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위' 서튼마저…윌리엄스·수베로·서튼 전원 완주 실패, '외국인 감독=성공' 공식은 옛말로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제2의 제리 로이스터, 트레이 힐만은 없었다. 2021년 10개 구단 가운데 3개 구단이 외국인 감독에게 팀을 맡겼는데, 그 3명 모두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MLB 378홈런' 맷 윌리엄스(전 KIA), '리빌딩 청부사' 카를로스 수베로(전 한화)에 이어 KBO리그 선수 경력을 갖춘 래리 서튼 감독까지 완주에 실패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28일 "서튼 감독이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경기 후 건강상의 사유로 감독직 사의를 표했다. 구단은 숙고 끝에 서튼 감독의 뜻을 존중하고 수용하기로 했다"며 "구단은 29일 대전 한화 이글스 경기부터 이종운 수석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이어나간다"고 밝혔다.
건강 이상의 조짐이 있었다. 서튼 감독은 지난 17일 SSG 랜더스와 경기를 앞두고 어지럼증으로 자리를 비웠다. 경기 전 브리핑이 끝난 뒤 어지럼증이 생겨 지휘봉을 놓게 됐다. 27일에는 브리핑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종운 전 수석코치, 현 감독 대행이 팀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한 매체는 서튼 감독이 사퇴할 수 있다고 보도했고, 하루가 지나 현실이 됐다.
서튼 감독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선수로, 또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지도자로 KBO리그의 일원이었다. 2020년 롯데 퓨처스팀 감독으로 한국에 돌아와 이듬해 5월 허문회 전 감독의 경질 후 1군 감독을 맡게 됐다. 첫해에는 53승 8무 53패로 5할 승률을 기록하며 달라진 롯데를 기대하게 했으나 2022년 64승 4무 76패로 8위에 머물렀다. 올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는 올해 부침을 크게 겪었다. 27일까지 50승 58패 승률 0.463로 7위에 머물러 있다. 5위 KIA 타이거즈와 5.0경기 차로 7연패에 빠지면서 가을 야구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1위를 지키다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6월 9승 16패(0.360) 7월 5승 12패(0.294) 8월 9승 13패(0.409)로 3개월 연속 5할 승률을 밑돌았다. 감독직 스트레스가 없다면 이상한 지경이었다.
2021년 시즌은 KBO리그에 무려 3명의 외국인 감독이 일했던 시기로 역사에 남게 됐다. KIA 윌리엄스 전 감독과 한화 수베로 전 감독에 이어 롯데에 서튼 전 감독이 합류했다. 그런데 이 세 감독이 차례로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게 됐다.
윌리엄스 전 감독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3년 계약으로 KIA 지휘봉을 잡았다. KIA는 윌리엄스 전 감독이 메이저리그에서 17년간 뛰면서 378홈런을 기록하고, 은퇴 후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으로 2년 연속 5할 승률에 한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이끈 경력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KIA에서는 2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2020년 73승 71패로 5할 승률을 넘겼지만 승률 인플레이션 시즌이라 가을 야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 5위 키움 히어로즈가 80승 1무 63패 승률 0.559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더 부진했다. 58승 10무 76패로 승률 0.433, 순위는 9위였다. KIA는 2021년 정규시즌이 끝난 11월 1일 상호합의로 감독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화원 대표, 조계현 단장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서튼 전 감독에 앞서 수베로 전 감독도 계약 기간을 채우기 전 경질됐다. 지난 5월 11일 '심야의 경질 발표'가 나왔다. 한화는 이날 밤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구단의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 조건은 3년 총액 14억원"이라고 알렸다.
수베로 전 감독은 최하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2021년 49승 12무 83패 승률 0.371에 머물렀다. 9위 KIA와 8.0경기 차 10위. 지난해 승률 더 심각했다. 46승 2무 96패 승률 0.324로 9위 두산 베어스와 무려 14.0경기 차이가 났다. 그래도 '리빌딩'이라는 확실한 명목이 방패로 작용했다. 그러나 한화는 올해 돌연 방침을 바꿔 감독 교체를 결정했다.
한때 KBO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로 통했다. 서튼 감독이 떠난 롯데가 '로이스터 신드롬'으로 부산에 야구 붐을 일으켰고, SK 와이번스는 힐만 감독 체제에서 업셋 우승을 일궜다. 그러나 최근 세 명의 외국인 감독은 모두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게 됐다.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도, 마이너리그 베테랑 감독도, 심지어 한국을 잘 아는 KBO리그 선수 출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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