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족 출신 첫 LPGA 챔피언 메건 캉 뜨겁게 포옹한 고진영 “다시 좋은 골프해 정말로 행복하다”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고진영은 상대에 대한 존중심을 잊지 않았다.
연장전 상대 메건 캉(미국)이 생애 첫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퍼트를 넣자 고진영은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그를 힘껏 포옹하고 어깨를 토닥이며 진심어린 축하를 전했다.
고진영은 28일 캐나다 밴쿠버의 쇼너시 골프&컨트리클럽(파72·670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PKC 여자오픈(총상금 250만 달러)에서 5타차 대역전 기회를 맞았으나 연장전에서 아쉽게 졌다. 선두와 5타차 3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최종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고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 이날 2타를 잃은 캉과 공동선두로 마쳤으나 18번홀(파4)에서 열린 첫 연장에서 티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기록하고 깨끗이 물러났다.
고진영은 지난 3월 HSBC 여자 월드챔피언십(싱가포르),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이후 시즌 3승이자 통산 16승을 거두는 듯했으나 막판에 집중력을 발휘한 캉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고진영이 1타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으나 캉이 18번홀에서 버디를 낚고 연장에 들어갔다.
우승은 놓쳤지만 고진영은 파운더스컵 뒤로 7개 대회 만에 처음 톱10에 진입하며 최근의 하락세를 멈췄다. US여자오픈 컷탈락,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20위, AIG 여자오픈 공동 30위 등으로 고전하며 최근 한 달새 세계 1위에서 4위까지 떨어졌으나 이젠 ‘가을 반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고진영은 “선두와 큰 타수차가 나 연장전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마지막 티샷이 조금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2위로 마친게 행복하다”며 “최근 몇달간 게임이 너무 안 풀려 고생을 많이 했는데, 다시 좋은 골프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우승경쟁을 벌이다 공동 4위(6언더파 282타)를 차지한 김세영도 최근 2연속 컷탈락을 끊고 시즌 첫 톱10에 올라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빨간 바지의 마법사’란 별명답게 이날 빨간색 바지를 입고 나선 김세영은 2020년 펠리칸 챔피언십 이후 3년 만의 우승을 이루진 못했지만 강한 자신감을 안고 미국으로 복귀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라오스를 탈출한 아시아 소수민족 몽족 출신 부모 아래서 성장한 캉은 2016년 LPGA 데뷔후 8시즌, 통산 191번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상금 37만 5000 달러를 거머쥔 캉은 “부모님은 8~10살때 라오스에서 빠져나왔다. 아버지는 자동차 수리점을 하고,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다. 나는 몽-아메리칸 1세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 속에 살고 있다. 이번 우승은 우리 가족의 승리”라고 기뻐했다.
전인지가 이날 3타를 줄이고 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 8위에 올라 한국선수 3명이 이번 대회 톱10에 들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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