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변했다, 민주당에 ‘꿋꿋’···이복현, 정치 소용돌이 속으로

김태일 2023. 8. 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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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단 문자 포함 4차례 반박 자료 배포
김상희 의원 등 민주당 측 “감독원 무기로 정치”
금감원 “정치적 목적 없이 원칙대로 한 것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 사진=연합뉴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자신과 관련한 펀드 투자금 특혜 환매 의혹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이 들고 있는 것은 금감원에 요청한 사과문.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이 태세를 바꿨다. 여태 정치권 비판에도 별다른 의견을 내보이지 않거나 원론적 설명만 내놨으나 “혜택은 없었다”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장에 수차례 반박하고 나섰다. 김 의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해당 행위가 ‘특혜성 환매’였다는 판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이복현 금감원장 결재 없이 ‘다선 국회의원’ 등을 기재한 보도자료가 나가긴 힘든 만큼 의중이 반영됐단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정치적 목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측은 이 원장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규정했다.

뜻밖의 강경 태도...4차례 반박
28일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 9월 중 31개 라임자산운용의 개방형 펀드에서 3069억원어치(223명)가 환매됐다.

이 가운데 4개 펀드에서만 환매 대응을 위해 여타 펀드 자금(125억원) 또는 고유자금(4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수익을 본 이들(29명) 가운데 김 의원이 있었다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4개 펀드는 부실 또는 비시장성 자산을 편입하고 있어 일시 대량 환매신청에 대해 정상적 환매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손실로 장기간 고통을 받은 투자자에 비해서라도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은 출입기자단 공지 문자를 포함해 네 차례에 걸쳐 배포됐다.

반면, 김 의원 측은 “펀드 손실을 다른 투자자에게 전가했다”는 금감원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고 되받았다. 김 의원은 자신이 투자한 ‘라임마티니4호’ 환매에는 다른 펀드 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채 고유자금 2억5000만원만 쓰였고, 미래에셋증권 권유로 16명이 한꺼번에 환매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여러 펀드를 뭉뚱그려 여타 펀드 자금을 끌어다 썼다고 발표했단 뜻이다. 이때 직위를 이용해 중요 정보를 미리 취득하거나, 환매 대가로 라임에게 특혜를 주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들도 성명을 내고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은 특혜 목적이 아니라 자체 프로세스인 운용사 평가를 통해 가입자 전원에 대해 환매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홍성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김 의원을 봐주려면 해당 펀드만 해지하면 되는데 당시 16명을 일시에 해줬다”며 “기본적으로 라임이 펀드 돌려막기를 한 것이 본질이지, 수익자 책임을 물을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특혜성 환매 수혜를 받았다고 해도 책임을 묻긴 힘들다. 대주주 같은 사적 관계를 이용하지 않은 한 마땅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함용일 부원장도 지난 24일 브리핑 후 기자들에게 “운용사나 판매사가 아닌 수익자를 처벌할 법적 조항은 없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 행보로 초점 이동
양쪽 입장이 갈리고 있고, 사실관계가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이 원장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난 24일 보도자료에 특혜성 환매 수혜자로 A중앙회(200억원), B상장사(50억원)와 다선 국회의원(2억원) 등 3개 주체만 명시함에 따라 자연히 초점은 이들로 쏠리게 됐다.

이 원장이 정치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야당에서 ‘정치 금감원’ 프레임을 잡기 전 이를 해소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금감원이 강조해왔던 금융소비자보호나 자본시장질서 유지 등 본연의 기능보다 이 원장의 개인 행보에 이목이 쏠릴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특히 9월 정기국회 개원 후 이어질 국정감사 때 정책 대신, 이 원장의 정치 입문 여부에 질의가 집중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자를 사전에 특정해 검사를 실시한 것은 아니며, 확인된 사실을 가감 없이 적시했다”고 하지만 자료 배포 전 내부적으로도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국회의원을 명시한 일이 “통상적이지 않다”는 시선이 있다. 익명 플랫폼 블라인드엔 이번 사태로 정치에 엮이게 돼서 부담스럽단 글도 여럿 올라왔다.

다만 현재로선 내부 의견은 갈린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이미 강을 건넌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원칙대로, 정치적 목적 없이 검사 결과를 발표했을 뿐인데 일부 매체에서 실명이 나오는 바람에 사달이 났다”며 “특혜성 환매 사실관계는 향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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