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장관 “직 걸겠다”, 광주시장 “이념 공세”…‘정율성 공원’ 논쟁 가열

강현석·고귀한 기자 2023. 8. 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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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8일 오전 전남 순천역에서 호남 학도병 현충 시설 건립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 장관은 이자리에서 “광주시가 추진하는 정율성 역사공원을 저지하는데 장관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광주광역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을 저지하기 위해 “백번이라도 (장관)직을 걸 각오”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정율성을 “공산당의 나팔수”라고 평가했다. 이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역사 정립이 끝난 논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맞섰다.

박 장관은 28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역광장에서 호남학도병 현충 시설 건립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산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애국 영령들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면서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중국으로 건너가 형제들과 함께 항일운동을 했다. 정율성의 큰형 정호룡(1894∼1934)은 2014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의열단 활동으로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수여된 박건웅 선생(1906∼미상)은 정율성의 매형이다.

정부 포상이 수여되지는 않았지만 정율성의 둘째 형인 정의은은 의열단원을 모집하는 활동을 했다. 정율성은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수여된 김일곤 선생(1912∼1943)과 함께 정의은을 따라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갔다.

정율성은 중국에서 조선의용군으로 활동하며 현재 중국인민해방군 군가인 <팔로군 행진곡> 등을 작곡해 ‘중국인민음악가’ 칭호를 받기도 했다. 광주시에서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기념사업이 추진됐다. 2005년 광주 남구에서 시작된 ‘정율성 국제음악제’는 18년째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2018년 정율성의 생가터에 ‘역사공원’을 조성하기로 하고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정율성이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으로 참전했고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역사공원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박 장관은 “제가 (그동안)정율성 이라는 분을 잘 몰랐다. 이번에 알게 되었고 그것은 도저히 대한민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람을 위한 사업에 국민 세금이 단 1원이라도 쓰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하지만 국민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강행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의 생애와 ‘공과’는 하나의 숨김없이 세상에 공개되어 있다”면서 “광주를 다시 이념의 잣대로 고립시키려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강 시장은 “그는 서훈받지 못한 독립 운동가이자 조선에서 태어났으나 중국인으로 삶을 마감한 경계인이고 문화예술로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한·중 우호의 상징적 인물”이라면서 “이것은 광주만의 평가가 아니고, 진보·보수와 무관하게 대한민국 정부의 오래된 평가”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정부에서 정율성 기념사업을 먼저 시작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강 시장은 “(정율성 기념사업)시작은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기인 1988년으로 서울올림픽 평화대회 추진위원회에서 정 선생의 부인인 정설송 여사를 초청해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삼았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인 1993년 문체부에서 한중 수교 1주년 기념으로 정율성 음악회를 개최했으며 1996년에는 문체부 주관 정율성 작품 발표회가 열렸다고 강 시장은 설명했다.

강 시장은 “(보훈부는)오랜 기간 동안 대한민국 정부도, 광주시민도 역사정립이 끝난 정율성에 대한 논쟁으로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면서 “국가와 함께 추진했던 한중 우호 사업인 정율성 기념사업은 광주시가 책임을 지고 잘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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