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대체인력으로 `경찰 투입`?
박근혜 정권 파업 때 군병력 투입 전력…당시 법원서 '위법' 판단
정부가 오는 9월 예정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총파업에 대비하겠다며 기관사 대체인력으로 '철도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교육 중이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재난상황이 아닌 철도노동자의 합법적인 노동쟁의에 공권력을 투입할 계획인데다가, 해당 인력이 교육을 받더라도 전문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상의 우려가 크다.
게다가 과거 박근혜 정부 임기 말에도 철도노조 파업에 군병력을 투입했다가 비판이 커진 전력도 있음에도 이를 강행하고 있어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문성이 없는 국방부 인력이 투입된 결과, 전동차가 멈춰서 운행이 지연되거나 승객들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철민(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이례상황 대비 철도차량 기관사 위탁교육훈련 계획' 내용에 따르면, 코레일은 현재 철도경찰 30명과 유관기관 인력 15명에 기관사 실무수습 교육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이미 제2종 전기차량 면허를 취득한 인력이기는 하다. 교육생의 실무수습 이수 여부에 따라 8주 혹은 3주 과정으로 구분해 법정요건을 충촉한 경우 이론 및 안전교육을 포함해 하루 8시간의 단축 교육이 예정됐다.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법정요건은 최초 실무수습 400시간 또는 6000km, 신규구간 실무수습은 30시간 또는 600km로 규정되어 있다.
이미 1차 인원으로 철도경찰 15명이 7월부터 8주간의 교육을 받고 있다. 코레일 측은 "교육용 임시 열차를 활용한 맨투맨식 지도와 단기간 내 교육생의 운전역량이 충분히 배양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적시했지만, 단기간 교육 후 현장 투입 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대체기관사가 면허를 갖고있긴 하지만 단기간 교육을 통해 열차를 운행하는 것은 (시민)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특히 파업을 막기 위해 경찰을 억지로 투입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대체인력 교육 목적도 논란이 예상된다. 장 의원실에서 확보한 '비상 시 철도수송력 확보를 위한 외부(철사경 등) 대체기관사 교육계획(안)'에 따르면, 이번 교육계획의 배경과 목적이 '철도노조 파업기류 확산, 비상 시 대비 운행인력 사전확보 필요'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어 위법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장철민 의원은 "코레일은 국가공권력인 '사법경찰을 대체기관사로 투입할 수 있는 법적근거'에 대해서 합당한 근거를 제출하지 못했고, 기관사 교육기준인 철도안전법 제10조(철도차량 운전면허), 제12조(운전면허의 신체검사), 제15조(운전적성검사), 제16조(운전교육훈련)만을 제시했다"며 "파업을 대비할 목적으로 경찰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은 헌법적 권리인 쟁의권을 침해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교육과 파업대체인력 투입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코레일은 이미 박근혜 정부 임기 말(2016년)에 장기화됐던 철도노조 파업에 군병력을 대체기관사 및 대체인력으로 투입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국가 공권력인 군병력을 파업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법적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국방부가 근거로 제시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 15조의2와 철도산업발전 기본법 제 36조 등은 법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군병력 투입이 위법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코레일은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공권력인 군병력을 대체인력으로 파견해 위법성을 확인한 당시 판결취지를 인지하고 있다"며 "또다시 국가공권력인 경찰을 투입하기 위해 계획수립 및 관련 교육을 시행한다는 것은 '고의적인 위법 자행'을 전제한 것으로 사회적 비난과 법적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질타했다.
경찰병력 대체인력 투입 관련 질문에 코레일 측은 "운전업무종사자(대체기관사 포함)는 안전 확보를 위해 철도안전법에 따라 실무수습 및 철도차량 인증을 받고 해당소속에서 교육을 통해 구간을 충분히 숙지한 후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근거로 투입할 수 있다"고만 답변하며 말을 아꼈다.
이어 국토부는 "외부 대체인력(군 인력, 철도경찰 등)은 최근 출퇴근 시 혼잡도 증가로 인해 안전우려가 커지고 있는 수도권 전철에 대부분 투입될 예정"이라며 "'대체기관사 투입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철도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군 인력 투입 결정은 불법이 아니라며 철도 노조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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