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시라카와 요시노리' 백선엽과 '남로당' 출신 박정희는?
남로당 조직책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은 박정희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과 근대화의 아버지
해방 전 불가피한 행적을 이유로 공산주의자 딱지 붙이기
독립영웅들에 대한 역사모독이자 자해행위
공과가 병존하는 한국 근현대사에 정치적 잣대 들이대기
5인의 독립영웅은 대한민국 어디에 놓아도 당당해
시라카와 요시노리는 일본 제국의 전쟁영웅이다. 1890년 육사를 졸업한 뒤 육군 소위로 임관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공을 세운다.
이후, 승승장구해 1923년에 관동군 사령관에 오른다. 관동군은 일제의 중국 침략을 위한 첨병으로 2차대전 말기까지 만주에 주둔하며 중국인과 조선인 학살을 주도했다.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에게 최후를 안긴 사람이 윤봉길 의사다. 시라카와는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윤봉길 의사가 던진 물통 폭탄을 맞고 한 달 뒤 사망했다.
비슷한 시기에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한 사람 더 있었으니, 바로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 장군이다.
역시 일본 육사 출신인 백선엽 장군은 시라카와 요시노리를 존경한 나머지 시라카와의 원수를 갚겠다며 시라카와 요시노리로 창씨 개명을 하고 만주군 간도특설대에 복무한다.
간도특설대는 일제가 1938년 조선독립군은 조선인의 손으로 토벌하겠다며 창설한 대대급 부대였다. 수많은 조선 독립군과 민간인들이 간도특설대의 소탕작전으로 목숨을 잃었다.
백 장군은 훗날 자신의 회고록에서 간도특설대 복무 사실을 시인하며 "우리(간도특설대)가 전력을 다해 (독립군을) 토벌했기 때문에 조선의 독립이 늦어진 것도 아닐 것이며 우리가 (일본을) 배반하고 오히려 독립군이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라고 밝혔다.
백선엽 장군의 솔직한 고백이다. 식민지 조국의 엘리트 군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백선엽 장군은 이후 한국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다부동 전투에서 북한 공산군에 맞서 필사적으로 싸워 승리함으로써 적화통일을 막아낸 전쟁영웅이다.
백선엽 장군의 승리가 없었더라면 한국전쟁의 판도는 물론 대한민국 역사도 바뀌었을지 모른다.
백선엽 장군은 이처럼 공과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군인이다.
백선엽 장군이 끔찍히 아꼈던 일본육사 후배 박정희 대통령의 삶도 그러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창 혈기왕성하던 시절 해방정국에서 방황했다.
당시 많은 지식인들과 엘리트들이 선택했던 것처럼 좌익사상을 받아들였다. 남로당 조직책으로 국방경비대 1연대 소속 장교들을 포섭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런 좌익활동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박정희 장군을 구명해준 사람이 백선엽 장군이다.
반공 국가의 대통령에게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과거다.
박 대통령은 이후 철저한 반공정신을 앞세워 북한과의 체제경쟁에 나섰고 국가 주도 근대화 정책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뤄냈다.
진보,좌파세력들이 박 대통령에게 독재와 인권탄압의 주홍글씨를 붙여도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기리는 이유는 이런 부인할 수 없는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결정적인 공이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에 설치한 독립운동가 5인(홍범도 김좌진 이범석 지청천 이회영)의 흉상을 철거하고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 등의 공산주의 경력을 들고 나왔다. 홍범도 장군은 1920년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 120명을 사살하고 이어진 청산리 전투에서도 김좌진 장군과 함께 일본군을 섬멸한 항일 무장투쟁사에 몇 안되는 승전사의 주인공이다.
홍범도 장군은 1927년 소련 공산당의 전신인 볼셰비키에 가입했지만 공산당의 무기 지원 등 당시 무장투쟁을 이끌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홍범도 장군은 1937년 일본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 당해 말년까지 극장 수위로 일하다 해방이 오기 2년 전 쓸쓸하게 숨졌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이런 홍범도 장군을 기려 우리 해군 1800t급 최신 잠수함 이름을 '홍범도함'으로 명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객지에 방치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78년 만에 봉환해 고국 땅에 안장시켰다.
당시 안장식에는 지금의 여당 대표도 참석했고 윤석열 정부는 불과 한 달 전 홍범도 장군과 윤동주 시인 등에게 가족관계등록창설을 해주고 정부 치적으로 홍보했다.
이들 독립운동가 5인은 독립군과 광복군을 이끌며 항일투쟁의 선봉에 섰고 현재 국군의 뿌리라고 볼 수 있는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인물이다.
이들은 뚜렷한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없으며 북한 공산정권 수립과도 관련이 없다.
그런 독립영웅들에게 공산주의 딱지를 붙여 흉상 철거나 이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역사 모독이며 민족 자존심에 대한 자해 행위다.
국방부는 28일 육사 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철거되는 흉상들을 독립기념관에 모셔지는 것이 아니라 수장고에 쳐박혀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이런 움직임은 앞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의 취지를 따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부끄러운 역사와 자랑스런 역사가 교차하는 한국 현대사에서 이런 영웅적 인물들을 당시 시대적 상황을 무시한 채 현재의 시각으로 재단하는 처사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라카와 요시노리였던 백선엽 장군의 동상이 경북 칠곡 다부동에 세워지고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과 기념관이 존중되는 것처럼 홍범도 장군의 흉상도 당연히 존중될 자격이 있다.
친일 행위를 한 백선엽 장군과 남로당 활동을 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진보 좌파세력들이 끌어내리려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이 이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풍찬노숙과 동가식서가숙하며 독립투쟁을 이끌었던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은 대한민국 어느 곳에 놓아도 부끄러울게 없다.
하물며, 그곳이 대한민국 육군 장교들을 육성하는 육군사관학교라면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역사를 억지로 지우려는 일을 그만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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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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