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없이, 군대서도 시달렸다…“의정부 교사 2명, 순직 인정돼야”

“업무상 스트레스 명백” 경기교사 4만여 명 탄원서 제출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2021년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 8월9일 추모 화환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 전 잇달아 사망한 교사 2명에 대해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동료 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28일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년 전 6개월 간격으로 극단 선택을 해 숨진 의정부 한 초등학교 교사 2명에 대한 순직 처리를 촉구했다.

경기교사노조는 "숨진 교사 중 한 명은 학교에서 다친 학생에 대한 학부모의 피해보상 요구를 군대에 가서도 받았고, 다른 장기결석 학생 학부모와는 밤낮으로 400통이 넘는 문자를 주고받았다"며 "나머지 한 교사도 교사 임용 후 우울증이 발병했다"고 지적했다. 

송수연 노조위원장은 "숨진 교사들의 상담일지, 일기장 등을 분석한 결과 학부모 민원, 교직 업무 수행 등이 우울증의 원인으로 작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각했음이 명백하므로 순직이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교사 4만여 명이 동참한 숨진 교사들의 순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경기도교육청에 제출했다.

앞서 의정부 내 같은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고(故) 김은지, 이영승 교사는 각각 2021년 6월과 12월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의 사망 경위서에 모두 '단순 추락사'로 기재해 도 교육청에 보고했다. 학교 측의 이 같은 보고에 교육청 차원의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 수사도 그대로 종결됐다.

두 젊은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지난 7월 서이초 교사의 극단 선택 이후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들은 두 교사의 죽음 배경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고 생전에 이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유족에 따르면, 김 교사는 학생들의 지도 불응과 폭력적 행동, 교실 붕괴 상황에 따른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가 컸고 결국 우울증이 발병했다. 집중 치료가 필요했지만 또 다시 담임교사를 맡는 등 학교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극단 선택으로 내몰렸다는 게 유족 측 입장이다. 

이 교사는 교과 활동 중 손을 다친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부모는 안전공제회를 통해 자녀의 치료비를 보상 받았지만, 이후에도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과도한 민원과 장시간에 걸친 무리한 상담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교사가 입대한 이후 부대까지 연락하며 치료비를 요구했고, 사망 하루 전날에도 갑자기 찾아와 1시간 가량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 교육청은 현재 합동대응반을 꾸려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합동대응반은 유족과 교원단체가 제기한 학부모 악성 민원 구체적 내용과 학교 측의 축소 보고 여부, 극단적 선택 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지난 8일 두 교사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교육자로서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소중한 교육 가족의 명복을 빌며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와 연관 있다면 응당하게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의정부교육지원청도 "진상 파악에 적극 협조해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