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정권 탄압 피란 라오스 몽족 딸, LPGA투어 제패
몽족은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 반도 북부 지역에 널리 거주하는 소수 민족입니다.
중국에 약 300여만 명, 베트남에 150여만 명, 라오스에 60여만 명, 태국에 30여만 명쯤 삽니다.
특이하게도 미국에 거주하는 몽족이 30만 명이 넘습니다.
미국에 상당한 규모의 몽족이 거주하게 된 것은 베트남 전쟁 때문입니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국은 베트남 북부 고산 지대에서 살던 몽족을 공산 월맹에 맞서 싸우는 게릴라와 첩보원으로 활용했습니다.
소수 민족 몽족은 공산 월맹 정권에 반감이 강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베트남과 인접한 라오스에서도 몽족은 미군을 도왔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미국의 패전으로 끝나면서 베트남과 라오스의 몽족은 위기에 몰렸습니다.
베트남과 라오스 정부군은 미군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몽족을 탄압했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베트남과 라오스 몽족 상당수는 외국으로 탈출했습니다.
8살 리 캉은 가족과 함께 라오스에서 탈출해 태국 난민촌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정착해 미국인이 된 그는 32살 때 골프를 시작했고 골프에 흠뻑 빠졌습니다.
골프 잡지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습니다.
딸을 낳자 5살 때부터 골프를 가르쳤습니다.
리의 딸이 라오스 출신 최초이자, 몽족으로는 처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가 된 메건 캉(미국)입니다.
캉은 아버지한테 배운 골프로 엘리트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14살 때 예선을 통과해 2012년 US 여자오픈에 출전했습니다.
2015년 주니어 솔하임컵 대표로 뽑혀 5번의 매치를 이긴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대학 진학 대신 LPGA투어 진출을 선택한 캉은 퀄리파잉스쿨 공동 6위로 2016년 LPGA투어 출전권을 땄습니다.
캉은 몽족 커뮤니티가 자리 잡은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성(姓)과 외모를 보고 사람들은 대개 한국 사람인 줄 안다"면서 "부모와 친척들은 몽족 문화와 전통을 늘 가르쳐줘 몽족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최초의 몽족 LPGA투어 선수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자신의 정체성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캉은 아버지가 "살기 위해서는 정글과 강을 뚫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한 정신력을 심어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야심 차게 발을 디딘 LPGA투어 무대는 그러나 녹록지 않았습니다.
한 번도 투어 카드를 잃을 위기는 없었지만, 우승 문턱은 높았습니다.
8년째 LPGA투어에서 뛰면서 190차례 대회에 출전했지만, 작년 다나 오픈 2위가 그동안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191번째 출전 대회인 CPKC 여자 오픈에서 캉은 마침내 3라운드를 3타차 선두로 끝내 고대하던 첫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LPGA투어에서 12승을 올린 김세영과 챔피언조 맞대결도 부담스러웠는데 얼마 전까지 최장기간 세계랭킹 1위를 달린 고진영의 추격도 뿌리쳐야 했습니다.
우승 경험이 없는 캉은 초반부터 흔들렸습니다.
3번, 6번 홀 보기에 이어 10번 홀 3퍼트 보기로 고진영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습니다.
"힘든 하루가 될 줄은 알았다. 김세영만 의식했는데 어느새 고진영이 올라와 있었다"는 캉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캐디한테 계속 말을 걸어달라고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17번 홀(파3)에서 파퍼트를 놓쳐 고진영에게 1타 뒤진 채 18번 홀(파4)을 맞은 캉은 패색이 짙었습니다.
18번 홀은 버디 잡기에는 어렵고, 보기는 쉽게 나오는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캉은 티샷을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군 뒤 두 번째 샷은 핀 1m 옆에 떨궈 버디를 잡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연장전에서도 캉은 티샷은 페어웨이, 두 번째 샷은 그린에 올려 더블보기를 적어낸 고진영을 제쳤습니다.
그는 "8년은 긴 시간이었다. 첫 우승은 정말 멋지다"면서 "그동안 내 경기력이 계속 나아지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올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캉은 다시 한번 동족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캉의 아버지 리는 "딸은 어린 몽족 소년 소녀들의 롤모델"이라고 말했고 캉은 "단 한 명의 (몽족) 어린이한테도 꿈을 줄 수 있다면 내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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