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공산당 나팔수를 기리겠다는 시도, 참담하다”

보훈부, 학도병 현충시설 건립 계획 발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8일 오전 전남 순천역에서 6·25 학도병들을 기리는 한편, 광주의 정율성 공원 추진 철회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순천=뉴시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8일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을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율성의 공산당 행적을 부각해 광주시가 추진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전남 순천역 광장에서 "6·25전쟁 당시 호남의 어린 학도병들이 공산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수많은 애국 영령들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며 "정율성 공원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원이) 허용되면 정율성이 만든 군가를 부르며 진군하던 북한군, 중공군에 의해 6·25전쟁 때 전사한 국군과 학도병들은 지하에서 눈을 감을 수 없다"며 "우리 국민의 소중한 예산은 단 1원도 대한민국의 가치에 반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훈부는 이날 순천역 광장에서 '잊혀진 영웅, 호남학도병들을 기억해야 합니다!'를 주제로 한 호남학도병 현충시설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순천역 광장은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7월 '학도병' 출정식이 열렸던 장소다. 당시 순천과 여수, 광양, 벌교 등 호남지역 17개 학교에서 모여든 180여 명 학생들은 혈서로 입대지원서를 쓴 뒤 순천역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보훈부는 "6·25전쟁 최초의 학도병 중대가 편성될 수 있었다"며 "이들은 경남 하동군에서 북한군 6사단 1,000여명과 첫 학도병 전투를 치렀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수많은 독립투사, 호국 영웅, 민주 열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극복하는 역사에서 호남은 늘 앞장서 왔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기억해야 하느냐. 공산당의 나팔수냐, 조국을 위해 제 한 몸 불태우며 기꺼이 목숨을 바쳤던 호남학도병 영웅들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품격은 누구를 기억하는가에 달려있다"며 "호남학도병들의 우국충절을 기억하고 기릴 수 있도록 순천역 광장에 현충시설 건립을 추진해 '잊힌 영웅' 호남학도병을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장관은 이날 6·25 학도병으로 참전한 고병현(94) 옹과 만나 '영웅의 제복'을 전달했다. 고 옹은 1950년 율촌고등공민학교 재학 중 입대를 거부당하자 망치로 오른손 검지를 찍고 '이 몸을 조국에 바치나이다 무진생 고병현'이라고 쓴 혈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이후 육군 제5사단 제15연대 학도중대에 입대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