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생성형 AI' 이제부터 시작…K-동맹으로 외산 맞불
"토종 AI 생태계 지켜라"…대기업 중심으로 스타트업 동맹
막대한 개발·운영비 감당하려면…기업용 서비스로 수익화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토종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부터, 기밀 정보 유출 방지에 특화한 기업용 서비스까지 총망라한 토종 AI 생태계를 구축한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LG AI연구원 '엑사원 2.0', 엔씨소프트 '바르코' 등 토종 LLM이 발표됐다. 오는 9월에는 삼성SDS의 차세대 LLM, 10월에는 카카오 'Ko(코)GPT 2.0'이 공개될 예정이다. 4분기에는 KT의 '믿음'과 SK텔레콤의 '에이닷'을 기반으로 한 상용화 서비스가 출시될 전망이다.
국내 IT 대기업이 뛰어든 생성형 AI 서비스 경쟁력은
특명 "토종 AI 생태계 지켜라"…대기업 중심으로 스타트업 동맹
LG AI연구원이 지난달 19일 공개한 '엑사원 2.0'은 상위 1%의 전문가 AI를 표방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는 이중 언어 모델이자, 카메라를 사용해 아날로그 시각적 정보를 데이터로 변화하는 비전(Vision)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한 언어와 이미지 간의 양방향 생성이 가능한 '멀티모달' 모델로 개발됐다. 엑사원의 파라미터 규모는 3000억개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7일 한국 게임사 최초로 자체 개발한 '바르코 LLM' 공개했다. 파라미터 규모는 13억·64억·130억개로 작지만, 경제적으로 게임 콘텐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오는 11월에는 520억개 파라미터 모델도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3월에는 텍스트와 함께 그림이나 사진을 하나의 맥락으로써 이해하고 응답할 수 있는 1000억개 파라미터 초거대 모델을 공개하고 다국어, 이미지 생성, 디지털 휴먼 행동 제어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초거대 AI의 파라미터 경쟁보다는 비용 합리적인 '코GPT 2.0' 모델로 버티컬 서비스를 선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7월 초거대 이미지 생성형 AI '칼로(Karlo) 2.0'을 공개한 데 이어 올 4분기에는 최대 파라미터 650억개 규모의 향상된 자체 LLM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코GPT 2.0'과 카카오톡 비즈니스 서비스의 연계를 계획하고 있다. 카카오톡 주문, 예약, 상담, 결제와 같은 거래형 서비스들과 접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는 다음달 1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리는 '리얼 서밋 2023'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개한다. 삼성SDS는 기업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기업용 올인원 생성형 AI 서비스를 소개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사업 경험으로 축적된 업종 전문 지식과 삼성클라우드플랫폼(SCP)을 기반으로 높은 보안성을 보장할 방침이다. AI기술 측면에선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브라이틱스AI와 업무 자동화 툴인 RPA 등을 전면에 내세운다.
KT는 파라미터 2000억 개 이상인 LLM '믿음'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10월께 '믿음'을 기반으로 한 상용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KT는 지난 6월 AI 사업 관련 설명회에서 AI 기술을 물류와 AI컨택센터는 물론 교육, 헬스케어, 로봇에 적용하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2025년 AI 산업 관련 매출 최소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기업·공공기관 등의 요구에 맞춰 ▲대화 및 고객센터 등 통신사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해온 에이닷 LLM ▲윤리적 답변 및 대용량 텍스트 입력에 강점이 있는 엔트로픽의 LLM ▲한국어 데이터가 풍부한 코난 LLM 등을 조합해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기술 및 사업적 준비를 진행 중이다.
토종 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들은 한국어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네이버·카카오는 포털·메신저 등 '플랫폼', 엔씨소프트는 '게임', KT·SK텔레콤은 '통신', LG는 그룹사 서비스를 통해 오랜 기간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 문화에 특화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고 자부한다.
이를 위해 국내 대표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뭉치고 있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 해외 기업에 국내 AI 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미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자사 서비스를 기업이 손쉽게 도입할 수 있는 기업용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솔루션을 선보인 것과 더불어, 챗GPT에 외부 정보와 서비스를 붙이는 '플러그인'(plugin)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웹·모바일을 넘어선 새로운 글로벌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AI 얼라이언스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쏘카, 배달의민족, 폴라리스오피스 등 스타트업과 AI 얼라이언스 구축을 논의 중이다.
SK텔레콤은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을 비롯해 지분을 투자한 코난테크놀로지, 미국의 엔트로픽, 페르소나AI, 스캐터랩, 몰로코, 베스핀글로벌, 씨메스 등과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 e&, 싱텔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출범해 통합 LLM을 개발하고 있다.
막대한 개발·운영비 감당하려면…기업용 서비스로 수익화
그러나 당장 LLM 기반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오픈AI가 챗GPT를 운영하는데 하루 최대 70만달러(약 9억원)의 비용을 감당한다고 분석했다. AI가 학습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인프라가 필요기 때문이다.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AI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는 배경이다.
KT는 2027년까지 초거대 AI 원천기술 개발에 4조원, AI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 인프라 고도화에 2조원, 로봇·교육·케어 등 AI 신사업 발굴 및 고도화에 1조원 등 총 7조원 규모의 AI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선 서비스 수익이 필요하다. 먼저 생성형 AI 서비스의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정부 부처, 공기업, 금융기업 등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국내 대형 제조사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AI 수요도 생기고 있다.
이에 발 맞춰 SK텔레콤은 우선 행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에서 추진 중인 LLM 기반 시범 사업과 본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또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LLM 기반 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도 개별 고객사와 함께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대화형 AI 챗봇 '클로바 X'를 내외부 서비스와 연동해 챗GPT와 같이 누구나 쉽게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강력한 보안과 기업 자체적 생성형 AI 구축을 원하는 기업 고객을 위한 완전 관리형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인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도 공개했다.
네이버 역시 우선적으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수익화를 예상하고 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은 "실질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B2B 부문에서 많이 구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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