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율성 기념 사업 추진 공무원들, 中 출장 떠나 병마용 관광
정율성 관련 총 53회 해외 출장…단순 관광 출장도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옵니다.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입니다.”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鄭律成·1914?~1976)의 기념 공원 사업을 광주광역시가 추진해 논란이 되자 강기정 시장이 “광주는 정율성 역사공원에 투자한다”며 쓴 글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정율성 역사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호남 지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비슷한 이유로 중국 출장을 떠나 관광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2010년부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까지 정율성과 관련해 해외 출장을 총 53회 떠났다. 광주광역시가 16회(30.2%)로 가장 많고, 전남도는 6회(11.3%)였다. 전남 화순군이 12회(22.6%), 광주시 남구가 10회(18.9%), 광주시 동구가 2회(3.8%)를 기록했다.
여러 지자체 공무원들이 해외 출장을 떠난 것은 정율성의 ‘생가’가 한 곳이 아니어서다. 광주시는 동구 불로동에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을 짓고 있다. 이곳은 정율성 부친과 형제, 조카 등 3대에 걸친 본적지다. 남구 양림동은 정율성의 친필 이력서에 출생지로 적혀 있다. 화순군 능주면은 3살 때인 1917년부터 능주보통학교 2학년이던 1923년까지 성장한 곳이다. 각 지자체들은 서로 정율성의 연고가 있는 곳이라며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출장 후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영향력 세계로 확대…정율성 가치는 실로 대단한 것”
지자체 공무원들은 정율성과 관련한 장소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겠다며 중국 출장을 떠났다. 광주시 공무원 7명은 ‘정율성 국제음악제와 광주비엔날레등 행사 개최 및 홍보 활동’을 이유로 2010년 5월 중국,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을 방문했다. 이 출장은 결과보고서가 올라와 있지 않다.
광주 남구 공무원 정모씨는 2011년 8월 22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중국 하얼빈과 선양, 베이징을 방문했다. 제7회 정율성 국제음악제가 하얼빈에서 개최된 것을 계기로 광주문화재단이 실시한 정율성 관련 중국 탐방 일정이다. 공무원으로는 정씨 한 사람만 참여했고, 일반인 9명도 동행했다.
정씨는 출장 중 하얼빈에 있는 정율성기념관을 방문했다. 출장 결과보고서에서 정씨는 정율성 사진과 유품, 친필 악보, 정율성이 모은 세계명곡전집·레코드판과 함께 “북한 거주 당시 김일성 인민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으로 알려진 피아노도 전시돼 있다”고 썼다.
선양과 베이징 일정은 정율성과 무관했다. 정씨는 선양에서는 “서탑가는 많은 조선족과 한국 교민들이 모여 살아 거리 곳곳에서 한글 간판을 볼 수 있어 매우 반가운 곳”이라고 했다. 베이징에서는 팔보산 혁명공묘, 중국인민기념관을 방문했다. 정씨는 “중국 경제의 영향력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정율성의 가치는 실로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2012년 9월에는 민종기 화순군 부군수를 단장으로 광주시·전남도 관계 공무원 등 17명이 정율성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며 중국 출장을 떠났다. 방문단은 중국 측 관계자들에게 화순군 생가터 매입과 문화재 지정 등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중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정율성 관광루트를 개발해 관광자원화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9월 14일부터 19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았는데, 16일에는 공개된 일정이 없었다.
◇’정율성 국제교류 사업’으로 출장 떠나 첫 일정은 시안 진시황릉 관람
지자체 중 광주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출장을 보낸 화순군의 경우, 총무과와 문화관광과, 청풍면, 동복면 소속 공무원 4명이 2019년 4월 5일부터 10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정율성 국제교류 사업’으로 중국에 출장을 떠났다.
이들은 베이징 팔보산혁명공묘 정율성 묘소와 하얼빈 정율성 기념관 방문, 조선민족예술관장 면담 이외에는 정율성과 관련한 일정이 없다. 첫 일정은 시안 진시황릉과 병마용 관람이었다. 이들은 결과보고서에서 “관내 학교 학생들 수학여행 때 군에서 약간 지원해 우리나라 출신으로 전세계적인 인물이 된 분들의 길을 따라가볼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총무과에 건의하겠다”고 썼다.
이밖에 전남 담양군, 무안군, 신안군, 장흥군, 함평군도 정율성과 관련해 공무원들을 1~2회 해외 출장을 보냈다. 담양군, 장흥군, 함평군 공무원들은 러시아·중국 대도시의 랜드마크를 활용한 지역 홍보 전략과 정율성 등 광주·전남 극동 인연 자원 홍보를 위한 연수라며 2018년 3월 6일부터 12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출장을 떠났다. 출장을 떠난 장소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하얼빈과 옌볜 등이었다. 정율성 관련 일정은 하얼빈 정율성 기념관 방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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