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한 경기 뛰면 너무 아파요"…26살에 은퇴까지 고민했던 부상, 버팀목은 아버지였다

김민경 기자 2023. 8. 2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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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근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솔직히 말해서 한 경기 뛰면 너무 아파요. 처음에 병원에서 아킬레스건 파열 진단을 받았을 때 이대로 끝나는구나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거든요."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태근(27)은 지난해 은퇴를 고민했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과 마주했다. 재작년 12월 상무에서 전역하고 복귀해 의욕이 넘칠 때였다. 지난해 7월 26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 9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하고, 7월 27일 롯데전까지 2경기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드디어 1군에 자리를 잡나 싶었는데 수비 과정에서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곧장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하고 다시 1군 무대를 밟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릴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김태근이 더 절망감을 느낀 건 부상 부위 때문이었다. 스스로 100m를 11.00초에 주파할 수 있는 빠른 발을 강점이라 여기며 선수 생활을 해왔는데, 아킬레스건 부상은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김태근은 "처음에 아킬레스건 파열만 피하자는 생각이었다. 발목이 빠지거나 인대가 끊어지거나 다 상관없으니까. 아킬레스건 부상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이 찾아 보니까 일단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면 100%로 되돌릴 수는 없고, 주력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례를 너무 많이 봤다. 내가 빠른 발이 장점인 선수다 보니까 조금 많이 힘들었다"고 부상 당시를 떠올렸다.

야구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김태근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해 또래보다는 프로 생활을 늦게 시작한 상태였다. 입단 1년 만에 상무에 입대한 것도 군 문제를 해결하면 이후에는 정말 야구에만 집중하며 커리어를 쌓아 나갈 수 있다고 믿어서였다.

그런데 상무 전역 이후 부상과 재활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는 내복사근이 찢어졌고, 급한 마음에 복귀를 서두르다 2차 파열까지 와서 전반기를 접었다. 그리고 어렵게 후반기에 맞춰 1군에 콜업됐는데 아킬레스건까지 파열됐다. 긍정적이고 싶어도 긍정적일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김태근은 "재작년 12월에 상무에서 전역하면서 그동안 준비했던 것에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다. 스프링캠프부터 자신 있어서 올 시즌은 부딪혀 보자는 마음이었다. 스프링캠프 때 내복사근이 찢어졌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무리하게 훈련하면서 2차 파열이 오고 전반기를 통으로 쉬었다. 그때는 또 이왕 전반기 끝난 거 편하게 확실히 준비하자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재활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급하게 준비를 하면서 몸이 안 만들어져 있다 보니까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당시에는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또 부상이 찾아오니까. 처음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이 길이 나랑 안 맞는구나. 이대로 끝나는구나'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고 털어놨다.

▲ 김태근 ⓒ 두산 베어스

절망에 빠졌을 때 김태근을 다시 일으킨 건 팬들의 응원이었다. 그는 "내가 SNS를 잘 안 하는데, 아이디는 있었다. 그때 다이렉트 메시지로 팬분들의 응원이 정말 많이 왔다. 그 응원 메시지를 보면서 '아직 끝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자는 생각에서 다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바뀌더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경기에 나설 수 있을 만큼 지금은 부상 부위가 많이 회복됐지만, 지금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김태근은 "솔직히 말하면 한 경기 뛰면 너무 아프다. 경기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아킬레스건 부위가) 굳어서 움직이기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다음 날 경기장에 나와서 치료를 받고 움직이면 또 풀린다. 이렇게 반복이다. 올해는 계속 그렇게 지내야 할 것 같다. 내년에는 시간이 더 지났으니까 훨씬 더 좋은 컨디션이 될 것"이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태근은 지난 25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 1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타석에서는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고, 수비로도 선발투수 곽빈의 생애 첫 10승을 지원하는 보살을 기록하며 10-1 승리에 기여했다. 김태근의 강한 송구에 홈에서 태그아웃된 SSG 김강민은 다음 날 이승엽 두산 감독을 찾아와 "저런 친구(김태근)는 어디서 나오는 거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김태근의 활약을 가장 뿌듯하게 지켜본 건 그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김태근 인생의 롤모델이자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김태근의 아버지는 아들이 맹활약한 날 몰래 경기장을 찾아와 관람하고, 경기 뒤에는 한 방송의 전화 인터뷰에 응해 따뜻한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김태근은 "친구들이 연락해서 아버지가 방송 인터뷰한 사실을 알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진짜 하고 계시더라. 아버지가 야구장에 오신 줄도 몰랐는데, 전화를 드리니 숨어서 보고 있었다고 하시더라. 어머니도 모르셨다면서 아버지를 혼냈다고 한다(웃음). 어머니한테 듣기로는 아버지가 방송국에서 아들 인터뷰를 해달래서 아들이 인터뷰하면 좋은 거니까 알겠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아버지 인터뷰라 당황했다고 하시더라"고 뒷이야기를 들려주며 웃었다.

▲ 김태근 ⓒ곽혜미 기자

김태근의 아버지는 특전사 출신으로 직업 군인으로 지내다 사격 능력이 출중해 사격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지낸 특이한 이력이 있다. 그러다 경찰 공무원으로 전향해 내년 정년을 앞두고 있다. 아버지는 파출소 근무를 마치고 짬이 날 때면 잠실야구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하고 있다.

김태근은 "아버지는 내가 살아오면서 늘 존경했던 분이고, 항상 롤모델이었다. 아버지같은 가장이 되고,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모든 일에 성실하시고, 정직하시고, 열심히 살아온 분이다. 작년에는 내가 아버지를 경기에 초대하면 즐거워하셨는데, 올해는 야구장에 온다는 이야기를 한번도 하지 않으셨다. 늘 경기 끝나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든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부상 재활로 힘든 시간을 버틸 때도 아버지는 언제나 묵묵히 뒤에서 아들을 응원했다. 김태근은 "내 생각에 아버지는 어렸을 때 나와 똑같으셨을 것 같다. 늘 열정적이고, 고민 많고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 마음을 더 잘 아시는 것 같다. 지금은 '인생을 살다 보니까 즐겁게 사는 게 최고다. 뒷일을 정하지 말고 항상 즐겨라'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 부상일 때도 '후회할 필요 없다. 재활 잘해서 다시 잘하면 된다'고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 주셨다. 아버지랑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태근은 아버지의 응원과 지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그라운드를 누비고자 한다. 그는 "하루 반짝하는 선수가 아니라 선발이든 백업이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한 경기는 운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 10경기 20경기 활약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겠다.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김태근은 "나를 낳아 주시고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 아버지가 계셨기에 나도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아버지라는 좋은 분이 계셨기에 내가 보고 배운 점도 많고, 야구를 떠나서 정말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한 것 같아 그 점이 감사하다. 지금까지 아버지가 즐기시지 못하고 경찰로 일만 하면서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셨다. 은퇴하면 어머니랑 여행 다니시면서 행복했으면 한다. 아버지 은퇴 후 부모님 첫 여행 경비는 내가 지원해 드리고 싶다"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 김태근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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