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고발 NO" 3시간짜리 녹음파일, 아동학대 무죄 입증할까[종합]
웹툰 작가 주호민의 발달 장애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한 3차 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문제의 녹취 파일이 결국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음 재판에서 이 녹취 파일이 어떻게 공개될 지도 초미의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수원지방법원 형사 9단독은 28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2차 공판 이후 46일 만의 공판에서 이날 공판에는 주호민 담당 법률대리인과 함께 A씨가 참석했다. 이날 A씨는 변호인과 경기도교육감 고문변호인 등과 함께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녹음 파일은 앞선 기일에서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시간 관계 상 약식으로 내용을 들어봤다"라며 추가 증거에 대해 검찰과 이야기를 나눴고 검사도 채택에 동의하며 재판을 진행했다.
이후 A씨 변호인은 탄원서 관련 제출에 대해 "이번 사건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동종 업계 교사들의 시선이 모아진 가운데 저희가 발제를 해서 제출했다"라면서 "언론에서 주호민이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확인이 필요하다"라고도 말했다.
변호인은 이후 작심한 듯 "공판기일 이전에 제출된 증거 제출은 인정해서는 안된다. 증거 조사 절차를 무시했다"라며 "특수교사가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이라며 잘못 유포됐다. 이후 피고인 오롯이 소송을 진행해서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 이 글을 유포한 게시자도 피고인을 위한 마음에 작성된 부분이 유출했고 유포된 이후 이를 회수하기 어려웠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한 온라인 상에 공개된 경위서는 A씨가 작성한 것이 아니며 '평정심을 잃고 격앙됐다'라는 문구 역시 A씨의 의견이 아니고 다른 선생님이 내부 게시판에 게시된 게 유출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2차 가해를 우려해 녹음 파일을 비공개할 것을 주장하나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해 재판에서 2시간 30분 가량 되는 녹음 파일 전체를 연속적으로 들어야 한다. 몰래 녹음했더라도 공개된 수업 내용이므로 공개 검증이 정당하다. 당시 A씨는 3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장애아동을 지도했으며 수업 전반적인 녹음을 들어보고 A씨의 발언이나 태도가 과연 직위해제가 될 정도였는지를 들어봐야 할 것이다. 공소장에 보면 A씨의 범행 동기에 대한 기재도 전혀 없다"라며 강하게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교육청 차원에서 증거 동의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위법 수집 증거 취지를 근거로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입장 정리를 해달라"라고 답하고 "녹음 파일의 전체 재생은 동의한다"라면서도 진행 과정에 대해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10월 30일로 정했다.
한편 재판 직후 A씨 변호인과 함께 재판에 함께 했던 경기도교육감 고문 변호인은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문제가 된 녹음 파일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인지 아닌지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될 것 같다. 녹취록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청에서는 녹취록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없다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태희 교육감하고 통화를 했고 '교육 현장에서 몰래 녹음한 녹취록에 대해서 이렇게 만약에 재판부가 유죄의 증거를 사용한다고 하면 교사에 대한 녹음이 현장에서 팽배해져서 상당히 교육 활동하는 데 상당히 불편을 많이 겪고 그러다 심각해진다'라는 입장을 표명을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 즉 녹취록에 대해서 신중하게 판단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1심에서 A씨가 유죄를 선고받는다 하더라도 A씨를 위해서 항소심까지 같이 하겠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라고 전했다.
고문변호인은 또한 "녹음 파일의 일부만 딱딱 끊어서 들으면 마치 아동학대처럼 보여질 수가 있다. 당연히 검사가 유리한 부분만 잘라서 잘라서 그 부분만 공소 제기를 했으면 당연히 그렇게 어느 사람이나 보여줄 수가 있을 것"이라며 "(문제가 되는) 이 발언을 왜 했는지, 그 다음에 (학생이) 어떠한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알려면 전체 파일에 대해서 재생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고문변호인은 "검사의 공소 제기가 잘못됐다라고 생각이 든다. 교과서에 있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하지만 녹취 내용을 살펴보면 그전에 그런 내용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상당히 반복적으로 언급을 했다. 이 부분까지 검사가 공소사실을 한 거는 마치 그 단어 문장이 아동학대로 보여질지는 몰라도 그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그전부터 계속해서 발언한 거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문변호인은 녹취 파일에 주호민 가족의 녹취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수업시간이 끝난 이후의 상황이 담겼다. 재판부에 말한 것처럼 아동학대가 있었다고 하면 아동학대 후에 여러 가지 정황들도 하나의 판례상 판단 요소가 되는데 수업이 끝나고 나서에 대한 대화 녹음을 보면은 아동학대라고 보여지지가 않는다. 이 부분이 빠져 있었다. 30분 이상 꽤 긴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녹음 파일 자체가 위법이지만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 능력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수업시간에 녹음한 파일에 대해서 만약 증거 능력이 인정돼서 유죄의 증거로 삼는다면 많은 교사들에 대한 녹음에 대해서 많이 팽배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교사들이 제대로 된 교육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지고 많은 교권 침해를 받을 거다. 결국 '이거 증거 능력 인정해주네?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네'라고 하면 현장에서 교육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사에 대해 발언해서 녹음할 것이고 그만큼 교사에 부담이 가게 된다. 그렇다면 누가 특수교사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법률대리인은 A씨의 주호민 부부를 향한 고발 여부에 대해 "(문제가 된 녹음 파일에 대해) 8월 초에서 8월 중순 사이에 이야기를 나눴다. 녹음된 것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고발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 물어봤고 A씨는 '장애 학생의 아버지를 고발하는 게 장애 학생에 대한 아픔을 주는 거고 그 다음에 지금 서울로 이사를 갔는데 그 장애 학생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지금 많이 걱정이 되고 눈앞에 어른거린다'라면서 장애 학생에 대한 걱정도 있고 만약에 고발을 하면 장애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아픔을 느낄까 봐 도저히 고발할 수 없다"라고 밝히며 현재 시점에서 고발 의사가 없다고 알렸다.
또한 현재 A씨의 복직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마 8월 말까지 휴가 처리된 걸로 알고 있다. 곧 복직될 것"이라고 전했으며 주호민의 탄원서 제출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호민의 법률대리를 맡은 국선변호인은 재판 직후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 말을 아끼며 "주호민의 입장은 말씀드릴 수 없다. 탄원서는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짧게 답했다.
수원지방법원=윤상근 기자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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