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엔 미 의원 방문, 남부엔 반정부 시위…흔들리는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인도주의 재앙은 현재 진행형” 직격
정부 장악 남부에서도 경제난에 이례적 시위
2011년 ‘아랍의 봄’ 분위기…알아사드 위기
지난 5월 아랍연맹(AL) 재가입을 계기로 부활을 노렸던 ‘시리아의 학살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반군 거점인 북부에선 27일(현지시간) 미연방 하원의원 3명이 깜짝 방문해 알아사드 대통령 비판 발언을 쏟아냈고, 알아사드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남부에서도 연일 반정부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2000년 집권 이후 내전과 서방 제재 등 숱한 위기를 넘긴 알아사드 대통령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이날 미 공화당 소속 벤 클라인, 스콧 피츠제럴드, 프렌치 힐 등 하원의원 3명이 시리아 반군이 주둔하는 북서부 지역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미국 고위 인사가 시리아 북부를 직접 찾은 사례는 2017년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이후 6년 만이다.
튀르키예를 통해 시리아 북부에 진입한 이들은 “시리아 정권의 인도주의 재앙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알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어 반군 핵심 인사와 내전으로 터전을 잃은 실향민, 구호 활동가 등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알자지라는 “알아사드 대통령이 여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지역에 미 하원의원이 들어와 정치·군사·경제 상황을 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부터 반군을 직·간접적으로 도왔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모든 지원을 끊어버렸다. 힐 의원은 시리아 북부 방문 이후 “시리아 정권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장기적인 접근 방식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시리아 난민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부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20일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날 남부 스웨이다에 있는 집권 여당 바트당 본부에선 시위대가 용접 기계로 문을 봉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자 알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남부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입김이 상당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는 “알아사드 대통령 통치 지역에서 보기 드문 반발”이라며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아버지를 위해 만든 개인숭배 조장 포스터가 훼손되는 등 이례적인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2011년 중동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시리아 시민단체 스웨이다24에서 일하는 벨키스는 WP에 “그날의 혁명은 모든 시리아인 마음속에 존재한다”며 “사랑하는 조국 시리아의 자유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알아사드 대통령은 최악의 경제난과 에너지 부족이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반군 때문이라는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그는 지난 9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반군)들이 인프라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가 없다. 외부 간섭이 심할수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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