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해병대 수사 대통령실 외압 의혹, 국정조사로 밝혀야"
'고 채 상병 사망 국정조사' 요구 국민청원, 국회 상임위 회부
고(故) 채모 해병대 상병 사망 경위를 둘러싼 수사 외압 논란을 놓고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장관 주장대로 장관이 스스로 사건 수사 결과가 이상하다고 판단해 결재를 번복한 것이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며 "(수사 외압 논란 관련) 사건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사망 원인 규명을 방해하기 위해 권력자가 조직적으로 수사에 개입한 권력형 범죄"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7월 30일까지) 국방부 장관, 해군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 모두 사단장 책임을 인정하고 수사 이첩에 따른 후속 인사조치도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7월 31일 오전 11시경)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입건시킬 예정이라는 보고를 받고 격노했고, 그에 따라 국방부가 발칵 뒤집혔다고 보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사 초기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시도가 있었던 근거로 국가안보실의 수사 주체 변경 요청을 들었다.
임 소장은 "채 상병 장례 기간이었던 7월 21일 해병대 소속으로 국가안보실에서 근무 중인 김모 대령이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전화해 국방부조사본부 등 (해병대) 상급부대 수사 기관으로 이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며 "하지만 유가족이 (해병대) 수사단을 신뢰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이후 수사 주체 변경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결과보고 과정에서도 국가안보실의 수사 개입 시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채 상병 사망 사고 경위 조사를 맡았던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 7월 28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소장)과 여단장 등 지휘부 2명을 비롯한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낸 수사 결과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날 포항에서 수사단장의 보고를 받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후 임성근 해병1사단장과 면담했다. 임 소장은 "사령관은 사단장에 대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수사단장으로부터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사단장을 만나 거취 결단을 받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국가안보실 소속 김 대령은 이날 또 해병대수사단 중앙수사대장에게 전화해 국방부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할 자료를 미리 보내 달라고 했다"며 "아직 장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는데 안보실에서 보고 예정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한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사령관-사단장 간 면담, 안보실의 수사결과보고서 요청이 순서대로 이어졌다는 점으로 볼 때, 안보실이 장관 보고 계획을 인지한 경로와 보고서를 미리 보여달라고 요청한 상황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며 "이때 중앙수사대장은 해병대사령관의 지침이 있거나 사령관과 이야기해야할 사안으로 보인다며 김 대령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사령관은 박 대령과 함께 지난 7월 30일 오전 10시 해군본부 해군참모총장 집무실에서 해군참모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대면보고 했다. 이들은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에는 국방부장관 집무실에서 국방부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대면보고 했다.
보고를 마친 후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한 박 대령은 다음날인 7월 31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방부 수사결과 언론브리핑을 준비했다. 김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 지시라며 박 대령에게 예정에 없던 국회 국방위원장, 여·야 간사, 보좌진 대상 설명회를 추가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도 국가안보실의 수사결과보고서 요구는 지속됐다. 7월 30일 오후 늦은 시각 해병대사령부 정책실장을 통해 수사결과보고서를 요구했다가 한 차례 거절되자, 같은날 오후 6시 20분쯤 국가안보실 김 대령은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수사단장으로부터 언론브리핑 자료를 받았다.
임 소장은 "7월 31일 오전 11시쯤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비공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며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에서 윤 대통령에게 해병대 1사단 익사사고 조사 결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후 국방부는 이날 오후 2시 예정됐던 국방부 언론브리핑과 국회 설명회를 취소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오후 4시 우즈베키스탄 출국 일정이 예정돼 있어 오후 2시 20분쯤에는 국방부를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방부 장관은 오후 2시 51분쯤 차관에게 사건 재검토를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오후 3시 18분쯤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 소장은 "이때부터 사건 인계서류를 보내라,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등의 외압이 시작됐다"며 "만약 국방부 장관이 별다른 외압 없이 수사 이첩을 보류시키려고 한 것이라면 출국을 앞두고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해병대 부사령관을 소환하면서까지 대책 마련에 부심했을 까닭이 없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고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을 분명히 규명하고, 대통령을 위시한 수사 외압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기 위해 국회의 조속한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6일 국민동의청원에 등록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 청원'글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며 청원이 마무리됐다.
한편 국방부 검찰단이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 측의 조사기일 연기 신청을 거부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의 28일 오후 출석 통지에 따라 검찰단에 출석은 하되, 조사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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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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