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식당에 “죽어라”... 중국發 국제전화 1000통 쏟아졌다
일본인 학교에 돌·계란 던져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표기) 방류가 시작된 지난 24일 이후 중국 내 반일(反日)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관공서와 식당은 중국에서 걸려온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됐고, 일부 중국인은 일본 단체 관광 예약을 취소하고 ‘일본 상품 불매 명단’을 공유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인이 중국 내 일본인 학교에 돌을 던지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주중 일본 대사관은 지난 25일 자국민에게 “일본어를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 중화권 언론 기자는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2012년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선언 당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거칠다”라고 했다.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2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일본인 학교에 돌을 던진 중국인이 중국 공안에 구속됐다. 25일 장쑤성 쑤저우의 일본인 학교엔 계란이 날아들었다. 상하이의 일본인 학교엔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는 전화가 수십 통 걸려 왔다. 칭다오 일본총영사관 인근에서는 일본인을 비하하는 문구가 담긴 낙서가 확인됐다.
일본을 향한 중국인들의 ‘국제전화 공격’도 벌어지고 있다. 27일 AFP는 일본 후쿠시마현의 음식점과 숙박 시설, 관공서 등에 중국 국가번호 ‘86′으로 시작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은 전화를 받으면 ‘쇼리스이’(처리수), ‘바카’(바보), ‘시네’(죽어라) 등 거친 일본어를 쏟아낸다고 한다. 후쿠시마의 한 사업가는 자신의 식당과 제과점 4곳이 방류 이틀째인 25일 하루 동안 1000통이 넘는 중국발 전화를 받았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26일 히로시 고하타 후쿠시마 시장은 시청에 이틀 동안 약 400통의 전화가 중국에서 걸려 왔다고 밝혔다. 중국 소셜미디어엔 후쿠시마의 식당 등에 항의 전화를 하는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웨이보(중국 소셜미디어)에선 ‘일본 상품 불매 리스트’가 돌기 시작했다. “일본 응징을 위해 전국적인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전역에서 일본 단체 여행 예약 취소가 늘고 있다고 중국 매체 디이차이징은 전했다. 베이징의 일식당이나 생선 요리 가게들은 입구에 ‘일본 수산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등의 안내 문구를 걸었다. 톈진의 한 초밥 가게는 내부에 붙인 홍보 문구 ‘일본 장인의 기술’을 종이로 가려두었다.
중·일 고위급 교류는 차단됐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친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었던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최근 중국에서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는 연락을 받고 방중을 연기했다.
일본 정부는 28일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이날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를 도쿄 외무성으로 불러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는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하지 않아 지극히 유감”이라면서 중국에서 일본으로 항의 전화가 걸려 오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같은 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 내 반일 정서 고조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인들의 냉정한 행동을 촉구하면서 일본인과 일본 공관의 안전을 확보하고, 오염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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