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 마이너 출신 진우영 "트라이아웃 경험한 한선태 형 조언이 큰 힘"

곤지암=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3. 8. 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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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영 역투. 한국야구위원회

미국 마이너 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출신 우완 투수 진우영(22)이 KBO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8일 경기도 광주시의 곤지암 팀 업 캠퍼스에서 2024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선수와 고교∙대학 중퇴 선수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운데 총 5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글로벌선진학교 출신인 진우영은 2018년 8월 캔자스시티에 입단한 해외파다. 당시 총 계약금 15만 달러(약 1억 98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마이너 리그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진우영의 미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입단 초기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이너 리그가 자체 취소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펜데믹 이후에는 마이너 리그 싱글A까지 진출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린 진우영은 2021년 9월 방출 통보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결국 그는 곧바로 군에 입대했고, 상근 예비역으로 복무하며 KBO 리그 진출을 준비했다.

진우영은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 5월 독립 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이후 훈련에 매진한 그는 2024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KBO 리그에 문을 두드렸다.

2024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진우영. 한국야구위원회

이날 트라이아웃이 열린 팀 업 캠퍼스 구장에는 오전 내내 비가 내렸다. 하지만 진우영을 비롯한 참가 선수들은 궂은 날씨에도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진우영은 트라이아웃을 마친 뒤 "날씨 등 상황이 완벽한 조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 큰 아쉬움 없이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미국 유학파 출신인 만큼 이날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에 진우영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한국에 돌아온 뒤 트라이아웃을 준비하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이를 악물었다.

진우영의 미국 생활을 어땠을까. 3년간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고 마이너 리그에서 뛴 그는 "첫 시즌 기대 이상으로 완벽했지만, 이듬해에는 코로나19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에는 경기 감각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후반부 들어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이달의 투수상을 받는 등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에서 뛰면서 많은 걸 배우고 돌아온 진우영이다. 특히 제구와 변화구에 중점을 두고 훈련에 임한 덕분에 투수로서 확실한 무기를 갖출 수 있었다.

진우영은 "처음에는 변화구가 완벽하지 않아서 직구 위주로 던졌고, 공이 빠른 편이 아니라서 제구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다"면서 "변화구 구종이 많지 않아서 첫 해 스프링 캠프에서 슬라이더를 익혔다. 투수 코치님께서 추천해주신 스플리터는 내 손에 딱 맞는 구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있는 동안 나름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고, 많은 걸 배웠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캔자스시티에서 진우영을 지도한 코치는 1989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사이영상을 수상한 마크 데이비스다. 진우영은 "투수로서 많은 노하우를 알려주시고 큰 도움을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진우영. 노컷뉴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군에 입대했지만 야구 선수의 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진우영은 "상근 예비역으로 근무해서 퇴근 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집 근처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했다"면서 "트레이닝을 하면서 기량을 쌓았고, 밤늦게까지 코치님께서 운동을 도와주셔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파주 챌린저스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진우영은 "현재 구속은 150km까지 끌어올렸고, 평균 구속은 145~146km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에서 변화구를 익힌 덕분에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커브 등을 고루 구사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뛰었던 만큼 파주 챌린저스에서의 생활이 낯설었을 터. 진우영은 "미국과 생활적인 부분이 많이 달랐지만 주어진 환경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동료들과 감독,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큰 문제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2018년 트라이아웃을 통해 LG에 입단한 투수 한선태(29)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진우영은 "(한)선태 형이 많은 이야기를 해줬지만, '긴장하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하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던 내게 가장 큰 응원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트라이아웃은 끝났고, 구단의 선택을 받는 드래프트만 남았다. 진우영은 "한국에 온 뒤 계속 빠짐 없이 생각하고 상상했던 날이었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고, 아쉬움 없이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고 있다"고 설렌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곤지암=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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