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종국' 채널 애독자 입장에서 본 '택배는 몽골몽골'의 빛과 그림자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3. 8. 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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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는 몽골몽골’, 이 여행의 씨앗이자 구심점인 김종국을 살려야 한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또 한 편의 유튜브와 방송 합작 프로젝트다. 김종국의 <짐종국>채널은 피트니스계에 끼친 파급력도 컸지만, 이 베테랑 방송인의 유튜브 활약상은 주변 예능인들과 제작진들에게 활력과 영향을 주기도 해다. JTBC의 새 예능 <택배는 몽골몽골>이 바로 그 예다. 약 반 년 전 업로드된 '용띠클럽 포레버'를 본 <짐종국>채널 시청자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용띠클럽 콘텐츠는 각 회당 대략 4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300만이 조금 안 되는 구독자 수와 평균 조회수를 훨씬 상회하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그때의 수다가 결국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택배는 몽골몽골>은 유튜브에서 나눈 자유롭고 사적인 대화에서 발아해 방송 기획으로 연결된 리얼리즘이 콘텐츠 안팎으로 얽히고설키며 진행된 사례다. 공교롭게도 '우정'을 모토로 삼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에 대한 장혁의 동경을 제외하곤, 당시 나온 택배, 말 타기, 몽골 등등 수다의 중요한 키워드들이 모두 예능으로 실현되었으니 <짐종국> 구독자 입장에선 더욱 흥미롭다.

<짐종국>채널에서 운동 장면 없는 '아저씨들의 수다'가 터진 이유는 시청자들과 공유해온 리얼함과 자연스러움이 밑바탕 되었기 때문이다. 용띠 클럽은 예전부터 여러 예능에 함께 출연하기도 하고 토크의 소재로도 워낙 많이 회자된 바 있다. 2017년 KBS2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우정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또한, 그때 인연을 맺고 이후 현존하는 유일한 예능 토크쇼라 할 수 있는 tvN <유퀴즈>를 내놓은 김민석 PD가 이번에도 여행을 동참하고 관찰한다.

2회까지, 열흘간의 여정 중 하룻밤을 지낸 모습이 공개됐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음에 나오는 편안함과 신나는 모습이 화면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특히 제작발표회에서 장혁이 내추럴한 코디를 통해 보여준 배색 그대로 초원과 사막과 호수가 어우러지는 대자연의 광할함을 담은 멋진 풍광이나, 장혁과 홍경인이 말을 타고 광활한 초원 위에서 수많은 양떼를 모는 대장관의 낭만 등 확실히 남다른 볼거리가 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방송으로 넘어오면서, 배송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보인다. 유튜브에서 자연 발화한 현장감이나 절친한 관계라는 리얼리즘에 비해 때때로 '방송'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기획된 구성도, 출연진의 몰입 방향도 너무 방송임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왁자지껄한 수다, 고생에서 피어나는 여행예능의 웃음, 택배 서비스가 불가한 몽골에서 택배의 경험을 전하는 감동 코드가 자연스럽게 섞이지 않는다. 이는 유튜브에서 시작된 생생함이란 장점을 무난함으로 낮춰버린다.

여행예능의 톤과 작법은 여행 유튜브 콘텐츠의 '떡상'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현지와의 교류를 보여주려면 최대한 그냥 리얼하게 접근하고, 여행을 보여주는 방식도 점점 현실적이고 친화적인 형식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택배는 몽골몽골>은 이런 흐름에 반해 제작진의 개입이 무척 높고 출연진의 자유도는 낮다.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장면은 인위적인이다. 인터뷰하고 감동으로 나아가는 방식이 너무나 호혜적인 접근인데다가 통역도 필요하고, 여기에 인터뷰에 능한 출연진이 없다 보니 자연스러움은 더욱 멀어진다. 그러다보니 택배로 전하면서 나오는 감동과 택배를 전해야만 하는 이유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

김종국은 이 여행의 씨앗이자 구심점이다. 현지인들과의 감동을 품은 인터뷰에서도 진행자 역할을 맡고 있다. 허나 아무래도 예능 스타일이나 해온 경력상 거리가 있다. 지난번 MBC 예능 <도포자락 휘날리며>에서도 느꼈지만 뭔가 짜여진 상황에서 자연스럽고 여백이 있는 활약을 하기는 시청자 입장에서나 본인 스스로나 너무나 잘 알려진 완성된 캐릭터이자, 예능 환경에 너무나 익숙한 선수라 그런지 색다른 인간미의 발견이나 콘텐츠의 서사에 스며드는 몰입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중간중간 자연인이라기보다 방송 출연자임을 드러내는 순간들이 나타난다. 쉽게 말해 말을 타고 몽골 초원을 가르며 힘을 모아 길을 찾아 택배를 전하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함께 말을 타는 것도 아니다. 촬영의 여부와 상관없이 출연진이 스스로 이끄는(이끈다고 여겨지는) 여행예능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겐 세수할 때 물절약을 강조하고, 자연 그대로의 화장실을 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등의 고생기가 연예인의 체험기처럼 거리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현지법상 현지 기사가 차를 몰아야 한다는 핸디캡도 좌충우돌하며 스스로 극복하고 만들어가는 여행예능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함께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하고 고생해서 택배를 전한다는 콘셉트가 잘 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먼 거리를 가는데 그 과정에서 별다른 사건이나 성취도 없고 도착해선 우르르 몰려가 택배 박스를 전달하고 감동의 박스를 열면서 현지인과 교류를 방송 인터뷰식으로 진행을 한다. 우리가 아는 실질적인 택배나 여행예능과는 다소 다른 지점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여행예능의 여정에 동참하고 싶을 때는 출연자들이 친해져가는 과정의 서사에 몰입하든가, 그 자체에서 새롭거나 리얼한 볼거리를 마주할 때다. 그런데 이 경우, 이미 너무 친한 출연진들이 등장해 진정성을 담기 힘든 해야 할 일(택배)을 부여받았다. 그 때문에 그냥 여정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지 못하고,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발견으로도 아직 나아가진 못하고 있다.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의 감성, 새로운 인간미를 기대하는데, 방송이란 틀과 기존 캐릭터가 몽골로 와도 그대로 반복된다. 굳이 배송과 방송의 의무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다음 주 캠핑은 과연 어떤 볼거리가 나올까.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그렇지만 방송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제작진에 대한 당연한 의지도 내려놓고, 개성 강한 친구끼리 즐기는 진한 우정을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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