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돌아온다?…"세계, 재선 고려 시작"-WSJ(상보)
'미국 우선주의'로 동맹국과 결속력 약화…中은 환영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최초로 머그샷을 찍는 수모를 당했지만, 그를 향한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는 60%가 넘는 지지율을 얻으며 서방 국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는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를 생각하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이 내년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전 세계의 수도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지지율은 60%를 웃돌면 선두를 달리고 있다. CBS뉴스/유고브가 지난 20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62%로, 상대 후보들을 넉넉하게 제쳤다.
이는 조지아주에서 기소가 결정되기 전과 비교했을 때 5%포인트(p) 높아진 수준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출신으로 처음 머그샷을 촬영하며 엄청난 모금액을 거둬들였다. 그가 지난 24일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서 풀려난 이후 이틀간 약 710만 달러(약 94억원)가 모금됐다. 대통령의 머그샷을 새긴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다.
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경우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 세계 무역 전쟁이 더욱 확대·격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재선 시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기업들이 미국에 들어와서 제품을 내다 팔아 치우면(dump) 자동으로 10%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WSJ은 "이는 전쟁 시 대서양 동맹 관계에 분열을 심을 위험이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탈퇴시키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미국이 나토에서 나가게 된다면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받는 건 유럽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당 소속인 벤저민 하다드 국회의원은 폴리티코에 "법적 관점에서 정당한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기소는 공화당 예비 선거에서 그를 확실히 강하게 만들었다"며 "유럽의 안보가 미국 유권자의 변덕에 달려 있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만 약 600억 달러를 지원해 온 미국이 나토 탈퇴라는 강수를 둔다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돈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유럽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나토 내에서 과도한 운영비를 부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머지 회원국들은 자신들의 부담금마저 연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WSJ은 "프랑스 관리들은 유럽 동맹국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럽이 포병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무기 생산을 크게 늘려 우크라이나에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경고해 왔다"고 전했다.
최근 긴밀한 공조를 약속한 한·미·일 관계에서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군 주둔과 관련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미군 감축을 제안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대만 문제에서도 서방의 결속력이 약화할 수 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대만 정치 전문가 웬티 성 교수는 호주파이낸셜리뷰(AFR)에 "트럼프의 복귀가 미국과 대만의 관계를 무너뜨리지는 못하더라도 서방의 결속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이것이 중국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첫 집권 때 일방주의적 경향으로 때때로 동맹국과 파트너들 사이에 불화를 야기했다"며 "중국의 위협과 부상을 평화롭게 관리하기 위해 집단 억제력을 유지하려면 서방의 단결과 공동 행동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을 환영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공급에 반발해 온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계속 싸워달라. 우리는 당신과 함께 있다"며 직접적인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중국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환영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을 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국 간 끈이 느슨해지고, 중국을 향한 압박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샬펀드 인도태평양 담당 보니 글레이저는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국을 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의 동맹과 연합이 약화돼 중국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 갤러거 미시간대학 정치학 교수도 "정책 내용에 있어서는 트럼프가 무역 전쟁을 시작했지만, 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시행하고 트럼프가 소외시킨 동맹국을 불러들인 건 바이든이었다"고 평가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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