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학살 외면, 일본에게도 매우 위험” 도쿄대 역사학자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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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關東) 대지진 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일본의 지진 대비를 위해서도 매우 위험합니다. 또다시 지진이 일어났을 때 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유언비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이케 지사가)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런 행동을 좋아하는 건 한국을 정말 싫어하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인 학살이 없었다고) 믿는 사람이 있겠지만 일본 사회의 주류는 아니다. 그런 행동은 일본의 재난 대비를 위해서도 매우 위험하다. 정말로 지진이 일어났을 때 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루머가 또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 가장 곤란한 건 치안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회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이케 지사의 행동 때문에 오히려 반대될 가능성이 있다." ―간토대지진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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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關東) 대지진 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일본의 지진 대비를 위해서도 매우 위험합니다. 또다시 지진이 일어났을 때 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유언비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나라를 잃고 살던 무고한 조선인이 목숨을 잃은 1923년 9월 간토대지진 학살은 지금까지도 한국인에게 역사의 상처로 남아 있다. 한일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한 도노무라 교수에게 간토대지진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100년 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 기록이 아직도 불명확하다.
“죽은 조선인이 6000명을 넘었다는 기록, 그보다 적다는 추정 등이 있다. 지금처럼 정확히 관청에 주민등록을 하던 시대가 아니었고, 당시 피해자 유족이 보상 등을 신청한 것도 아니었다. 목숨을 잃진 않았어도 죽음의 공포를 느낀 사람도 많다. ‘진달래꽃’의 시인 김소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도 간토대지진을 겪고 한반도로 돌아갔다. 엄청난 공포를 겪었을 것이다. 슬픈 현대사다.”
―당시 왜 그런 사건이 발생한 것인가.
“당시 일본 신문을 보면 조선인을 위험한 존재로 보는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조선인이 일본인을 살상했다는 기사도 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1920년대 들어 일본에 온 조선인이 크게 늘었다. 한반도 농촌에서 살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일본의 공장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에 사는 조선인이 늘어나면서 경계하고 위험하게 여기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일본의 군, 경찰이 주도했다는 말도 있다.
“지진 발생 후 유언비어가 퍼졌다. 의도적으로 권력이 개입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당시 일본 사람들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을 겪으며 군국주의 교육을 받았다. 사람을 죽인 경험이 많았고 일본제국의 적은 죽여도 된다는, 적이 있으면 위험하니 죽여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일본이 반성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당시 일본의 시각으로 보자면 조선인은 일본제국의 일원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같은 국민인데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점, 보호를 제대로 못 받았다는 것 그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최근 일본에서 법의 지배에 근거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당시 법에 근거하지 않고 누군가를 잡거나 죽였다. 그 자체를 반성해야 한다. (일본 내에서 이런 논의에) 일부러 도망치고 피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다. 오늘날의 일본인은 당시 조선인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고이케 지사가)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런 행동을 좋아하는 건 한국을 정말 싫어하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인 학살이 없었다고) 믿는 사람이 있겠지만 일본 사회의 주류는 아니다. 그런 행동은 일본의 재난 대비를 위해서도 매우 위험하다. 정말로 지진이 일어났을 때 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루머가 또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 가장 곤란한 건 치안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회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이케 지사의 행동 때문에 오히려 반대될 가능성이 있다.”
―간토대지진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바뀔까.
“올해 3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국회 답변을 통해 증오 발언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재일 한국인 집단 거주지인) 우토로 사람들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는 있다.”
―한일 젊은 세대들의 우호 교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본에 군국주의가 있었다는 것, 식민지 지배와 조선인 차별이 있었다는 것 등을 가르치고 역사를 알려줘야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한일 젊은이들의 교류에도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역사를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거나 여러 의견이 있다는 식의 속임수는 하지 않는 게 일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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