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9월부터 '최소 30억' 준비금 쌓아야…원화거래소만 순항
원화 거래소는 '준비 완료'…자본잠식 코인마켓 거래소 '위기'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오는 9월부터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최소 30억원 이상 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연합회의 실명계정 운영지침 내용으로, 금융당국은 이 같은 지침을 포함한 '은행 실명계정 발급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준비금 적립 시행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미 실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원화마켓(원화와 코인 간 거래 지원) 거래소들은 기준 준수를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대다수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코인마켓(코인과 코인 간 거래만 지원) 거래소들은 준비금 적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이들 거래소가 은행과 진행해온 실명계좌 발급 협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연합회 실명계좌 운영지침, 금융당국도 반영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오는 9월부터 최소 30억원, 최대 200억원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 발생 시 이용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함이다.
이는 실명계좌를 내주는 은행들의 요구사항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말 이 같은 기준을 포함한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을 내놨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일평균 예치금의 30% 또는 30억원 중 큰 금액을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업비트 같은 대형 거래소의 경우, 일평균 예치금의 30%가 30억원을 훌쩍 뛰어넘으므로 해당 금액을 준비금으로 적립하면 된다. 일평균 예치금의 30%가 200억원을 초과할 경우 200억원까지만 준비금으로 적립해둘 수 있다.
은행권은 이 밖에도 강화된 고객인증(KYC), 추심이체 시 추가 인증 등 여러 기준을 운영지침에 포함했다. 단, 운영지침은 오는 2024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여러 기준 중 '준비금 적립'만은 오는 9월부터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이용자 보호는 조속히 시행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은행권의 지침을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은행 실명계정 발급 기준' 초안을 마련하고, 일부 은행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에는 은행연합회의 운영지침 내용이 포함됐다.
그간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발급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금융당국도 이 같은 절차를 추진해왔다. 준비금 규모의 명확한 기준이 정해진데다, 기존 원화마켓 거래소들은 9월부터 조기 시행하므로 '준비금 적립'은 실명계좌 발급 조건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화 거래소 '준비 완료'…코인마켓 거래소, 그간 노력도 물거품 위기
시행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존 원화마켓 거래소들은 준비금을 적립해둘 채비를 마쳤다.
업비트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의 지침에 맞춰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빗썸 관계자 또한 "운영지침 시행에 맞춰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은행은 이전 실명계좌 발급 계약 체결 때부터 이 같은 기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최소 3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규모는 지난달 운영지침 발표로 명확해졌지만, 이전부터 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 계약 시 '사고가 발생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준비금을 마련해두라고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원화마켓 거래소들은 대부분 준비금 마련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거래소의 관계자도 "기존 원화마켓 거래소들 중에 준비금 적립에 차질이 있는 거래소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부분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코인마켓 거래소들이다. 이들 거래소는 기존에 실명계좌가 있던 것이 아니므로 9월부터 준비금을 적립해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반드시 최소 30억원 이상 준비금을 마련해둬야 한다.
그간 일부 지방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협상을 진행했다고 알려진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현재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2021년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원화와 코인 간 거래를 지원하지 못하면서 거래량이 크게 줄었고, 꾸준히 적자를 낸 탓이다.
이들 거래소에게 30억원은 지나치게 큰 금액이다. 따라서 준비금 적립 절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은행권이 요구하는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그간 진행해온 실명계좌 발급 협상도 엎질러질 위기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장 최근에 실명계좌를 따낸 한빗코가 사실상 '막차'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중소 코인마켓 거래소 중엔 이미 구조조정을 거친 곳도 여러 군데다. 30억원이 없어 사업을 포기하는 곳이 꾸준히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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