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정유미의 '맑눈광'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3. 8. 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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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정유미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정유미가 '맑은 눈의 광인'으로 변신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부터, 낯선 광기까지 더해진 정유미의 '잠'이다.

정유미의 출연작 '잠'(연출 유재선·제작 루이스픽쳐스)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잠'에 대한 정유미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었다. 정유미는 "시나리오가 콤팩트하고 간결했다. 이 글을 쓴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져서 뵙고 싶다고 말했다"며 "실제로 만나보니 되게 좋았다. 어떤 영화를 그리고 싶냐는 이야기를 나눴을 때도 표현이 좋았다. '잠'에 대해 스릴러, 공포 등 다양한 장르가 언급되지만 저한테는 '러브스토리'라고 표현해 주셔서 그 이야기가 신선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품고 있는 '잠'이지만 정유미는 "장르적으로 중심을 두고 뭘 하진 않았다.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발란스가 좋았고, 그걸 믿고 쭉 밀고 나갔던 것 같다"며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 등에 대한 이야기는 칸 영화제를 다녀오고, 이번에 시사회를 하면서 플러스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영화는 정말 다양한 장르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잠 정유미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정유미는 몽유병 환자인 남편 현수의 곁을 지키는 아내 수진 역을 맡았다.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잠'에서 수진은 현수의 불면증에 대한 걱정과 공포, 두려움 등 점차 고조되는 감정과 맞닥뜨리게 된다.

정유미는 "각 장마다 감정이 변한다. 제가 봤을 때도 변하는 포인트가 있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굳이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며 "세트장에서 순서대로 촬영을 했는데 장마다 미술이나 조명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런 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분장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감독님의 디렉팅을 따라 맞게 해 나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유미는 "그날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려고 했다. 매 장마다 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진 회차 분량을 소화해야 했다"며 "매일 아침마다 설명을 해주셨고, 촬영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갔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걱정에서 시작된 수진의 감정선은 점차 불안감, 두려움, 공포까지 치닿기 시작한다. 클라이맥스 구간에서 수진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광기를 폭발시킨다.

다만 정유미는 "광기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걸 듣고 나서야 아쉬움이 더 커졌다. 제가 조금 더 광기를 폭발시켰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조금 더 과감하게 했다면 더 큰 광기가 나왔을 것 같다. 리뷰 중에 광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아쉬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정유미가 꼽은 '잠'의 가장 큰 무기는 '사운드'에 있다. 정유미는 "촬영한 대로 잘 나온 것 같다. 칸에서 먼저 영화를 봤는데 사운드가 이렇게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사운드로 플러스 요소가 되더라"며 "소리가 정말 공포스럽다. 저는 영화를 직접 촬영했기 때문에 분위기나 무슨 장면인지 알고 있다. 거기에 더해 소리가 메꿔주니까 굳이 큰소리가 아니더라도 작은 소리가 채워주는 것들이 있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잠 정유미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잠'은 지난 5월 개봉 전부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이 공식 초청되는 기쁨을 맞았다. 무엇보다 '봉준호 키즈'로 불리는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유재선 감독에 대해 정유미는 "감독님은 영화와 많이 다르다. 감독님은 순둥 하신 반면, 영화는 엄청나다. 발상이나 상상력이 신선한 것 같다"며 "편안함 속에서 디테일을 만들어내시는 모습을 보면 그게 감독님이 가진 장점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미는 "감독님은 디렉션을 명확하게 주시는 분이다. 불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건 빼달라고 하신다"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든 생각은 이런 영화가 저에게 온 것이 감사했다는 점이다. 시나리오가 간결했다. 딱 할 것만 하는 이 시나리오를 보고 '내가 이런 걸 해보고 싶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다. 내가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고 이야기했다.

'잠'과 운명적인 끌림을 느꼈던 정유미는 "저는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것들 중에 재미가 있다고 느껴지면 감독님을 뵙고 싶다. 그러고 나서 감독님과 잘 맞을 것 같다 싶으면 작품을 선택한다"며 "감독님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 글이 매력 있어야 하지만, 글만 매력이 있어선 안 되는 것 같다. 현장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게 상대 배우와 감독님이니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유미는 "솔직히 얘기하면 최근에 영화들을 많이 못 봤다. '잠'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러닝타임이 길지 않다는 것"이라며 "당연히 러닝타임이 긴 영화 중에 재밌는 영화가 많지만, 짧은 시간 안에 재미를 담은 영화는 오랜만이었다"고 '잠'의 관전 포인트를 언급했다.

잠 정유미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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