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이초 학부모 ‘폭언’ 정황 아직 발견 못해”
또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학부모가 학교 내선 번호로 전화했으나 그것이 교사의 개인 전화번호 ‘착신 전환’됐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 때문에 협박 등 범죄 혐의로 입건된 학부모는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8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연필사건 관련 학부모의 직업은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필사건은 지난달 12일 서이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자기 가방을 연필로 찌르려는 학생을 막다가 이마에 상처를 입은 일이다. 가해 학생의 어머니가 현직 경찰관, 아버지는 검찰 수사관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제식구 감싸기'로 사건을 축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심지어 어머니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주장까지 확산했다.
경찰은 고인과 학부모의 문자, 하이톡 내역 등을 들여다본 결과, 연필사건(7월 12~13일) 당시 가해 학생 학부모가 고인에게 자신의 직업을 언급한 정황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폰으로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은 '그런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 학생 학부모는 연필사건 당일 고인의 학교 내선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자 고인의 개인 휴대폰으로 '착신 전환'됐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경찰은 또 그간 "고인이 학부모가 어떻게 개인 휴대폰을 알았는지 불안해 했다"고 동료 교사들이 증언함에 따라 경찰은 고인의 아이패드를 포렌식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고인이 내선 번호로 오는 전화를 자신의 개인 휴대폰으로 착신 전환을 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서이초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학부모는 없다. 경찰은 학부모가 고인에게 폭언을 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학부모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문자나 하이톡 내역은 확보했으나 통화 녹음 파일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포렌식을 했지만 통화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하이톡이나 문자, 통료 교사 진술 등 여러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폭언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사건과 관련 없는 학부모의 직업이 공개되고, 학부모의 직업이 경찰 수사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관련 경찰 수사를 “물타기”라고 비판하며 “2023학년도 진실 규명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전날인 27일 “고인이 2022학년도 담당했던 학급 학부모들의 제보에 따르면 경찰은 8월 24일부터 1학년 8반 학부모들에게 전화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보자인 학부모 A씨에 따르면 경찰은 고인과 학부모들이 나누었던 하이톡(업무용 메신저) 대화 기록을 토대로 A씨에게 ‘학생 D가 평소에 A씨 자녀를 포함 학급 학생들을 많이 때린 것 같은데, D에게 A씨 자녀가 사과를 받았느냐’, ‘D의 행동에 동조했던 학생들의 이름은 무엇이냐?’, ‘고인이 이직하고 싶다고 말했다는데, 그 이유가 D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D의 학부모를 소환해서 조사할 계획이다’, ‘A씨 자녀 또한 학교 폭력 피해자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경찰은 A씨에게 25일이나 26일에 경찰에 방문해 서면 작성을 요구했다. 경찰은 현재 A씨 포함 1학년 8반 학부모 7명에게 전화를 해 비슷한 내용을 전달했다. 경찰은 ‘D의 학교 폭력 사실을 D의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서면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부모들은 ‘경찰이 D의 행동에 대해 확대 해석을 하고, 고인의 사인을 2022학년도에 있었던 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라고 전했다”며 “학부모 B씨는 경찰에게 ‘D의 행동은 경찰이 말하는 것처럼 폭행까지는 아닌 것 같다’라고 하자, 경찰은 ‘그 정도 사안이면 학교폭력신고사안이다’라고 말했다. 1학년 8반 학부모들은 D의 학부모가 아이의 행동 개선을 위해 매우 노력했고, 이 점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찰이 D와 관련된 사건을 크게 부풀려 고인의 사인과 연결 지으려고 억지 주장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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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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