질환에 해당하지 않아 30일 이내 대면진료 기록이 없으면, 발작이 일어나도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원도에 거주 중인 30대 남성 C씨는 “인구 15만 시골이라 제대로 된 신경과와 정신과가 없다. 마지막으로 다녔던 의료원에서마저 해당 과 선생님이 사직해서 약 탈 곳이 없다”며 “비대면 진료 플랫폼으로 한 선생님과 5회 이상 꾸준히 진료를 보고 있었는데 이제 반차를 쓰고 타 지역으로 가서 진료를 받아야한다”고 토로했다.

편리성만큼 환자의 안전도 중요하다는 입장도 견고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에서 제일 중요한 건 편리성보다 안전성”이라며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면 의료 영역이 침해 되거나 망가질 확률이 크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또한 “환자를 위해서도 가급적 대면진료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지금 비대면 진료 사업 대상자만 하더라도 10명 중에 1명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지난달 22일 40여개 노동·건강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유화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등 환자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 플랫폼에 의한 의료민영화와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영리 플랫폼은 의료기관과 약국을 종속시키고 과잉진료를 부추겨 의료비를 증가시킬 것”이라며 “플랫폼이 의료 전반을 좌우하는 슈퍼앱이 되면 의료는 완전히 시장화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대면 진료 앱은 ‘고사 직전’

비대면 진료를 위한 조건이 추가 되면서 관련 비대면 어플리케이션 등 관련 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일평균 5000건이던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는 6월 4100건, 7월 3600건, 8월 3500건으로 매달 감소했다. 의료기관이 진료 요청을 거부하는 비율도 6월 34%에서 7월 42%, 8월 60%로 점점 높아졌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비대면 진료 대상이 한정됐고 시범 사업에서 요구하는 진료 대상을 병원에서 일일이 검증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의사 이탈도 많아져 환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는 사실상 8월 이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업체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끝나는 9월이면 비대면 진료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다른 서비스로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 비대면 진료 앱 중 썰즈, 파닥, 체킷, 바로필, 룰루메딕, 엠오(MO), 메듭 등 7곳은 이미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 되지 못했다.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처방전 위‧변조 우려와 진료 대상에 대한 쟁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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