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게’ 이상한 동네, 이상한 한지민.. 이민기 “나 돌아갈래!”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8. 2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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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빰빰빰~ 빰빰빰빰빰빰~ 빰빰빰, 빰빰빰..’ 비제의 ‘투우사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멀리서 그 장중한 장단에 맞춘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보인다. 누런 무언가가 둔중한 질량감을 과시한 채 육박해온다. 닥쳐온 누런 녀석의 정체는 소다. 근데 그 등에 무언가가 매달려 있다. 사람이다. 그것도 여자다. 뭐지?

서울 광수대 에이스 문장열(이민기 분)이, 좌천돼 내려온 무진에서 마주친 첫 강력 사건의 시작과 끝, 곧 시말이다.

전입신고도 마치기 전에 끌려온 사건 현장이다. 강력반장 원종묵(김희원 분)에게 무슨 사건인지 물었다. 너무나 당연한 듯이 “강력반이 출동하니 강력사건”이란다. 채 인사도 못나눈 배덕희(조민국 분) 형사에게 ‘혹시 약 사건인 지?’ 물었다. 배덕희가 그렇다고 답한다. ‘약쟁이 때려잡는 일이라면 아무래도..’ 싶어 삼단봉 대신 야구방망이를 골라 잡았다. 그랬던 건데..

황당한 사건개요를 목도한 장열이 덕희한테 발끈해 묻는다. “야! 약 사건이라메?” 생각없는 대꾸가 돌아온다. “예, 백신 맞다가 소가 놀랐답니다.”

종묵에게도 항의한다. “이게 강력사건입니까?” 별스런 소리 다 듣는다는 표정이 돌아다 본다. “소가 뛰댕기는 것 만큼 강력한게 어딨어?”

‘하아~!’ 장열의 목표에 비장한 결기가 더해진다. ‘한 달이다. 한 달! 그 안에 무조건 이 망할 동네 뜬다!’

JTBC 토일드라마 ‘힙하게’의 행보가 힙하다. 초능력 사이코메트리를 소재 삼았는데 ‘엉덩이를 만져야 보인다’는 발칙한 상상을 곁들였다.

수사를 망치고 좌천당한 형사 장열에게 무진의 첫 인상은 최악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쥐어주는 유인물에 질렸고 ‘소 날뛰는’ 첫 강력 사건에 질렸다. 게다가 어라? 만원 버스 안에서 남자 엉덩이 만지려는 여자 변태까지 활개치네!

그런데 수의사라는 이 여자 변태, 눈에 익다. 무진 첫 발에 ‘소·돼지 전문’ 유인물 나눠준 여자다. 첫 강력 사건 당시 바로 그 ‘소 위의 여자’다. 그러더니 이젠 무진 첫 수갑의 주인공까지... 웬만하면 피해야 할 악연의 낌새가 강한데 사는 집마저 옆집이다. 이쯤되면 무진이란 동네 자체가 장열을 온 몸으로 거부하는 기분이 든다. 곧 떠날 동네 아무려면 어떨까.

문장열의 지상과제는 서울 광수대 원대복귀다. 올라가서 꼭 되갚아 줄 원한도 있다. 그러자면 실적이 필요한데 이 충청도 촌동네엔 실적 삼을 사건이 없다. 사람들도 이상하다. 특히 의사소통하기가 당췌 쉽지 않다.

당장 반장 원종묵만 해도 그렇다. 꿈이 ‘기러기 아빠’란다. 그래서 애들 유학 보내라 했다. 그랬더니 애들이 없단다. 빨리 하나 만들라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마누라가 없단다. ‘아 돌싱이구나!’ 했다. 근데 총각이란다. 첫 사랑을 독한 년을 만났다나 뭐래나. 결국 돌고 돌아 하고 싶은 얘기는 자기 결혼할 때까지 사고 치지 말란다.

양파 농약 살해사건 피해자는 또 어떻고. 양파얘기 하랬더니 1년 전 고추 재배부터 쪽파 재배까지 거슬러 간다. 말을 끊었다. “육하원칙으로 짧게 얘기해주세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짜하게 바라보던 이 아저씨 한마디 한다. “그렇게 잘하면 왜 왔댜? 그냥 잡지!” 두 손 들었다. 마침내 양파 얘길 들으려는 순간 마나님이 끼어든다. “밥들 먹구 해유!”

번역기가 필요한 상황은 밥상머리서도 이어졌다. 아저씨가 “닭괴기 먹지?” 물어오길래 “먹긴 먹죠.” 답했다. 아저씨가 대뜸 마나님을 타박한다. “거 봐~, 닭고기 좋아한다잖여.” 뭐지? 내가 언제?

닭이 밥상에 올랐다.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사과했다. 마나님 왈 “괜찮아유.” 한다. 그러더니 “낼 아침 여섯 시에 뭐한대유?” 묻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닭이 없으니께 누가 깨워줘야 될낀데..”한다.

