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강풀 작가 "직접 쓴 대본 '원작보다 낫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인터뷰①]
[OSEN=연휘선 기자] '무빙'의 강풀 작가가 원작 웹툰에 이어 드라마 극본까지 직접 쓴 소회를 밝혔다.
강풀 작가는 2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배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박희순, 양동근, 김신록, 곽선영, 조복래 등 화려한 캐스팅과 한화 5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제작비로 이목을 끌며 준비 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 9일 첫 공개된 '무빙'은 기대에 부응하는 감정적 서사와 역동적인 액션으로 K콘텐츠 명작으로 꼽히며 국내외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디즈니+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수준 높은 만듦새로 국내 시청자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무빙'은 강풀 작가가 쓴 동명의 웹툰을 원작 삼아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강풀 작가는 이번 작품을 위해 원작에 이어 드라마 대본까지 직접 썼다.
이와 관련 강풀 작가는 "기분 좋다"라며 웃었다. 그는 "저도 주위 반응 밖에 몰라서 예전에 만화 그릴 때도 제 댓글을 잘 안 봤다. 그런데 요즘에는 생활이 바뀌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검색해보고. 저도 그런 걸 하게 되더라. 제 생각보다도 반응이 좋은 것 같아서 즐거운 나날을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인상 깊었던 반응에 대해 "원작보다 낫다"라고 웃으며 "내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봤다. 영화는 몇번 해봤지만 항상 원작과 비교당하는 입장이었는데 비교할 대상이 원작인데, 제가 원작을 그렸으니. 대부분 원작보다 좋다는 반응이 있을 때 내가 그린 만화들에 미안하기도 하고 현재는 기분이 좋더라"라고 말했다.
강풀 작가가 직접 대본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제 작품을 영화화 할 때 항상 벽에 부딪히더라. 처음에는 다들 좋다고 계약해서 가져가는데 두 달 뒤에 전화가 온다. '이상하다'고. 축약하고 변형하는 게 어려운 것 같더라. 이번에는 드라마로 하면서 원래 다른 분이 써주셨는데 트리트먼트를 하는 과정에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라고 했다.
그는 "영화 할 때는 시나리오를 잘 안 봤다. 완성된 거만 보고 바꾸면 안 된다 생각했다. 감독님의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드라마는 호흡이 길고, '무빙'에 제 애정이 남달랐다. 트리트먼트를 하면서 의견을 냈는데 축구 보다가 '네가 한번 뛰어봐'하는 것처럼 직접 제안을 받아서 고민은 됐다. '한번 써볼테니 보고 판단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처음 쓰는 거라 두, 세달은 걸렸다. 만화 그릴 때는 저만 알아보면 됐는데 제작진과 배우 모두 알아보는 시나리오를 쓰는 게 낯설었다. 고심해서 썼는데 좋다고 해주셔서 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빙'에 욕심을 낸 건 만화는 어쩔 수 없이 덜어내는 게 많다. 매주 월, 목요일 마감을 한다고 하면 날짜에 맞추려면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일이 많다. 만화는 여백을 둔다고 해도 작가 입장에선 캐릭터가 납작해지는 느낌이 있다. 만화는 만화로 온전히 가능하게 했지만 내가 미처 못해볼 것들을 더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있었고 협업을 해보고 싶었다. 어시스턴트,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도 있지만 만화는 제가 책임지는 게 컸다. 망해도 저 혼자 말하면 됐다. 그런데 이번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는 거라 자세가 달라졌다. 만화는 만화대로 온전히 즐겼지만 드라마에서는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더하게 됐다"라고 했다.
만화의 드라마화 과정에서 강풀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했다"라고 가장 신경 쓴 점을 말했다. 그는 "굉장히 고민도 많았다. 만화를 20년 넘게 그렸다. 드라마까지 하면서 시대가 정말 변한 걸 느꼈다. 사람들이 서사를 보지 않더라. 미드폼, 숏폼, 짧은 걸 보는 시대가 되면서 조금만 이야기를 들어가도 서사보다도 줄거리를 보는 것 같더라. 나는 개개인의 인물들의 서사가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인물이 사건을 만나서 결말로 가는데 사건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게 인물인데 나는 인물에 더 집중하고 싶었고, 인물의 서사가 중요한데, 그걸 다 풀려면 사람들이 질릴 텐데 그걸 끝까지 보게 할 게 재미 밖에 없더라.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봤다. 맨날 헷갈렸다. '나만 재미있으면 큰일 나는데'라고. 대중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걸 맞춰내는 게 힘들었다"라고 밝혔다.
'무빙'은 총 20부작으로 기획됐다. 디즈니+에서 매주 수요일 2회씩 공개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11회가 공개된 상태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디즈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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