마나님 퇴장 후 하나 남은 닭다리 앞에서 아저씨 손과 겹쳤다. “어르신 드십쇼.” 했다. “아휴, 나야 뭘~ 맨날 먹는 건데” 사양하신다. 고맙게 가져다 먹었다. 덕희가 옆구릴 찌른다. “그만큼 좋아하신다는 거죠!” 그게 어떻게 그 얘기가 되냐고?

얼추 끝난 식사자리 아저씨가 묻는다. “닭죽은 안먹어도 되겄슈?” “아 닭죽도 있습니까? 감사합니다” 예의바르게 답했다. 또 덕희가 눈치를 챙기란다. 그게 ‘그만 먹고 가!’란 뜻이라고? 그 말고도 많이 배웠다. “어디서 왔댜?”는 “어디서 굴러 먹다 온 놈야?”의 뜻이었고 “찬찬히 먹고 가유”는 “썩 꺼져!”란 의미였다.

말 뿐이 아니다. 이 동네 사람들 쓸데없이 수상쩍은 행동도 자주 한다. 옛 광수대 동료로부터 굴지의 마약상 테드창의 종적이 무진 인근에서 끊겼다는 정보를 얻었다. 놈이 무진 근방에서 약을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으리란 촉이 온다. 그러던 차 발견한 해산물 유통 트럭. 인근 섬 광어양식장 때문이란다.

‘아하, 섬!’ 덕희와 함께 잠입했다. 널려 있는 환풍기, 물씬한 생선 비린내, 게다가 섬이다. 마약 제조 시의 악취를 숨길 제반 조건을 충족한다. 게다가 충분히 야심한 시각, 은밀히 접선하는 남자들이 있다. 수상쩍은 서류가방이 놓이고 그 안에서 등장하는 하얀 가루. 한 사내는 주변을 휘돌아본 후 조심스레 흰색 가루를 맛본다. 빼박이다. 무진서가 떠들썩하게 출동해 잡아들였다.

범인은 원종묵 반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원반장은 놀랍게도 본분을 지켰다. “언놈이 저 밤에 만나 가지구 가방 열고 맛보고 씹고 뜯고 즐기고.. 그럼 답 나온거 아녀?”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 추궁했다. 놈은 환장하겄다며 부인했다. “이거 광어 사료유. 그 짝으로 빠삭한 모양인디 먹어보면 될 거 아뉴?” 도발한다. 얼씨구? 그래 보자. 맛도 보고 잇몸에 문질러도 봤다. ‘봐!’.. 광어사료다. 젠장.

그러니 도대체 왜 야밤에 만나냐고? 광어사료는 또 왜 서류 가방에 넣고? 결정적으로 광어사료라며? 광어 먹을 걸 지가 왜 먹어보는 건데?

원 반장이 우샤인 볼트급 태세전환을 과시한다. “난 동상 믿어!” “버스 떠났슈!” “버스가 왜 버스여? 다시 오니께 버스여!” 이 동네 인간들 정말 싫다. 저런 만담도 싫다.

그런데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바로 그 변태 수의사 봉예분(한지민 분)이다. 유성우 떨어지던 어느 날 왕진갔단다. 소 엉덩이를 만지는 순간 추락한 유성에 휩싸였고 그 후 엉덩이만 만지면 과거를 볼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생겼다고 한다.

‘거짓말도 별 거지같은..’ 했는데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VJ 시아양(최희진 분) 납치 살해 미수사건에서 확인했다. 그 날 장열은 예분과 시아양은 구해냈지만 그렇게 벼르던 ‘큰 건’ 테드창 검거작전에선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확인된 능력대로라면 이 여자, 광수대 원복행 급행티켓이다. 둘의 공조로 무진노래방 불법점거사건 주동자도 잡고 차주만(이승준 분) 후원자 명단 분실 사건, 어군탐지기 도난 사건, 동물학대범 사건도 해결했다.

그리고 발생한 여자속옷 도난사건. 장열은 도둑에게 농락당한게 약올라 자신의 엉덩이를 예분의 손에 맡겼다. 그 덕에 예분은 의도치 않게 장열의 과거사도 접한다.

결국 예분이 특정한 속옷 도둑은 잡았지만 그 뒤를 쫓던 장열은 뜻밖에 등장한 박승길(최지혁 분)의 칼에 찔린다. 그리고 이어진 박승길의 죽음. 드라마는 백사장(김병희 분) 등 장열 과거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메인스토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힙하게’는 패러디도 맛깔스럽다. 특히 대놓고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패러디한 원종묵-정현옥(박성연 분)의 ‘쉰 다섯 쉰 하나’ 러브스토리는 쉰내 나서 재밌다. 화면에는 안나오지만 영화 ‘극한직업’의 테드창(오정세 분)은 굳이 무진까지 기어 들어와 잡혔다.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는 공연히 나미란(정이랑 분)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해야 했다.

한지민은 만화같은 캐릭터 ‘봉예분’ 찰떡이라 만화원작을 의심케하고 이민기는 야망에 한 꼬집 찌질을 버무려 문장열을 장렬히 그려낸다. 여기에 속 깊은(?) 충청도식 표현법이 맞춤양념으로 곁들여지니 드라마 ‘힙하게’가 힙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시청률 상승에는 그런 이유가 주효해 보인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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